인권오름 제 335 호  [기사입력] 2013년 02월 27일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살다 보면 “그림의 떡이야”란 말을 자주 하게 된다. “보는 게 어디야. 보는 것만으로 좋은데”라고 위로하거나 자족하는 말도 으레 듣게 된다. ‘그림의 떡’에 대해 국어사전은 “탐스럽지만, 손에 넣을 수 없다는 뜻으로, 바라는 모습이기는 하나 실제로 이용할 수 없거나 이루어지기 힘든 경우를 이르는 말”이라 한다. 인권에 대한 기준들을 들여다볼 때 드는 생각이 딱 이런 경우다.

내 정부가 돌아보지도 않는 인권 침해를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그것도 그냥 호소가 아니라 유엔의 전문기구에 정식으로 진정한다?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은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국제사회는 그런 기준에 대한 도전을 또 하나 성취했다.

“선택의정서의 발효는 중요한 획기적 발전이다. 자신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들이 정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선택의정서는 국제적 차원에서 기댈 가능성이 전혀 없이 견뎌야만 했던 피해자들이 인권침해를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선택의정서는 고립되고 무력했을 개인들이 국제 사회에 자신들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길을 제공할 것이다. … 선택의정서의 발효로 마침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가 여타의 모든 인권과 동등한 기반 위에 서게 됐다.”

최근 나비 필레이(Navi Pillay)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사회권 규약의 선택의정서 발효를 기뻐하며 한 말이다. 지난 2월 5일 사회권 규약 선택의정서에 대한 10번째 비준이 이뤄짐으로써 3개월 뒤면 정식 국제법으로 발효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말이다.

사회권 규약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줄임말로서 노동권, 사회보장권, 교육권 등을 규정한 대표적인 국제인권법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0년에 사회권 규약을 비준하여 당사국이 됐고, 현재 이 조약의 전체 당사국 수는 160개국이다. 선택의정서는 이 규약의 이행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별도의 조약을 말한다. 선택의정서는 해당국가에 의해 사회권 규약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개인이나 집단, 또는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제삼자가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권리침해를 진정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담고 있다. 지난 200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후, 정식 국제법으로 발효되기 위해서는 10개국 이상의 비준이 필요했는데 그 10번째 비준을 지난 5일 우루과이 정부가 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 여러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20여 년 전 국제인권법이란 걸 처음 접했을 때였다. 한국 정부는 사회권 규약에 가입하고 난 후 당사국의 의무사항으로서 사회권을 얼마나 잘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1993년 처음으로 유엔사회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물론 언론도 알려주지 않는 그 소식을 파악한 인권단체들이 쫓기듯 부랴부랴 모여 대안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유엔사회권위원회의 최종의견과 권고가 나온 것이 1995년이었다. 그때의 주요 지적 내용은 지금 들여다봐도 유효하다.

노동관계법을 사회권 규약에 합치되도록 즉각 개정할 것, 노조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해제할 것,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확대할 것 등이었다. 권고는 노동 관련 사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회권위원회는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확대, 무주택자의 보호와 주거권의 실효적 보장, 장애인의 처우 개선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사회권? 그게 뭔데요?”라며 시큰둥해하는 언론사 전화를 붙들고 ‘이건 중요한 문제니 꼭 보도해야 한다’고 설득했던, 아니 매달렸던 일은 그냥 지나간 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때도 노동권을 행사했다 하여 맞고 쫓겨나고 붙들려가던 노동자들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 맞고 쫓겨나고 붙들려가고 있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에 심사된 3차 보고서에 대한 유엔사회권위원회의 권고(2009년)에는 더 뼈아픈 지적이 있다. “노사관계 관련 노동자에 대한 빈번한 처벌 사례 및 파업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물리력 사용 등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노동조합권이 한국 내에서 적절히 보장되지 않음을 거듭 우려한다.”는 것이다.

선택의정서의 발효로 국가의 인권의무 이행에 관한 국제기준의 수준이 한층 높아진 이때에 하필이면 더 우울한 기록을 보게 된다. 선택의정서가 빛을 본 때와 같은 달 26일 재능노조는 1,895일의 비정규직 최장기 농성을 기록했고, 27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철탑 농성 100일을 맞았다.

권리의 당사자들만 홀대받는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사회권 규약은 다른 국제조약에 비해 탄생부터 엄청 홀대를 받았다. 우선 세계인권선언을 만들 당시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진통을 겪었다. 한 예로 노동조합의 결사권에 대해 선언 기초자들이 미적거리자, 세계의 노동조합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권리를 세계인권선언에 넣자고 촉구하는 운동을 강력히 펼쳐야 했다. 세계노동조합연맹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전후 노조의 곤경을 분석·보고한 장문의 비망록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영향으로 경제사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가 협력하여 세계인권선언에서 노동조합 결사권을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결국, 선언의 기초자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가 음모로 간주되던 시기는 지나갔다. 노동자의 결사를 음모로 보는 것은 20세기가 아닌 19세기의 개념이다. 이 조항은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사수할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가 선언기초자들의 합의였다.

세계인권선언 속에 사회권이 간신히 자리를 잡았더니, 이번엔 국제조약으로 만들면서 사회권을 불편해하고 떼놓고 가려는 움직임이 컸다. 결국, 한 개가 아니라 ‘자유권’과 ‘사회권’ 두 개로 쪼개진 규약이 만들어지게 됐다. 그다음에는 규약 이행을 심사할 기구도 문제였다. 자유권 규약에 대해서는 담당하는 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를 처음부터 두었는데, 사회권 규약에 대해서는 담당 기구를 두지 않고 경제사회이사회에 떠넘겼다. 그런 상태가 10여 년 이어지다가 1987년에 와서야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더 큰 차이는 개인 진정에 대한 ‘선택의정서’였다. 앞서 말했듯이 선택의정서란 해당 국제조약의 이행을 보완하기 위해 만드는 독립된 조약을 말한다. 현재 주요 국제인권조약은 대부분 개인 진정 절차에 관한 선택의정서를 두고 있다. 선택의정서가 발효되면 해당 국제조약이나 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를 대상으로 모든 사람이 진정을 제출할 수 있다. 국내의 모든 구제절차를 거친 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국내 구제 절차가 불합리하게 지연되거나 그 효과성이 없음이 명백하거나 당사자가 그런 절차를 이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제출할 수 있다. 자유권 규약은 개인 진정에 대한 선택의정서를 일찌감치 만들었다(1966년 채택, 1976년 발효). 반면 사회권 규약은 그보다 40여 년이나 늦은 2008년에 와서야 선택의정서를 채택했고, 그 발효를 위한 10개국을 채우는데 또 4년이 걸린 것이다. 늦은 감도 있고 미진한 감도 있겠지만 ‘사회권은 사법기구나 조약기구에 의해 적용될 수 없으며 개인 진정 절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오랜 반대주장을 해묵은 것으로 만든 진전이다.

한국 정부는 아직 이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진정절차를 지금으로선 이용할 수 없다. 또 비준하여 이 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국제 절차가 국내의 절차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 국회도 있고 정부도 있고 법원도 있다. 국제기준과 유엔 사회권위원회 등의 역할은 당사국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입법, 정부의 결정과 집행, 법원의 판단 등 모든 분야에서의 의사결정과 특정 행위가 기본적 인권에 합치되는지에 대해 가능한 최대한의 감시와 협의의 길을 열어놓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면 새 정부에 바라는 대표적 인권 과제 같은 걸 국내외 인권 단체들은 의례적으로 발표하곤 했다. 이번에는 그런 형식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온몸으로 외치고 요구하는 몸의 언어가 전국에 넘치기 때문이다. 지하도, 철탑, 굴다리, 영하의 길거리에 제 몸을 묶은 이들이 넘쳐난 지 오래고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새삼 물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 살아갈 권리를 외치는 몸의 언어를 홀대하는 한, 제아무리 좋은 국제기준이든 장밋빛 공약이든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사회권 규약 선택 의정서(The Optional Protocol of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전문
본 의정서의 당사국들은, … 공포와 빈곤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인간상은 오직 모든 이들이 시민 · 문화 · 경제 · 정치 · 사회적 권리를 누릴 때만이 성취 가능하다는 세계인권선언과 인권에 관한 국제규약의 주장을 상기하며, 모든 인간의 권리와 기초적 자유가 지닌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 상호관련을 재확인하며 … 다음 사항에 동의한다.

2조. 통보
당사국의 관할권 하에 있으며, 해당 당사국이 사회권 규약에 규정된 권리를 침해하여 피해자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개인 또는 집단이 진정을 제출할 수 있다. 제삼자가 대신 제출할 경우에 당사자의 동의는 없지만, 진정 작성자가 피해자의 편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3조. 허용기준
1. 사회권 위원회는 모든 이용가능한 국내의 구제책이 소진됐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진정을 검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구제책의 적용이 비합리적으로 지연된 경우에는 이 규정이 해당되지 않는다.
2. 사회권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진정이 불가함을 선포해야 한다.
(a) 국내 구제책의 소진 이후 1년 안에 진정이 제출되지 않은 경우. 그러나 기간 안에 진정을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음을 작성자가 증명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
(b) 진정의 주제가 되는 사실이 해당 당사국에서 선택의정서의 발효 이전에 발생한 경우. 단 발효 이후에도 해당 사실이 계속되고 있다면 가능.
(c) 동일한 사안이 사회권위원회 또는 여타의 국제적 조사나 해결 절차 하에서 검토됐거나 검토되고 있는 경우.
(d) 사회권 규약의 조항에 부적합한 경우.
(e) 명백하게 근거가 잘못된 경우. 충분하게 구체적이지 않거나 대중 매체가 유포한 보도에 전적으로 기초한 경우.
(f) 진정을 제출할 권리의 남용인 경우.
(g) 익명인 경우 또는 서면이 아닌 경우.

5조. 임시 조치
1. 진정을 접수한 후 그리고 진위의 결정 이전에 어느 때든지, 사회권위원회는 피해자 또는 추정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피할 목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에서 필수적인 임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긴급 의견을 해당 국가에 전달할 수 있다.
2. 사회권위원회가 5조 1항에 따라 재량을 행사한 경우에, 그것이 진정에 대한 인정 또는 진위 여부에 대한 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0조. 국가 간 통보
1. 이 선택의정서의 당사국은 언제든지 이 조항에 따라 다음 사항을 선언할 수 있다. 규약의 한 당사국이 볼 때 다른 당사국이 사회권 규약하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효력을 갖는 통보를 접수하고 심사할 사회권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한다고 선언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른 통보는 오직 그런 내용의 선언을 한 당사국이 제출한 경우에만 접수하고 심사할 수 있다. 그런 내용의 선언을 하지 않은 당사국에 관한 것이라면 사회권위원회는 어떤 통보도 접수하지 않는다.

11조. 조사 절차
1. 현 선택의정서의 당사국은 어느 때든지 현 조항에 대한 사회권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한다고 선언할 수 있다.
2. 사회권위원회는 사회권 규약에 규정된 어떠한 권리에 대해서든, 당사국에 의한 대규모의 체계적인 인권침해를 나타내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입수하면, 해당 국가에 대해 정보 검토에 협력할 것과 관련 정보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것을 권할 수 있다.
3. 이와 관련된 이용가능한 여타의 신뢰할만한 정보 뿐 아니라 관련 국가가 제출한 의견을 검토하기 위하여, 사회권위원회는 한 명 이상의 위원을 임명하여 조사를 수행하고 긴급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 해당 국가가 인정하거나 동의한 경우에는 조사 활동에 해당국 방문이 포함될 수 있다.
4. 이러한 조사는 비공개로 수행돼야 하며 모든 단계에서 당사국의 협력이 추구돼야만 한다.

인권오름 제 335 호  [기사입력] 2013년 02월 27일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작성일자 : 2007. 11. 15

글쓴이 :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차별심사는 엄격한 심사와 관대한 심사로 나뉘는데 당사국에 입증책임을 묻는 엄격 심사가 당연 중요하다. 엄격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는 ‘차별의 유형’, ‘문제되는 차별의 표식과 유사한 또는 상이한 상황’, ‘문제되는 이익’이다.

엄격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1) 차별의 유형

흔히 차별의 유형을 직접차별과 간접차별로 나누는데 필자는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다뤘던 사건들을 분석하여 이를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적극적 차별, 소극적 차별, 간접차별이다.
적극적‧소극적 차별은 둘다 직접차별의 형태로서 어떤 차별의 표식에 직접적으로 근거하여 상이한 또는 유사한 처우를 하는 경우이다. 반면에 간접차별의 경우에는 특정한 차별의 표식에 직접적으로 근거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를 가리킨다.

* 적극적 차별
확인할 수 있는 국가기관의 행위로 인한 차별로서 세가지 유형의 청구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명백하게 다른 처우를 받았다는 청구, 은밀하게 다른 처우를 받았다는 청구 또는 동일한 조치를 다르게 적용받았다는 청구이다. 일단 적극적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청구가 목적 정당성 판단의 단계에 도달하면 ‘엄격 심사’가 이뤄진다고 본다.

* 소극적 차별
소극적 차별은 필자가 제기한 새로운 개념이다. 국가가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즉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결과된 차별이라 할 수 있다. 법률에서 비차별로 규정하지 않은 경우(법의 공백), 발생한 차별 사례를 구제하지 않은 경우, 관련된 유사 집단에게 유사한 조치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일반집단과 상당히 다른 집단에게 다른 조치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 네가지 경우 모두 국가행위만이 아니라 사적 당사자간의 관계도 포함한다.

또한 ‘유럽인권협약이 차별을 방지하고 구제하라고 했지, 평등을 증진하라고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국가의 의무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려는 것도 소극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비차별과 평등은 같은 말로 들리지만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과 ‘평등을 증진한다’고 하는 것에는 각기 소극성과 적극성이 숨어있다. 적극적인 평등 증진 노력을 말하지 않고 단지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냥 똑같은 처우를 말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이에 필자의 주장은 비차별과 평등은 같은 동전의 양면으로서 협약에서 말하는 차별방지는 평등의 증진을 포함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적극적 의무와 연관되는 문제이기에 소극적 차별 개념의 객관적 한계를 상세히 규정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다뤄진 소극적 차별 유형의 사건들을 보면 ‘관대한 심사’가 이뤄진다. 국가의 적극적 의무에 대한 인정의 부담을 얼마나 무겁게 당사국에 부과하느냐에 따라 소극적 차별 개념의 객관적 한계가 결정된다.
특정 집단의 상황을 일반적으로 개선하는 것과 관련된 광범위한 정책 변화를 제안하는 청구 그리고 재정 또는 기타 자원 부담을 야기하지 않는 청구보다는 결핍에 대한 직접적인 제공 등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제안하는 청구가 관대한 심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 간접차별
간접차별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조치가 특정 집단의 사람들에게 불균형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말한다. 유럽 사회에서 간접차별의 개념은 성차별법에서 가장 분명히 발전해왔다. ‘불균형’한 효과는 ‘의도와는 무관’하다. ‘중립적’이라 함은 성, 인종, 언어, 종교 등 ‘민감한’ 기준에 기반하지 않고 기타의 ‘중립적’인 기준에 기반한 구분을 말한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간접차별을 분명하게 분석하는데 진입하지는 못했다. 간접차별의 청구와 관련해서는 민감한 기준에 따른 차별과는 다른 ‘관대한 심사’를 해왔기 때문에 청구자들은 간접차별의 명백한 사례를 수립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간접차별의 청구는 목적 정당성 심사의 단계에 도달해본 바가 없다. 간접차별의 분명한 개념을 재판소의 법리에 도입해야 협약의 보호체계가 은밀한 형태의 차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2) 문제되는 차별의 표식과 유사한 또는 상이한 상황

‘같은 상황은 같게 다른 상황은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이 평등 명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상황을 비교하는 것, 어떤 상황이 유사한 것인지 또는 다른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과 비교돼야 하는가? 평등의 문제로 다뤄지기도 전에 비교대상이 정해져 있는 것의 문제점을 앞서(연재 (1) 참조) 살펴봤다. 비교를 너무 강조하면 평등에 대한 접근은 형식적이 되기 쉽다. 또한 비교를 강조할수록 청구인이 입증책임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분명한 비교 집단이 있냐 없냐와 무관하게 어떤 처우에 대해서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평등에 대한 내용성 있는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재판소가 유사한 상황을 넓게 정할수록 목적 정당성 심사의 가능성은 넓어진다. 가장 넓게 유사성을 정한다면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구분되는 처우에 대해서는 정당성이 요구된다. 어떻게 기준을 정하고 어떤 특성에 근거를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가치 판단의 문제이다.

재판소가 고려하는 차별의 표식은 세가지의 하위 요소로 나눌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비인격적 표식의 구별(지리적 위치, 연방국가에서 지역에 따라 다른 법률의 적용 등), 대수롭지 않은 인격적 표식의 구별(성인 범죄자와 소년사범의 구분 등), 중대한 인격적 표식의 구별이다.

앞의 두 개, 대수롭지 않은 비인격적 표식의 구별, 대수롭지 않은 인격적 표식의 구별은 ‘관대한 심사’에 해당된다. 하지만 비인격적 표식의 구별이 대부분 관대한 심사에 해당된다면, 인격적 표식의 구별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차별에 대한 엄격심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세 번째의 중대한 인격적 표식의 구별이다. 재판소에 따르면 이런 구별에 근거한 처우의 차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매우 상당한 이유” 또는 “고도의 정당성 부담”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소의 판례는 극소수의 범주만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해왔다. 성, 인종, 국적, 혼외출생, 종교에 대해 그렇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는 미국과 달라서 차별의 표식간에 위계를 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중대한 차별의 표식으로 고려되는 기준에 대해서만 형식적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언제나 엄격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몇가지 차별의 표식을 정해놓고 그것들에 대해서만 엄격심사를 적용하는 것으로 형식화되면 다양한 여타의 차별 요인들을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엄격 심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3) 문제되는 이익

문제되는 이익은 당사국의 재량의 범위에 주로 영향을 끼친다. 재산권은 예외가 되거나 관대한 심사에 해당되기 쉽다. 문제되는 상황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취약한 상황이라면 엄격 심사를 지시하는 요인이 되는 반면에 특권적 지위의 상황이라면 좀더 관대한 심사를 지시하게 된다. 차별의 표식이 문제되는 이익과 분명히 연관되는 경우(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의 거주와 추방의 문제와 국적 문제는 분명히 연관된다)와 긴급상황(예를 들어 전쟁 또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도 관대한 심사에 해당한다. 차별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앞의 두 개의 요인들에 비해 세 번째의 ‘문제되는 이익’이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차별심사의 필요성

재판소가 차별조항에 근거하여 심사를 할 필요성은 세가지이다.
협약의 다른 조항에 대한 침해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 차별문제로 심사할 수 있다. 또는 협약의 다른 조항에서 심사된 것과는 다른 실상황에서 야기된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다룬 엄격심사의 문제와 관련된다. 어떤 사건에서 차별 주장이 엄격심사를 강력하게 지시하는 요인들에 지배된다면 재판소가 보통의 경우라면 하지 않을 차별 심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협약의 다른 조항들로 사건을 심사하는 것보다 차별조항으로 심사함으로써 차별 문제의 중요성을 훨씬 더 강력히 주장할 수 있다.

비차별 조항에 깔린 가치판단과 재판소의 적용

(1) 상이한 청구 유형에 따른 상이한 접근

‘적극적 차별’에 대한 청구는 단지 차별을 삼갈 국가의 전통적인 소극적 의무에 관한 것으로 능동적으로 비차별을 보장할 적극적 의무와 연결되지 않는다. ‘적극적 차별’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와 ‘소극적 차별’에 대한 더 관대한 심사는 분명히 비차별 조항에 깔린 기본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소극적 의무와 적극적 의무의 구분은 인권을 시민‧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로 구분하는 것과 연관돼왔다. 소극적 차별 개념의 객관적 한계와 적극적 차별과 소극적 차별에 대한 상이한 심사 유형으로 입증됐듯이 소극적 의무에 대한 분명한 선호는 전통적으로 소극적 국가의무와 시민‧정치적 권리와 연관돼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서구의 자유주의 국가 개념과 개인주의에 대한 강조를 보여준다. 개인주의의 강조는 간접차별을 분명히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재판소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적극적 의무, 소극적 차별 및 간접 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이 협약하에서 아주 최근에 현실적인 가능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협약 14조에 대한 최근의 판단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비차별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는 제12의정서의 출현은 경시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소극적 또는 간접 차별의 경우에 대해 더 엄격한 심사를 향해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장치이다.

(2) 차별 기준의 상이한 유형에 대한 심사 유형의 차이

차별의 근거로서 비인격적 특성과 인격적 특성간에 구분이 있어온 것으로 보인다. 인격적 표식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가 보여주는 바는 개인 보호의 가치이다. 신분에 기인하고 개인의 특성에 기반한 추정으로부터 자유로울 본질적인 개인의 이익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인격적 구별의 표식은 모두 불리하고 소외된 사회적 지위의 역사를 가진 집단의 사람들과 연관된다. 대개 이런 가치들은 재판소가 중대한 차별의 표식으로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엄격심사를 하는데 앞서서 국가들의 민주화과정이나 국제기준설정 과정에서 발전되고 일반적으로 수용돼왔다.

(3) 엄격심사에서 문제되는 이익

특권 상황에 대한 보다 관대한 심사와는 대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의 이익이 더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는 점은 취약하고 소외된 지위에 있는 사회집단을 더 잘 보호하는 형태로 사회정의와 실질적 평등을 성취하려는 관심을 보여준다. 이같은 결론을 뒷받침 하는 것은 취약하고 소외된 집단의 구성원과 연관된 차이에 대해 적극적인 조정을 요구한다는 점을 최근 협약에서 인정한 것이다.

요약하면 유럽인권협약의 비차별조항은 소극적 의무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관련된 유사성에 대한 동등한 처우를 강조하는 접근이었다. 적극적 의무와 차이를 적절하게 조장할 필요성은 예외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외되고 취약한 집단의 상황에 민감해짐으로써 실체적인 ‘불이익’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류은숙] <2007년 11월 14일 인권오름 제79호>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세계인권선언 제2조)모든 국제인권법이나 헌법에는 ‘평등과 비차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평등이고 차별인지를 친절히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인권에 관심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반대와 평등의 진전을 얘기하지만, 그 구체적 범위와 기준과 내용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이다.이에 하나의 사례로서 유럽인권협약에서는 평등과 비차별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려 한다. 1950년 채택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 협약’(아래 유럽인권협약)은 지역인권기준 중에서 일찍이 자리 잡았고 상설유럽인권재판소를 설치하고 있기에 실효성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출처: Oddny Mjoll Arnardottir, Equality and Non-Discrimination under the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Martinus Nijhoff Publishers, 2003)

작성일자 : 2007. 10. 29

글쓴이 :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먼저 유럽인권협약의 차별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1950년 제정된 협약 제14조와 2000년 제정, 2005년 4월 발효된 제12의정서 제1조가 있다.

유럽인권협약 제14조(차별의 금지) 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소수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차별도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의 향유가 확보되어야 한다.

제12의정서 제1조(차별의 일반적 금지)
1. 법이 규정한 어떠한 권리의 향유도 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소수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차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2. 어느 누구도 1항에서 언급된 것 등의 어떠한 이유로도 공공당국에 의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필자는 차별조항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을 살펴보고, 그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전통적 접근법은 상설유럽인권재판소(아래 재판소)의 판례를 설명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뿐더러 새롭게 떠오르는 차별 유형에 대한 보호를 다루는데도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차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

비차별 조항의 ‘구조’

비차별 조항에는 두가지 구별되는 구조가 있다. ‘열린’ 모델(예시열거)과 ‘닫힌’ 모델(제한열거)이다. 열린 모델은 잠재적 차별요인의 범주를 제한하지 않는다. 또한 무엇이 차별을 구성하는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정의내리지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닫힌 모델은 있을 수 있는 차별의 근거를 제한적으로 예시하며 어떤 상황이 객관적으로 차별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정교하게 정의하려 한다.

협약의 14조는 ‘열린 모델’의 축약판이라 할 수 있고, 제12의정서 1조도 그렇다. 이같은 모델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은
첫째, 비차별 조항 그 자체에는 불법적 차별과 정당화할 수 있는 구별간에 구분선이 없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한하지도 못한다. 목적 정당성과 합리적 정당성이라는 전제하에 갖은 유형의 정당화가 발전될 수 있다.

둘째, 차별의 요인, 다른 말로 하면 구별의 표시가 되는 목록에 대한 것이다. ‘열린 모델’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차별의 요인을 남김없이 포괄하는 목록을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항에서 언급된 차별 요인들은 예시에 불과하다. 협약 14조와 제12의정서 1조가 열거한 차별의 근거는 ‘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소수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지위’이다.

‘장애, 성적 지향성, 연령’ 등의 새로운 차별 근거들이 협약 14조가 제정된 후에 더 중요하게 떠올랐지만 최근 만들어진 제12의정서 1조는 “목록에 더 추가하는 것이 필요치 않다”며 이를 추가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목록은 완전한 것이 아니며 재판소는 이미 목록에 명시적으로 열거되지 않은 차별의 근거에도 14조의 규정을 적용해왔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차별 요인을 추가하는 것은 “조항에 포함되지 않은 요인에 근거한 차별을 부당하게 해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4조에 대한 심사의 강도는 차별의 요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목록에 예시된 경우의 차별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심사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차별 요인에 따른 보호를 발전시킬 과제는 재판소에 남겨졌다. 재판소는 명시적으로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차별 요인을 강조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의 재판소의 판단으로 볼 때 ‘성적지향성’은 예시된 목록에 없지만 엄격 심사를 받는 비차별의 지위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다.

비차별 조항의 적용 분야

차별금지조항은 의미에서는 자율적이지만 적용범위에서는 종속적으로 해석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차별금지조항 그 자체로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권리와 자유와 연결되어야만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종속성 때문에 14조는 여타 협약의 조항과 결합되어 심사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관계성이 좀더 느슨해졌고, 다른 조항과 결합시키지 않고 독립적으로 14조를 다루는 판단이 최근 잦아졌다. 그렇지만 14조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협약의 실체적 권리와 차별 문제간에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법 분야와 사회적 관계는 차별로부터의 보호와 관계돼 있음에도, 특히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향유에 있어서 차별로부터의 보호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 뚜렷하다. 비차별조항의 종속성은 협약의 결점으로 흔히 비판받는다. 14조의 제한적인 종속성은 두 가지 주요한 결과를 낳는다.
첫째, 국제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주장되는 평등과 비차별의 일반원칙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데 부족하다. 둘째, 협약에서 열거된 권리에 한정되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평등권’ 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데 부족하다.

이같은 이유로 해서 평등권을 ‘독립적’인 권리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 결실이 제12 의정서 1조이다. 제12의정서를 만든 것은 평등조항을 강화하고, 기존 협약 14조의 적용분야를 보편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였다.
제12의정서 1조에 대한 주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분야로 차별금지의 확대를 의도했다.

i 국내법에서 개인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권리 향유의 차별
ii. 국내법에 따라 공공당국의 분명한 의무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권리 향유의 차별, 즉 공공당국이 국내법의 의무에 따라 특정한 태도로 행동할 의무
iii. 공공당국의 재량권 행사(예를 들어 보조금의 부여)에 의한 차별
iv. 공공당국의 어떠한 작위 또는 부작위(예를 들어, 시위를 통제할 때 법집행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차별

분명히 협약 14조와 마찬가지로 의정서와 그에 대한 주석의 초점은 공적영역에서의 인권문제이지 사적 당사자간의 관계에 대한 것은 아니다. 제12의정서의 적용분야는 “공공당국”의 행위에 한정된다. 주석에 따르면, 공공당국이란 용어는 행정당국, 법원, 입법 기구를 말한다.

그렇지만 제12의정서는 협약 14조를 계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광범위한 차별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적극적 의무와 간접차별에 의한 효과도 건드리려 한다. 의정서와 관련된 논쟁이 정점에 달한 2000년에 나온 재판소의 한 결정은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비차별조항을 해석하려는 지향을 보여준다. 이 사건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반역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자와 마찬가지로 공인회계사 임명을 거부한 것에 대한 판단이다. 이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 명제에서 뒷부분은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이 판단의 의미는 상황이 중대하게 다른 사람을 다르게 취급하지 않은 것도 평등권 침해이고, 그러한 차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것이다.

전통적 접근법의 문제

차별받았다는 주장이 있을 때 작동되는 가치 선택에는 기본적으로 세가지 변수가 있다. 먼저 특정 유형의 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있고, 그런 차별이 특정한 구별의 표식에 근거해야 하고, 특정한 이익에 대한 침해가 있을 것이다. 이 세가지 요건이 충족된 시점에서 입증책임은 해당국가로 이전된다.

먼저 특정 유형의 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처우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청구인이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처우가 어떤 ‘차이’에 근거한 것이며 비교대상이 되는 연관된 유사 상황이 있음을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해당국가는 문제되는 조치가 ‘정당한 목적’을 추구(목적정당성)했고, ‘채택된 수단과 추구한 목적간에 합리적인 균형’(비례성)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직접적이고 분명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청구인은 위 세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문제는 차별의 표식이 뚜렷하지 않고 은밀하며, 간접적으로 은밀한 처우가 이뤄진 경우이다. 이 경우에 청구자는 그런 행위가 ‘고의적’이며 ‘차별의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또한 ‘중립적’인 기준인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삼는 처우가 명백한 차별의 표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관련 집단에게 불균형한 효과를 끼쳤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입증책임이 해당국가로 이전되지 않고 청구인에게 있다면 차별의 의도성과 간접차별을 증명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차별처우가 있었다는 입증과 그러한 처우의 목적 정당성의 입증을 두 개로 구분하는 전통적 접근법이 인위적이라고 비판한다. 목적의 정당성을 추론하는데 취해지는 원칙과 가치는 우선적으로 같은 취급 또는 다른 취급이 있었느냐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둘에 대한 입증책임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이며, 문제는 누가(청구인이냐 해당국가냐) 그 책임을 지느냐이다. 입증책임을 누구에게 할당하느냐는 차별로부터의 보호의 효과성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이에 대한 재판소의 그간 판례는 혼란스럽다. 당사국의 재량의 폭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청구인 또는 해당국가 어느 한편의 입증책임을 강조하느냐가 달랐다. 즉, 국가의 재량의 폭을 넓게 인정하면 입증책임을 청구인쪽에 묻고, 재량의 폭을 좁게 인정하면 해당국가에 입증책임을 묻는 경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 심사를 하느냐 관대한 심사를 하느냐와 연결된다.

목적 정당성, 즉 문제삼는 조치가 ‘정당한 목적’을 추구했느냐도 쟁점이다. 사실상 어떤 조치에 대해서든 결과적으로는 정당한 목적을 추구했다고 주장될 수 있다. 정부들은 항상 좋은 의도와 고상한 목적을 주장할 수 있고, 실제로도 지금껏 재판소에서 다뤄진 사건 중에 목적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은 정부의 경우는 단 2개 사건 뿐이었다. 국가들이 거의 언제나 정당한 의도였다고 합리화할 때 청구인이 차별적인 의도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목적 정당성’만으로는 차별과 싸우는데 무력하다. 그런데 또다른 고민은 각국이 민주적 과정을 통해 결정하고, 재량의 폭을 가진 정책의 정당성을 재판소가 판단하려 들 때 재판소의 역할과 당사국의 자유가 충돌된다는 것이다. 그간 재판소의 판단은 목적 정당성으로부터 문제삼는 조치의 효력과 목적간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비례성)으로 주된 초점이 옮겨져왔다.

다음에는 차별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비차별 조항의 기본가치와 재판소의 적용이 같아질 수 있는 접근법에 대한 고민을 살펴본다. [류은숙] <2007년 10월 17일 인권오름 제75호>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세계인권선언 제2조)모든 국제인권법이나 헌법에는 ‘평등과 비차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평등이고 차별인지를 친절히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인권에 관심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반대와 평등의 진전을 얘기하지만, 그 구체적 범위와 기준과 내용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이다.이에 하나의 사례로서 유럽인권협약에서는 평등과 비차별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려 한다. 1950년 채택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 협약’(아래 유럽인권협약)은 지역인권기준 중에서 일찍이 자리 잡았고 상설유럽인권재판소를 설치하고 있기에 실효성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출처: Oddny Mjoll Arnardottir, Equality and Non-Discrimination under the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Martinus Nijhoff Publishers, 2003)

작성일자 : 2007. 9. 17

글쓴이 :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세계인권선언 제2조)

모든 국제인권법이나 헌법에는 ‘평등과 비차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평등이고 차별인지를 친절히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인권에 관심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반대와 평등의 진전을 얘기하지만, 그 구체적 범위와 기준과 내용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이다.

이에 하나의 사례로서 유럽인권협약에서는 평등과 비차별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려 한다. 1950년 채택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 협약’(아래 유럽인권협약)은 지역인권기준 중에서 일찍이 자리 잡았고 상설유럽인권재판소를 설치하고 있기에 실효성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출처: Oddný Mjöll Arnardóttir, Equality and Non-Discrimination under the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Martinus Nijhoff Publishers, 2003)

법에서 평등을 논할 때 오랫동안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의 차이에 주목해왔다. 전통적으로 이 둘 간의 차이는 ‘법의 내용에 상관없이 법의 적용만을 문제 삼느냐’ 아니면 ‘혜택과 부담의 정당한 분배 내지 일종의 사회정의의 요구 속에서 법의 내용을 문제 삼느냐’이다.

이런 기본적인 구분에 기초해서 ‘실질적’ 평등에는 또 다른 두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차이에 따른 다른 처우에 대한 인정이다. 여기에는 평등을 증진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집단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의 적극적인 조치들이 포함될 수 있다. ‘실질적’ 평등은 차이에 따른 다른 처우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것은 차별적인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둘째, ‘적극적 의무’를 실질적 평등의 개념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는 차별을 방지하거나 차별로부터 보호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받을 수 있다.

평등에 관한 법률규정의 정교화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의 차별은 지속적이다. 형식적 평등이건 실질적 평등이건 평등에 관한 법률규정이 법적 절차를 밟을 때는 형식적 요소만 남게 되어 버린다. 이에 대한 비판들은 더 많은 실질적 평등을 주문하지만 평등이라는 용어 자체가 불확정적이기 때문에 인권법에서 평등 문제에 대한 아주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크게 3가지 접근 이론에 기초해서 평등의 문제를 살펴보자.

형식적 접근

첫번째로 형식적 접근법이 있다. 이는 “엄격하게 똑같은 처우”, 대칭적 접근 또는 동일성의 접근이라고도 말한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한다는 격언에 기초한 것으로 성‧인종‧종교 등 특정한 구분을 아주 무의미한 것으로 본다. 성‧인종 등의 특성이 아주 무의미한 것이므로 다른 처우로 귀결될 수 있는 ‘차이’를 구성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접근법은 동일한 처우에서 파생될 수 있는 불평등한 결과에 상관없이 동일한 처우를 강조한다. 이 접근법이 ‘대칭적’이란 의미는 불리한 집단에게 혜택을 주려는 다른 처우를 이미 특권층인 집단을 이롭게 하려는 다른 처우와 마찬가지로 유해하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식적 접근법은 자유주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동일한 처우’에 대한 강조는 개인주의에 대한 강조와 직접 연결된다. 차별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장점이나 결점이지, 어떤 집단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지속되는 구조적 불리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등에 대한 형식적 접근법으로는 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해 계획되는 적극적 조치(차별수정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 이런 점은 국가의 수동적인 역할에 대한 강조와 연결되기 때문에 국가에 요구되는 것은 적극적인 의무가 아니라 외적으로 명백한 차별을 삼가기만 하면 되는 소극적 의무이다.

이 접근법의 강점은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한다니 간단명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이 접근법의 단점이 있다. 누가 똑같고 다른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또한 처우의 내용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는다. 또한 ‘누구와 비교되는가’라는 문제점이 있다. 평등의 문제가 다뤄지기도 전에 이미 비교대상이 결정돼있고 분명한 비교대상이 없는 문제 같은 건 아예 제쳐 놓는다. 예를 들어 임신, 파트타임 노동, 장애 같은 문제 영역은 무엇과 비교되는가를 생각해보자.

이런 한계 속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불리한 집단의 구성원이 요구할 수 있는 동일한 처우의 내용은 특권 집단이 이미 누리고 있는 처우나 특권집단이 누릴 수 있는 수준에 국한될 뿐이다. 불리한 집단의 요구는 그 내용 자체가 아주 다른 것일 수 있는데 그 점이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교대상자(예를 들어 임신하지 않는 남성, 정규직 노동, 비장애인)와 ‘동일성’을 보임으로써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려는 접근은 차이로 인한 배제를 일으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형식적 접근법의 문제점은 지배적인 사회정치적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사회에서 지배적인 집단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된다. 기존의 사회 구조가 특권과 박탈에 어떻게 침투해 있으며 지배적인 집단의 기준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지배하는 가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실질적 “차이”의 접근

두 번째 접근법은 ‘동일한 처우’와 특별한 처우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 접근법은 차이 모델, 실질적 및 비대칭적 접근이라고도 한다. 형식적 접근법에 기초하고는 있지만 다른 점은 실질적 평등을 성취할 목적으로 어떤 차이들은 인정돼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차이모델에서 문제되는 차이는 ‘불변의 바꿀 수 없는’ 차이로서 예를 들어 임신, 출산휴가, 교육에서의 소수자 언어, 장애 등이다.

이 접근법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격언에 규범적 요소를 도입한 것으로 ‘결과의 평등’에 근접할 수 있는 처우를 요구한다. ‘결과의 평등’을 강조함으로써 간접차별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간접차별이란 의도와 무관하게 집단 간에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으로서 차이 모델은 이에 대한 객관적인 정당화를 요구한다. 차이 모델의 중요한 특징은 차이를 받아들이는 상황을 ‘동일한 처우’의 ‘예외’로서 다룬다는 점이다. 형식적 평등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의 효과에 대응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개인주의적 이상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이 누릴 기회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특정 집단의 성원이라는 지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차이 모델은 형식적 접근법의 엄격한 개인주의를 거부하고 평등을 증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허용한다.

차이 모델의 강점은 형식적 접근법에서 나타난 규범적 불확정성, 비교대상의 선점, 이미 비교대상에게 인정된 처우만으로 요구를 국한시키는 등의 문제점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차이 모델의 특질은 특별한 적극적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을 허용했다는데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적 보호 뿐 아니라 평등을 증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실질적 평등의 개념과 연결시켰다. 적극적 조치는 비차별적일 뿐 아니라 특별한 상황에서는 국가가 적극적 조치를 규정하거나 적용할 것이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차이 모델은 차이에 대한 적극적 수용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다.

차이 모델의 약점은 ‘어떤 차이가 정당화될 수 있고 특별한 처우를 요구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규범적 답이 여전히 불확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오직 생물학적이거나 불변의 차이만을 다루느냐 아니면 어떤 차이든지 다룰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차이에 따른 다른 처우를 규범적으로 인정한다고 했지만 그 처우의 내용은 여전히 모호하다. 어떤 점에서는 ‘유리한 특별한 처우’를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차이가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불리한 특별한 처우’의 구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 접근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차이 모델에서도 사회속의 지배적인 집단이 ‘기준’이 된다. 따라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보면 조건부의 내용을 성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비판은 특별한 처우란 것이 그런 처우를 받는 집단에게 낙인을 부여하는 기능을 할 수 있고, 불평등한 상황속의 현상유지를 영속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연관된 문제로 차이 모델은 ‘다르다’고 하는 집단을 바라보는 판에 박힌 진부한 시각을 영속시킬 잠재성이 있다.

실질적 “불리함”의 접근

세 번째 접근법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최근에 등장한 것이다.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권력, 지배, 불리함의 비대칭적 구조’를 강조하는 ‘맥락에 따른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은 따져봐야 할 조치가 취약집단의 불리함을 늘리기 위해 작동하는가 아니면 불리함을 줄이기 위해 작동하는가를 분석한다. 불리함을 늘리는 관행과 정책을 없앨 것을 요구하고 사회정치적 구조를 바꿀 것을 요구함으로써 결과의 평등을 지향한다. 구조적 불리함에 도전하는 일에 간접차별이 아주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간접 차별을 불법화하는 것이 이 접근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접근법은 앞서 살펴본 두 접근법에서 나타난 동일성과 차이의 접근의 약점에 대응하여 만들어졌다. 본질적인 동일성이나 차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거나 체제적인 결과로 강조점을 옮기는 것이다. “X라는 존재나 특성은 사물의 본질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다. X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X는 사회적 사건, 세력, 역사에 의해 존재하거나 형성됐다. 이 모든 것들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평등이라는 맥락에서 'X'는 특정 집단에게 부여된 특질일 수도 있고 차별이나 불리함이라는 사회적 사실일 수도 있다. 이런 접근에서는 어떤 특질이 ‘자연적’이거나 ‘불변’이라는 주장을 거부하며, 그런 특질들에 대해 ‘사회적 구조’이며 사회에서의 권력‧지배‧불리함의 체계적인 유형으로서 관심을 가진다.

무엇보다도 이 접근법은 개인주의와 자유방임국가에 대한 강조를 분명히 거부한다. 이점에 있어 두 번째의 ‘차이 모델’의 접근법과 같지만 ‘불리함의 접근’은 그런 거부를 최대한 밀어붙인다. 특별한 처우를 ‘동일한 처우’의 예외로 보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사회정치적 구조를 철폐하기위해 단지 때때로 요구되는 것으로 본다.

‘불리함의 접근’의 강점은 앞의 두가지 접근법과 비교할 때 규범적 내용을 좀 더 분명히 한다. 예를 들어 ‘불리한 조건을 경감하고, 위계와 지배의 관계를 없앰으로써’ 결과의 평등을 지향한다는 식으로 정당한 처우에 관해 얘기한다. 또한 기존의 비교대상에 초점을 두고 그들과의 동일성과 차이를 얘기하는 문제점을 벗어났다. 동일성과 차이라는 용어로 분류하는 것은 ‘불리함의 접근’법이 요구하는 분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접근법은 기존의 사회구조적 구조의 현상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구조적 불리함’에 대해 보다 비판적이다. 결과적으로 구조적 불리함과 연관된 모든 종류의 문제가 평등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접근법에서도 규범적 불확정성의 문제는 여전하다. 불리하다고 하는 집단과 그들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불리한 집단’으로 분류하는 문제는 ‘다른 집단, 차이를 가진 집단’으로 분류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어떤 집단이 불리하냐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된 법원의 능력이다. 이 접근법에서 요구되는 맥락에 따른 분석은 법원이 전통적으로 다뤄왔던 것과는 다른 성격의 것이다. 문제되는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 그런 사회에서의 개인의 지위,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법률의 정치적 및 사회적 영향에 해당되는 얘기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법원의 분석은 관련 당사자의 분석과 아주 다를 것이다. 또한 법원은 그 자체가 사회구조로서 사회정치적 구조 변화를 위한 효과적 장치라기보다는 ‘모든 것의 척도’로 간주되는 사회에서의 지배집단의 견해를 유지하기 쉽다.

마지막으로 골치 아픈 문제는 이 접근법에서 보면 평등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이다. 평등원칙을 고수하지만 실제로는 평등으로부터 얻을게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평등에 대한 법적 접근

지금까지 살펴본 평등에 대한 세가지 접근법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가장 형식적인 접근법에서 보다 실질적인 접근으로 미끄럼을 탄다고 할 때 어느 지점에서 순간 포착을 했느냐에 따라 이들 관점이 보일 것이다. 가장 형식적인 접근에서의 평등에 대한 법적 보호는 완전히 무익하며, 가장 비판적인 접근에서 볼 때는 사회 혁명 말고는 충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평등에 대한 접근법에는 일정 정도의 규범적 불확정성 내지 모호성이 있다. 이 문제는 하나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공식으로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가치의 판단 문제이다. 실질적 평등에 대한 법적 접근은 궁극적으로 이런 가치 판단에 달려있다.

다른 국제인권조약과 마찬가지로 유럽인권협약의 평등 규정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가치 판단의 문제와 규범적 의미는 법원의 절차를 통해 발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형식적 또는 실질적 접근이 작동하고 있느냐가 드러난다. 이글은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차별문제를 어떻게 검토해왔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류은숙] <2007년 9월 11일 인권오름 제71호>

<인권오름 제 105호 2008년 05월 27일 번역/정리 : 류은숙, 서신(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모든 인간은 본질적인 인성만으로 모든 인권을 향유해야 한다. 시민과 비시민과 같은 예외적인 차별은 오로지 그것이 정당한 국가적 목적에 봉사하고, 또한 그 목적의 달성에 비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보장된 인권의 향유와 ‘비시민’들이 겪는 현실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으며, 이들이 겪는 인권침해는 비시민 구금을 예사로 하는 등 9·11 이후 악화돼왔다. 아래 소개하는 보고서는 비시민의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바이스브로트(David Weissbrodt) 가 ‘인권증진과 보호에 관한 소위원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이 2006년 펴낸 것이다. 국제인권법으로 보장되는 비시민의 권리를 살펴보자.

시민과 비시민

시민(citizen)이란 무엇이고 비시민(non-citizen)이란 무엇인가? 이 보고서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인용하여, 시민이란, 한 국가에 의해서, 그 국가와 '실질적인 연관(effective link)'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국제법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할 권한을 개별 국가에 남겨 두었는데, 통상적으로, 시민권은 그 국가에서 태어나는 것(출생지주의), 그 국가의 시민인 부모에게 태어나는 것(혈통주의), 귀화, 또는 이러한 방식들의 조합에 의해 획득될 수 있다. 비시민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이러한 실질적인 연관들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비시민의 다양한 형태

비시민 중에도 여러 집단들이 존재한다. 영주권자, 이주자, 난민,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 트래피킹 피해자, 외국 학생, 임시 방문자, 여타 형태의 비이주자와 무국적자 등이다. 이들이 갖는 권리들은 각각의 법률 체제에 따라 따르지만, 대부분이 직면해 있는 문제들은 아주 유사하다. 비시민이라는 상황으로 인한 공통된 문제는 세계인구의 약 3%(약 1억7천5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비시민은 자의적인 살해, 비인간적인 처우, 노예제, 자의적인 체포, 불공정한 재판, 프라이버시 침해, 강제 송환, 강제 노동, 아동 노동, 그리고 국제인도법 위반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진다. 그들은 또한 결혼할 권리, 소수자로서 보호를 받을 권리, 평화적인 집회와 결사의 권리, 평등권, 종교와 신앙의 자유,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노동권(예를 들어서, 단체교섭권, 근로자 수당을 받을 권리,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에 대한 권리), 그리고 영사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국가는, 시민들에게 명시적으로 보장된 정치적 권리, 그리고 이전의 자유와 관련하여서만 제한적으로 시민과 비시민을 차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들과 비시민들이 직면한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거의 모든 비시민이 공식적‧ 비공식적인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외국인 혐오,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언어 장벽과 낯선 관습, 정치적 대표의 결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특히 노동권·교육권·건강권을 실현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신분증명서류를 취득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자의적인 구금과 기한 없는 유치, 인권 침해에 대해 효과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또한 개선될 수 있도록 할 수단의 결여를 경험한다.

국제인권법의 일반원칙

□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비차별 원칙(제2조 1항)과 법 앞의 평등(제26조)을 모든 사람에 대하여 보장하고 있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규약에서 보장한 권리는 호혜주의로, 그 사람의 국적 또는 무국적과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규약의 일반원칙은 규약의 각 권리가 시민과 외국인간에 차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규약이 적법한 것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한 제한에 의해서만 비시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규약에서 국가들에 허용하고 있는 제한은 두 개 범주의 권리에 대해서이다. 즉 시민에게 명시적으로 보장된 정치적 권리와 이동의 자유이다. 규약 25조는 정치참여의 권리, 투표권과 피선권, 자국의 공무 취임의 권리를 “모든 시민”의 권리로 규정하며, 이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 어느 국가의 영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 인종차별철폐협약

시민‧정치적 규약과 비교해 인종차별철폐협약은 평등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좁게 해석한다. 즉, 비시민이 유사하게 취급될 것을 요구한다. 비시민에 대하여 일반원칙의 적용을 제한하는 조항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인권법의 총체적 맥락에서 읽을 필요성을 강조한다. 있을 수 있는 제한 조항들을 결코 국제인권법에서 선언되고 인정된 권리와 자유를 훼손하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국가가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특정 인종‧종족‧민족‧종교 집단들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불관용과 증오의 행위들을 공적으로 비난할 것, 그리고 비차별의 원칙과 비시민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킬 것.
△ 비시민이 법 앞의 동등한 보호와 인정을 누리도록 보장할 것.
△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관련하여, 특히 주거, 교육, 그리고 고용 등의 분야에서 비시민이 당면한 문제들에 집중할 것.
△ 시민과 비시민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권의 평등한 향유를 보장할 것, 최소생활기준을 보장하는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비시민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할 것.
△ 노동 조건과 언어 요건과 관련하여 비시민에 대한 차별 근절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
△ 난민 지위를 구하는 사람에 대하여 그들의 국적을 따지지 말고 난민에 관한 국제 기준을 동등하게 적용할 것, 국제협력을 포함하여 난민이 처한 상황에 모든 이용가능한 수단을 취할 것.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4년 8월에 ‘비시민에 대한 차별에 관한 일반권고 XXX’를 채택했다. 그 주된 원칙들 중 몇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시민권 또는 이주자 신분에 따른 다른 처우는 그러한 구별의 기준이 정당한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그 목적의 달성에 비례하지 않는다면 차별을 구성한다.
△ 비시민의 상이한 범주(가령 시민의 배우자가 비시민 여성인 경우, 시민의 배우자가 비시민 남성의 경우)에 따라 처우의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걸 삼가야 한다.
△ 국가는 외국인 혐오주의의 태도와 행동으로부터 비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 국가는 특정 비시민 집단이 시민권 또는 귀화에 대한 접근과 관련하여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모든 비시민에게 사법행정에서 동등한 처우를 보장할 것.
△ 추방 또는 여타의 이동 과정들이 인종 또는 민족적 출신에 따라 비시민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가족생활의 권리를 과잉 침해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 비시민은 그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 또는 영토로 돌려보내지거나 추방되어서는 안 된다.
△ 비시민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들, 특히 교육, 주거, 고용과 건강을 누리는데 있어서 장애물은 제거되어야만 한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일반권고 XXX’는 비시민의 권리와 그 해석에 대한 포괄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국가가 시민과 비시민간의 구별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구분이 여타 인권기준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지 않는 한에서만 그렇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아홉 명의 테러 용의자들이 영국 정부가 그들을 구금함으로써 유럽인권협약 제5조에 정한 자유와 안전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바 있다. 시민권 또는 이주자 신분에 기초한 차별적 대우는 만약 그러한 차별의 기준이 인종차별철폐협약의 목적 및 의도에 부합되지 않거나, 그 목적과 의도의 달성에 비례하지 않거나, 또는 비시민에 관한 특별 조치들에 대해서 언급한 위 협약 제1조 제4항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결과적으로 상이한 인종집단에게 별개의 권리를 존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조치), 금지된 차별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덴마크 시민과 결혼한 튀니지인 영주권자가 그가 덴마크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덴마크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한 사안이 있다. 이에 대한 인종차별위원회는 그가 오로지 덴마크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당했고, 또한 국적 요건이 대출상환 보장의 필요성에서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적은 대출 상환 의사와 능력을 조사할 때 적합한 요건이 아니므로(신청자의 상시적인 거주 또는 그의 고용, 재산, 또는 가족적 유대가 있는 장소가 이 맥락에서 더 관계가 있고, 시민도 외국으로 이사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전 재산을 둘 수도 있으며, 그리하여 변제 요청을 강제하는 모든 시도를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차별을 당했다고 보았다.

□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마찬가지로 비차별 조항(제2조 2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규정(제2조 3항)하고 있는데, “개발도상국은 인권과 국가 경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이 규약에서 인정된 경제적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자국의 국민이 아닌 자에게 보장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평등 원칙에 대한 하나의 예외로서, 위 조항은 좁게 해석되어야 한다. 즉 개발도상국들에 의해서만, 오직 경제적 권리들과 관련해서만 그와 같은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 국가들은 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하여는 시민과 비시민 간에 차별을 둘 수 없다.

지역 기구들

지역 인권법은 대체로 지구적 기준들이 제공하는 보호에 부합되지만, 그 기준과 예외가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인권재판소는 허용가능한 추방에 관하여 유럽 시민과 비유럽 국적을 가진 개인들을 구분했다. 미주인권재판소는 중미 국가들의 국민, 스페인 사람, 이베로아메리칸(스페인, 포르투갈과 양국 식민지였던 곳의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귀화를 허용한 코스타리카 헌법의 귀화 규정에 대하여 비차별적이라 했다. 이들이 코스타리카인들과 더욱 가까운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유대를 공유하기 때문이며, 처우의 차이가 정당한 목적을 가지며 정의와 이치에 반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차별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가 헌법들

국가들의 헌법은 ‘시민’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반면 국제인권법은 모든 사람에게 권리를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헌법은 인권을 시민에게만 보장하고, 나이지리아 헌법은 출생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과 여타의 시민에게 보장된 권리를 구별한다. 반면에 아제르바이잔 헌법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언급된 권리의 대부분을 차별없이 보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특히 아르메니아, 러시아, 쿠르드 소수민족에 속한 사람들이 실제로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나아가, 단지 헌법에 비차별의 일반 원칙을 언급하는 것만으론 인권법의 평등 요청에 대한 충분한 답이 아니다. 국가는 모든 형태의 차별과 싸우기 위해 효과적인 입법뿐만 아니라 그러한 법 위반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구제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비시민의 권리 사례

□ 무국적자

태어난 곳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거나 상실한 사람(일정한 등록기간에 등록을 하지 못했고, 그 이후로는 등록을 거부당한 경우),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시민권을 청구할 수 없는 사람, 출생지주의만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의 비시민인 부모에게서 아동이 태어났는데, 그 아동이 태어난 곳은 혈통주의를 택하는 국가인 경우 등이 있다.

국가들은 특히 아동을 우선순위로 하여 영주권 허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국적자를 그 선조들의 기원이 되는 국가들로 강제송환해서는 안되며, 오랜 기간 관계를 가진 국가나 거주국가로 들어갈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된다.

□ 난민,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Asylum seeker)이란 난민 지위를 얻기 전에 피난처를 찾아 일단 외국으로 도피해 온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입국했다며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의적 구금, 구금기간의 장기화, 테러리즘 또는 국가안보를 빌미로 한 모호한 구금, 이주 아동의 구금, 법률 지원과 사법심사절차의 무시, 일반 범죄자와 같이 구금하는 것, 독방 감금, 신체의 보전을 위협하는 방법의 사용, 과밀‧열악한 위생 조건 등 부적절한 시설 수용, 의료조치의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난민의 적격성 심사는 신청자의 인종적‧민족적 출신을 따져서는 안되며,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궁핍한 상태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난민 신청자를 구금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하며 특히 가족을 찾아 온 사람에 대해서 그러하다.

□ 비시민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시민권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를 가지며, 정부들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비시민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은 정당하고 우호적인 노동조건을 누릴 권리를 가지며, 이것은 안전, 건강, 노동시간, 임금 등에서 시민권이나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국가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비시민 노동자가 노동조합사무실을 갖는 것을 방해받아서는 안되며 파업할 권리가 제한돼서도 안된다.

국제노동기구의 8대 조약들은 시민권과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미주인권재판소는 비차별과 평등권은 이주 자격과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들에게 적용되는 권리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들은 미등록 노동자의 고용이나 노동권 제한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이주자의 지위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고용 서류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 일을 제공하지 않거나 추방할 권리가 정부에 있다고는 하나, 일단 고용관계가 개시됐다면 미등록 노동자도 공인된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고용과 노동권에 대한 자격을 갖는다고 했다.

□ 비시민 아동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비시민인 아동, 소수자 집단에 속하는 아동의 권리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이주현상의 전개를 다루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시민 아동은 이름을 가지고 국적을 획득할 권리를 갖는다. 비시민의 아동이 무국적 상태가 되지 않도록 출생 즉시 등록되고 국적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법적 신분이 없는 비시민 아동이 학교에서 배제돼서는 안된다. 국가들은 비시민 아동의 교육권을 비롯하여 아동이 사회에 통합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결론과 권고

그동안 비시민의 권리 옹호는 난민, 무국적자, 이주자, 트래피킹 피해자 등 각각의 개별적인 집단에 초점을 두었다. 물론 개별 집단이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처한 유사한 상황과 목표에 대한 통일된 노력, 전체로서의 비시민의 권리를 조명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 보고서가 그렇듯이 비시민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적 노력들은 ‘비시민의 권리를 다루는 분명하고 포괄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우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비시민이 당면한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 주요인권조약들과 그 관련기구들이 구체적인 기준을 채택하고, 비시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사국들과 대화를 강화하고, 공통의 일반논평과 권고를 만드는 것이 비시민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일관되고 구조적인 접근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권오름 제 105호 2008년 05월 27일 번역/정리 : 류은숙, 서신(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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