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제 195 호 [기사입력] 2010년 03월 24일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물을 마실 때마다 “넌 어디서 왔니?”란 광고 대사가 떠오른다. 요즘은 더 자주 떠올리게 됐다. 포클레인이 점령하고 있다는 수원지 어디에서 이 물은 온 것일까? 찬거리를 살 때면 보통과 유기농 사이에서 갈등하다 묻게 된다. 이 유기농 식품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4대강 사업에 떠밀렸다는 유기농단지 농부들은 지금 어쩌고 있을까? 동료들과 모꼬지 다녀오다 들렸던 한 폭 동양화 같았던 그 나루터는? 거기도 4대강 사업에 날아간다는데 그곳엔 어떤 봄이 왔을까? 마시고 씻고 헹구며 종일 대하는 물에게 ‘네가 온 곳엔 별일 없니?’라고 안부를 물어야 한다. 구정물 같은 과정을 통해 맑은 물을 내뿜겠다는 엉터리 사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척결 대상으로 도마 위에서 다뤄졌다는 뉴스가 보태진다. ‘맨 날 반대만 하는 사람들’ 또는 ‘좌파’라 하는데 ‘맨 날 삽질만 하는 사람들, 일상용어사전에 좌파라는 단어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생각은 어디서 왔니?’라고 묻고 싶다. ‘강 좀 내버려두라’는 요구에 ‘홍보강화’로 맞서겠다는 생각에는 ‘홍보로는 맑은 물을 마실 수 없고 생명을 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질 뿐이다.
‘사람․물․생명’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단체인 ‘강’(International Rivers)의 홈페이지에는 ‘살아있는 강을 위한 입장’이란 글이 있다.
“강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신비이고 은유이며, 수 세대를 통해 자신을 완성해온 과정을 가진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어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우리의 풍경을 형성해왔다. 강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를 먹여 살린다. 강은 우리가 사는 곳, 우리가 먹을 것, 우리가 마시는 것, 우리가 춤출 곳을 결정한다. 우리는 강에 대해 노래와 얘기와 시를 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 강에 간다. 강은 명상의 장소, 경축을 위한 장소를 준다.”
“강은 생명을 지원하고 생명을 나르며, 무엇보다도 모든 살아있는 것에 맑은 물을 공급함으로써 생명을 가능하게 한다.”
“강은 석양과 마찬가지로 성별, 민족 또는 계급을 차별하지 않는다.”
“강은 인류의 집합적 영혼 속에 누벼져 있다. 우리는 강의 노래가 부드러운 소나타이건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이건 간에, 강의 속도와 힘을 느끼러 강에 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강의 물결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에건 완전히 절망할 일이 없다”고 말한 적 있다. 우리는 편안함, 영혼의 쇄신, 명상, 고독을 찾아 강가에 간다. 우리는 강에 가서 생명의 지속성을 느끼고 안다.”
“강의 본질은 그것이 흐른다는 것이다. 저수지의 본질은 그것이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동원한 홍보전문가와 토목, 환경, 그 어떤 전문가를 불러내서 설명한다고 해도 이러한 강의 본질에 어긋나는 방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읽어 볼 인권문헌은 쿠리티바선언이다. 댐 공사로 대표되는, 강을 대상화한 거대 토목공사로 생명과 생존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이 1997년 브라질 쿠리티바에 모여 만든 선언문이다. 이후 해마다 3월 14일을 ‘댐에 반대하고 강․물․생명을 위한 국제행동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 선언을 ‘4대강 사업의 영향을 받는 우리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확인하는 선언’으로 제목을 바꿔도 오늘 우리 상황에 꼭 들어맞을 듯하다.
댐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확인하는 쿠리티바(Curitiba) 선언(1997년 3월 14일) 20개국에서 와서 브라질의 쿠리티바에 모인 우리는, 댐의 영향을 받고 파괴적인 댐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들로서, 댐으로 고통받아온 상실의 경험과 그로 인해 직면한 위협의 경험을 공유했다. 우리의 경험이 반영하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및 환경적 현실은 다양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하나이다. |
인권오름 제 195 호 [기사입력] 2010년 03월 24일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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