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께 드리는 새해 인사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맵니다


지난해 마지막 토요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 긴급행동’의 집회에서 한 개신교 목사님이 말했습니다. 폭격의 폐허 속에 누워있는 팔레스타인의 어린 아기야말로 자신이 섬기는 ‘신’이라고요. 또 한 젊은이가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세상은 여러 번 무너졌으며, 그중 하나가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였고, 또 팔레스타인 학살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너진 자리에서 손잡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의 세상을 재건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새해 첫 토요일, 인지저하인 어머니를 모시고 간 미용실에는 새로 머리를 단장하려는 분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그렇게 머리를 다듬고 새해 소망을 나눌 시기에, 제 머리도 손질하지 않는 듯한 권력자는 또다시 침공으로 세계의 평화와 인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살기 위한 노동을 죽음을 무릅쓰고 해야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막으려는 갖은 술수가 경영 지침으로 용인받는 사회에서 기본적인 경제·사회적 권리의 설 자리는 좁아지는 데 금융과 부동산 일색의 얘기가 넘쳐납니다.
고문과 학살,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는 애써 찾아들어야 하는데, 인공지능 등을 내세운 ‘새로운’ 권리에 대한 볼륨은 높고 사방에 넘칩니다. 물론,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는 맥락에 따른 지속적인 변화 또한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을 지켜내지 못하는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그 변화는 누구의 이익을 앞세우는 변화일지 의심스럽습니다.

인권연구소 ‘창’은 인권의 이념과 가치를 벼리는 일을 주 사명으로 여깁니다. 새해에도 미약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 인권을 지키는 속에서 변화의 역동성과 호흡하는 인권 활동을 계속하겠습니다.

1) 코로나19 때부터 계속해 온 돌봄 연구와 실천의 주제를 올해는 ‘돌봄의 정치 경제’로 정하고 이어갑니다. 또한 돌봄 정책에 대한 모니터와 비평을 겸하는 ‘돌봄 관련 뉴스레터’를 월 2회 정기적으로 발간할 계획입니다.
2) 극우의 부상과 그들이 약탈한 인권의 언어를 새롭게 복원하기 위한 인권활동가 세미나 1기를 연말에 진행했는데, 더 심화된 주제로 2-3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3) 인권의 가치를 다룬 기본 교재로 『인권은 무엇을 하는가』(가제)를 출간 준비 중이고, ‘돌보는 남성성’에 대한 책 또한 작업 중입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절, 내미는 손 잡아주고 놓지 않고 다독여 주는 여러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맞잡은 손들 사이로 무너뜨릴 것은 무너뜨리고 재건할 것은 새롭게 세우는 시작이 움뜨길바랍니다. 느슨해진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 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1월 8일 인권연구소 ‘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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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입니다.

저는 199611월에 열렸던 제1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만들었던 일원입니다. 그때 전국 14개 지역의 신청을 받아 지역인권영화제도 함께 열었는데, 그중 유일하다시피 살아남은 것이 인천인권영화제입니다. 경찰과 국정원까지 나서서 금지했고, 돈도 없었고, 작품 섭외, 번역, 자막, 디자인, 홍보 등 영화제를 할 만한 기술도 없던, 정말 보잘 것 없는 한 인권단체의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나 돕는 손길들과 구름떼같이 찾아온 관객들 덕분에 기적처럼 영화제를 열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받은 관객 설문지에는 정말 많은 말들이 적혀있었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한 문장을 기억합니다. “살아남길 바란다.”

살아남길 바란다”. 어떤 살아남음을 그걸 남긴 분이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살아남음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인권의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남으라는 것입니다. 가치라는 것은 어떤 행동을 바꿀만한 것, 어떤 행동을 지속할 만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자유와 어떤 평등을, 어떤 연대를 추구하느냐가 우리의 행동을 바꿀만하고 또 고집스럽게 지킬만한 것으로 만듭니다. 국가의 억압뿐 아니라 기업과 다수자의 이름으로, 다양한 폭력, 착취, 수탈, 모욕과 혐오가 이루어지는 지금,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바꿀 뿐 아니라 지킬만한 것으로 만드는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를 갈고닦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변화와 지속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둘째, 함께 모여 살아남으라는 것입니다. 볼 것이 별로 없고, 보고자 하는 것은 검열당했기에 함께 모여 보려고 애썼던 과거와는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볼 것이 너무 많고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오늘날,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런 시대에 인권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함께 모여서 보고, 이견을 의견으로 나누고, 거기 담긴 고통과 저항에 자신들의 것을 보태어, 같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일 겁니다. 함께 모여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로써만, 우리는, 대안적 삶의 양식을 고민하는 인권운동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셋째, 마지막으로 잊지말자’, ‘기억하자입니다. 1회 인권영화제의 첫 상영작의 제목은 잊지 말자였습니다. 우리는 기억 속에 살아남습니다. 이 기억은 회고적이고 퇴행적인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목격했던 사건들, 희생자에 대한 되새김질과 현재 벌어지는 사건과의 연결 속에서 재의미화와 실천의 비계를 쌓고 그물망을 설치하는 일입니다.

우리 함께 살아남읍시다. 30회 인천인권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인권아카이브(http://hrarchive.or.kr)가 서버 이전 중이라 당분간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완료되는 대로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인권활동가전략캠프최종자료집.pdf
3.49MB

인권의 새로운 도전과제 대응과 인권이념의 재구축을 위한 전략 인권활동가 캠프 정리 자료집 (2024.10.3)

8개 주제에 대한 녹취록이 담겨있습니다. 

인권전략캠프 일정과 주제

: 202481~29(매주 목, , 오후 3~6, 815일 제외) : 서울 정동 프란치스꼬회관

1~3: 81, 6, 8

취약성, 상호의존성, 관계론적 접근(관계적 자율성, 상호행위주체성)을 키워드로 인권론 재구성하기

4: 813

인구변동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 부상하는 인권 문제는 무엇인가?

5; 820

노년 인권을 맞이하는 관점에 대하여, 학대와 부양의무 논의 등을 넘어서

6: 822

돌봄’(케어, 보호, 후견, 지원)을 둘러싼 인권운동 내 긴장과 논쟁에 대하여, 장애권리운동과 페미니즘 관점을 교차하기

7: 827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조력사 법제화에 대한 찬반 논의를 넘어서 삶과 죽음의 통합성과 존엄에 초점 맞추는 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8: 829

종합 토론: 정치의 위기 속 부족주의적 권리 주장과 대결 속에서 인권의 자리는? 보편성의 재검토 및 인권의 정치의 원칙들 확인하기

이제 이불 빨래를 하려 합니다-윤석열 파면 이후의 세계를 준비하며-

아침을 맞을 때마다 이불 빨래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 지가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탄핵소추 되면 해야지’, 또 그러다가 파면되면 해야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흘렀네요. 본의 아니게 위생 상태를 고백하게 됐지만, 이제는 정말 이불 빨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겨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촉들이 너무 많은데 몇 개만 꼽을 수밖에 없는 게 아쉽습니다. 남태령의 눈물이 젤 먼저 떠오릅니다. 경찰이 봉쇄한 차벽이 뚫리는 순간 트랙터에 오르던 늙은 농민의 두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봤습니다. 그분이 눈물을 훔치던 무명 손수건이 흥건해진 느낌은 서러움이 승화된 기쁨이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던 한강진, 직접 만든 쌍화탕을 가방 가득 데워 와서 감기 들면 안된다고 이리저리 권하던 분, 삶은 계란 한판을 들고나와 낯선 이의 등을 두드리며 에너지 보충하라고 하던 분, 화장실 청소를 콕 찍어서 자원하러 나왔다는 분, 온 사방이 서로를 돌보는 이들이 때는 군불로 따뜻했습니다. 매년 농사지은 쌀을 에 보내오는 농민이 새벽길을 달려온 광화문에서 국민이 심판하자는 깃발을 휘두르는 팔뚝에선 방금 지은 솥 밥의 뜨거움을 느꼈습니다.

광장에서 일군 저항과 돌봄의 정치를 이제 더 조밀하고 복잡한 광장에서 일굴 때입니다. 선명한 목표가 있는 저항보다 더 힘든 투쟁들이 이어질 것이고, 더 많은 의제를 치밀하게 다퉈야 하고, 그러다 보면 서로 돌봄과 연대의 감촉이 무뎌질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런 순간마다 우리가 공유했던 겨울의 촉각들을 되살리는 인권의 정치는 계속될 겁니다.

인권연구소 이 준비하고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극우의 부상과 그들이 약탈한 인권의 언어를 새롭게 복원하기 위하여 파면 이후의 가치 지향을 점검하는 인권운동 연속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때부터 계속해온 돌봄 연구와 실천입니다. 인권운동에서 추구하는 전환적 가치로서의 돌봄 이념 연구와 교육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올해는 지역사회 돌봄 강화를 위한 전략에 집중합니다.

셋째, 인권의 가치를 다룬 기본 교재로 5년 전에 낸 책이 사람을 옹호하라였는데, 관계적 인권론과 돌봄의 가치 등을 보강하여 다시 쓰려 합니다.

밤새 서로의 형편을 걱정하여 몰래 볏단을 상대편으로 나르던 농부 형제의 얘기처럼 서로의 빈 곳간을 걱정하고 챙기기 바쁜 시절입니다. 그런 때에 에도 힘을 나눠주시는 후원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신규 가입해주신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저마다의 한바탕 이불 빨래하고 다시 시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202546일 인권연구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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