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얼굴색이 다르고 언어와 종교가 다를지라도 우리는 한국 노동자들과 똑같은 노동자들”이라며 이주노동자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이 창립됐다. 그 후 채 한 달이 못돼 이주노조의 아노와르 위원장은 표적 연행되어 11개월이 넘도록 구금돼 있어야 했고 노조설립신고서는 반려됐다. 그러나 단속과 추방, 뿌리 깊은 인권유린에 맞선 이주노동자들의 싸움은 계속됐다. 그 속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가쁘게 달려왔던 샤킬 이주노조 (전) 수석 부위원장을 만나보았다. 지난 6월 11일 총회에서 새로 집행부가 구성되었기에 한동안은 아픈 몸을 추스르겠다는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빠 보였다. >


이주노동자가 보는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가 인간으로서나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따라서 인권을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큰 문제는 단속이 워낙 심한 것입니다. 단속과정에서 연행되고 강제 추방되고 그 과정에서 단속에 반대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월과 4월에도 2층, 3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고…. 건강한 몸으로 돈 벌러 왔지만 단속을 피하다가 단속반원에게 맞아 장애를 안거나 시신으로 돌아가거나…. 단속으로 모든 문제들이 벌어집니다.

일주일 정도 일을 하면서 인간이니까 휴식도 필요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필요하고, 토요일 일요일 외출 나가서 이들도 봐야하고 그런데, 토.일요일도 단속이 심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인권침해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몸이 아플 수 있고 병원도 가야 하는데 또 단속 때문에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작은 병들도 키우다가 돌아가신 이주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일을 하면서 사람을, 사람인데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쉬면서 자기 몸에 맞게 일을 해야 하는데 정부의 단속정책 때문에 업주들도 그걸 이용하면서 열 몇 시간 일을 시키면서 이주노동자들 피로가 많이 쌓이면서 과로로 돌아가신 경우도 많습니다.


남의 문제 아니잖아요?

저는 한국 와서 처음에 프레스 했어요. 공중전화 만드는 프레스…. 사실 저는 14년 됐지만 14년 전하고 지금하고 인식이 조금씩 많이 나아지는 편이고 젊은 세대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40대나 50대나 아직까지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우리 이주노동자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88올림픽 치른 다음부터 조금씩 한국에 들어오고 오랫동안 살았잖아요? 이 사람 들어오면 저 사람 나가고 이런 식으로….

앞으로도 내가 느끼는 건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이걸 할 것 같아요. 인력이 부족하니까. 이주노동자 문제는 사실상 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사회에서 살고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문제는 남의 문제라고 생각 안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이 문제는 우리 문제다’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한 집에서 이방에는 한국분들 살고 앞방에는 이주노동자 살고, 같은 공장들에서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도 일하고 한국분도 일하고 식사 같은 것도 같은 식당에 가서 같이 식사를 하고, 그거 남의 문제 아니잖아요? 인권문제나 노동문제나 자기 동네에서 이주노동자 살면 동네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갔으면…. 이주노동자도 많은 도움이 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가 나아지고 좋아지고. 아쉬운 것은 시민분들은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 안하는 것 같고 오히려 정부에서 선전하는 그런 것 믿어가면서 한국인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아직까지는 많아요.


고단했던 걸음걸음

저도 사실은 오자마자 운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노동운동 하러 오는 이주노동자는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자기 나라에서 뭘 해야 하는데 할 곳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재정문제도 해결하고…. 저도 마찬가지로 그런 목표로 한국에 오게 됐고, 처음에는 일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함께 하는 한국인들도 이주노동자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어요. 언어소통도 안되고 음식도 안 맞고 문화도 다르고 여러 문제들 때문에 쉽게 이해를 하지 않았고, 업주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돼든 간에 저임금에 장시간 일을 시키는 목표로 일을 시키는데…. 저도 처음에 들어와서 8시부터 9시까지 일을 했고 연장 일을 하게 되면 연장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연장수당도 없고 다른 수당도 없고 일을 하면서 많은 억압이나 무시당하고 그런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 있으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다치고 치료도 못 받고 보상도 안 해주고, 치료도 간단히 하고 출국시키고, 임금도 달라고 해도 떼이고 이런 모습이 너무 힘들었어요.

94년도에 산업연수생 제도 시작하면서 연수생으로 들어왔잖아요. 연수로 들어와서 노동일 하니까 노동자잖아요. 산업재해를 당해도 산재로 인정을 안 해주니까 농성 시작하고…. 또 한 번 96년도에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를 때리지 말라’ 한 적 있어요. 거기에도 가고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꾸려가면서 난생처음…. 그땐 모든 걸 걸어놓고 활동한 건 아니고 집회나 거리선전에나 결합하면서 98년인가 99년엔가 인식 시작되고 활동하고…. 노동조합은 그때는 없었어요. 2001년도에 가서 평등노조 이주지부가 생기고, 2003년도에 명동성당에서 단속 때문에 농성 시작되고, 그 이후부터 2005년 4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생기고 창립총회를 하면서 수석부위원장 맡아서 하게 되고….


기본을 찾자는 운동인데…

국내노동자들도 노동운동하면 빨갱이다 그런 얘기하는데,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예요. 남의 나라에 돈 벌러 왔는데 무슨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그런 생각 갖고 있을 수 있지만 한국노동자들의 운동하고 이주노동자 운동하고 다른 점 있어요. 원래 있어야 하는 부분을 우리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노동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해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동안 단속을 계속해 왔잖아요? 그런데 성과가 없잖아요? 미등록 노동자로 계속 남아있고, 단속으로 이주노동자 없어지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합법화 해 달라, 노동일을 하니까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 우리가 일을 하니까 임금도 달라, 우리가 산업재해를 당할 때는 산재로 인정해 달라, 노동자니까 노동3권을 보장해 달라, 원래 이것은 기본으로 있어야 하는 부분인데 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노동운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노동자하고 이주노동자 운동 차이점 이런 부분 있고…. 그런데 시민들이 아직 몰라요. 우리가 왜 투쟁하고 노동운동하는지 모르는 분 많아요. 그래서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많이 알려지면 많은 관심을 가지리라 믿어요.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해서.

이주노동자 운동하고 국내 다른 운동들하고 자주 결합이 되죠. 예를 들어서 비정규직 운동.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중에서 또 비정규직 노동자죠. 비정규직 운동에도 이주노동자들이 결합하고…. 현장에 있는 많은 투쟁일정에 그런 사업장도 많아요. 임금도 안주고 부당해고 하고 그런 부분, 한국노동자들도 많아서 그런 문제에 연대투쟁하고 국제연대도 하고….


가지도 못 하고 오지도 못 하고…

아노와르 위원장은 347일 만에 (구금됐다가) 나왔죠, 347일 만에…. 한 달 넘게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지금은 통원치료 받고 있고, 정신과와 정형외과…. 어깨도 다치고 해서 치료하면서 나머지 시간 이주노동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6월 11일 총회하면서 다시 위원장 역할 맡고 있어요. 건강이 많이 안 좋죠.

기쁜 일은 없어요. 거의 없어요. 계속 투쟁하면서 사실 단속을 중단하라, 산업연수생 제도는 사실 노예 제도잖아요. 이름만 산업연수생이지, 사업장 이동 자유 없고 해지를 해달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부분 얘기 안 되고…. 그래도 아노와르 위원장은 연행되고 347일 만에 나오고…. 사실 노동자는 하나지만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여러 갈래로 갈라놨어요. 정부 차원에서 중국 동포나 다른 국가들 구분하고…. 한 가지는 이주노동자들이 4만 명 정도 결혼을 하면서 아이들이 나왔잖아요. 그 아이들이 아직까지 학교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부분 많아요. 부모들이 미등록이라 불안감도 있고…. 94년도에는 산업재해를 당해도 산재인정 못 받았는데 투쟁하면서 그 부분 많이 알려지고 산재를 인정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한계가 남아있어요. 일부는 받을 수 있는데, 미등록 산재를 당하면 업주가 산재를 신청하면 벌금 같은 것 물어야 해요. 그래서 업주들이 벌금 있으니까 산재치료 안 해 줄려고 하게 되고, 이주노동자들도 산재를 똑같이 당하면서 치료를 끝내도 하던 일이 장애가 있으니까 그 이후에는 하지 못하잖아요. 직업을 바꿔야 하잖아요. 직업훈련 받아 나머지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직업훈련 노동부에서 훈련 좀 해 주는데 이주노동자들은 안돼요. 나머지 인생 살아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되게 많아요. 

신분 때문에 고향에 잘 못 가잖아요. 신분불안 때문에 14년 동안 한 번도 못 갔어요. 가족들하고 전화연락하고 처음에는 편지를 쓰면서 주고받고 많이 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집에서도 많이 부담이 되고, 너무 맘이 안됐으니까….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고, 재작년에 엄마 돌아가시고…. 가지고 못하고 오지도 못하고…. 엄마도 전화할 때면 ‘어서 와라, 보고 싶다. 빨리 와라’. 그래도 가지도 못하고, 갔다가 오지 못하면 불안하니까.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지금 상태 아주 안 좋아요. 가야 하는데 갔다가 다시 오기가 참…. 보고 싶은 사람 못 보고 가족들이 돌아가시고…. 저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그런 문제 갖고 있고 합법화를 해주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고 싶을 때 가고 가족이랑 부모님 보고 인사하고 와서 일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아쉽죠.

한국 사람도 일하러 다른 나라로 떠나잖아요.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한테는 인정하지 못 하잖아요. 누구나 필요에 따라 이주를 할 수 있고 이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리 와서 뭐를 하고 있는지 왜 떠나는지 왜 남아있는지, 정부에서 그렇게 선전하기 때문에 시민들도 인식이 박혀있어요. 한마디만 하고 싶은데, 사실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하는 공장들 있잖아요? 사실 월급이나 임금을 1.5배, 두 배를 줘도 한국노동자들이 그런 일들 거의 안 해요.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하는 공장에는 거의 내국인 노동자 없고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이 더 나가게 되면 작은 공장들이 운영하기 힘들어져요. 사실 작은 공장, 중소기업공장 대기업이 연결이 돼있어요. 제품들이나 물건들이 납품하면서 대기업으로 가거든요.

또 하나는 한쪽에서 시민들의 의식을 그렇게 만들어가면서, 떠나야 하는데 남아있는 것으로 그렇게 선전하면서 또 한쪽에서 이주노동자 새롭게 계속 투입을 하고 있어요. 올해도 10만 5천명? 새로 투입하고 있고 이미 시행하고 들여오고 있어요. 왜? 인력이 필요하니까. 인력이 필요하면서 인력 필요 없다. 다 나가야 한다. 그러면 이주노동자들이 나가야 하는데 한쪽에서 기술 있고 언어, 의사소통되는 이주노동자 추방시키면서 또 한쪽에서는 기술 없거나 언어 소통 안 되는 이주노동자들을 투입하면서 일을 시키잖아요. 이유는 뭐예요? 아예 모든 것 모르고 있는 과정에서 그 사람한테 뭐든지 시킬 수 있어요. 임금도 적게 주고 야근도 시키고 뭐든지 일을 시킬 수 있어요. 그런 것 때문에 그렇게 선전하면서….

한 가지 더 이야기 하면 고용허가제 시행되고 나서 합동단속이 시작됐잖아요. 2003년하고 2004년, 그때 고용허가제 시행 전에 이주노동자 평균임금, 시행 이후에는 오히려 낮아졌어요. 어떤 제도가 시행되고 나면 제도에 따라서 사람들 삶이 나아져야 하는데 안 좋아졌잖아요? 한국시민들도 유럽이나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에 가서 일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누구나 필요하니까 나라를 떠나서 일을 하거나, 그런 문제가 있으니까 떠나게 되고 남의 나라 가서 일하게 되는 건,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 정도가 자기 나라를 떠나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문제예요. 시야를 넓혀가면서 폭넓게 생각했으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욕 듣고 반말 듣고

일상적으로 불리한 문제들 되게 많아서 너무 많아서…. 사실은 요즘은 조금 좋아졌지만 전세나 월세나 방 한 칸 얻을려면 집주인들이 거의 다 안 해 줄라고 해요. 생활하면서 큰 문제죠. 사람이 방이 있어야 생활을 하는데…. 나라는 언어나 문화가 다르잖아요. 음식, 밥 다르죠. 냄새도 다르죠. 아직까지 되게 많아요.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는 걸 보면 이해도 못하고….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앞집에서 살면서 한국분들 음식 해먹잖아요.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음식을 해먹는데 냄새가 나면 뭐라고 말을 많이 하거든요. 무시를 하고…. 음식 같은 건 할 때도 창문 닫으면서 되게 조심스럽게 해먹게 되고….

누구나 아플 수 있잖아요.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의료보험이 없어요. 일반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되게 고달프고 부담되죠. 치료를 안 받게 되고…. 또 공장에서 노동하잖아요. 똑같이 일을 하는데 누구는 퇴근하고 누구는 계속 일하고 누구는 휴가가고 누구는 계속 일시키고, 한국인 노동자들이 퇴근하고 우리는 일을 하고, 한국노동자들이 휴가가고 일 시키고…. 그런 회사 있어요. 2-3달에 한번 그 회사 가는데, 물어봤어요. 그 사람들 365일에 쉬는 시간이 사흘밖에 없대요.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거리 다니거나 어딜 가거나 이야기를 할 때는 한국분들이 처음 얘기하는 거, 처음 만날 때는 나이를 떠나서 존댓말 해야 하는데 이주노동자 보면 무조건 반말하고…. 되게 많아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예전엔 지하철 탈 때 밤이 되면 무서워서 지하철 못 탔어요. 술 마시면 이상한 행동하고…. 우리가 피부색이 검잖아요, 동남아시아에서 오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 타면 앞에 자리 비어있고 그런 일 많아요. 공장에서도 반말, 심한 욕 많이 하거든요. 마찬가지로 단속을 하면서 연행할 때도 직원들이 가스총이나 전기봉, 무기들 있잖아요? 그런 것 사용하고 우리가 범죄자가 아닌데…. 잘못한 건 미등록밖에 없잖아요? 단속을 하면서 수갑을 채우고 20대? 나이도 얼마 안 된 사람들이 반말하고, 존댓말 해도 되지만 반말하고 욕하고 때리고…. 이주노동자들은 들어올 때도 반말 듣고, 일하면서도 반말 듣고 욕 듣고, 나갈 때도 출입국직원들한테 반말 얻어먹고 욕 얻어먹고…. 들어온 날부터 나가는 날까지 계속 그런 고통을 받고 나가는 거죠. 사실 고통스런 일들이 많아요. 얘기하게 되면 너무 많고….


…좋겠고, …좋겠고, …좋겠고

앞으로도 이주노동자 동지들이 (문제를)어느 정도 해결할 때까지 인권보호를 받을 때까지, 한 시민으로 한 사람으로서 똑같은 사람이면서 함께 웃으면서 살아갈 때까지, 좋은 일 있을 때 같이 웃고 안 좋은 일 있을 때 같이 함께 울면서, 그런 날 올 때까지 계속 같이 해야죠.

마지막으로 제가 한국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어요. 치료 못 받거나 단속 피하다가 자살하거나…. 이제라도 없어졌으면 좋겠고, 이제 와서 ‘이주노동자 문제가 뭐’ 그렇게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고,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다’, ‘사회문제다’, ‘이주노동자들도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이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그런 의식을 한국 시민들이 많이 갖게 됐으면 좋겠고, 한국 시민들도 우리 문제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빨리 이런 문제들이 없어졌으면 좋겠고, 정부 차원에서도 제대로 정책을 마련하면서 이주노동자 억압받고 있는 것 그런 부분들 개선해나갔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편집자주> [외침]은 한국사회의 인권현장, 바로 그곳에 있었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공 없이 그대로 담는 기획이다. 지식인이나 활동가 등은 글쓰기 등을 통해 자기 얘기를 남기지만 인권현장에서 그 원인과 결과를 고스란히 삶으로 받아내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외침’은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한다.

 

[정리/류은숙] <2006년 7월 4일 인권오름 제11호>

인권오름 제 83 호  [기사입력] 2007년 12월 12일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모든 사람은 이주자일 수 있다. 기름바다가 된 곳, 만리포 해수욕장은 내 아버지의 고향이었다. 어린 시절 해녀가 갓 잡아온 전복과 해삼으로 상다리가 부러지는 상찬을 맛보았던 곳이고, 바닷물로 씻으면 다래끼가 낫는다고 온 가족이 해수욕을 간 날, 열심히 눈을 씻었던 곳이다. 내 아버지가 그런 고향을 떠나 서울사람이 됐듯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타향살이’를 통해 삶을 추구했다. 전세금 파동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주거를 옮긴다. 직장을 유지하려고 가족들이 떨어져 살기도 한다. 팍팍한 삶을 벗어나려 먼 나라로 이민을 떠나기도 한다. 하와이에 이민 노동간 먼 선조나 광부와 간호사로 떠나갔던 가까운 선조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런 저런 상황과 이유로 우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주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이주자’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이방인 노동자, 손님 노동자 혹은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한다. 체류가 불법이면 힘든 노동도 불법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위험하고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말이 결혼이지 사기‧매매‧폭력에 우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는 생이별이거나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온전히 키우기 어렵다. 노조를 만드는 족족 지도부가 연행되고 사냥식의 단속에 떨어야 한다.

이렇게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주를 한다. 결코 자발적이라 할 수 없는, 좋든 싫든 이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등 떠밀기 때문이다. 불법이다 아니다, 환영한다 안한다와 관계없이 어떤 조건에서건 기본적인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 이주(노동자)는 현실이며, 우리 사회의 테두리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1990년 이날, 유엔이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이 협약은 “본인이 국민이 아닌 국가에서 보수를 받는 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2조)를 내리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점을 눈여겨볼 수 있다.

첫째,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는 그들이 고용되어 있는 국가의 법이나 모국의 법으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구성원의 범주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인 정의를 보여준다. 또한 그들에 대한 처우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집단적 추방에서 보호될 권리(22조), 이주노동자의 지위나 지위의 변화로 인해 형을 부과하는 것에 반대하며, 이중과세로부터 보호(48조), 소득과 저축을 가지고 귀국할 자격(47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셋째,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나 경제적 존재만이 아닌 ‘가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넷째, 등록된 합법 노동자이건 아니건 간에 기본적인 권리를 평등하게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다섯째, 불법적이고 은밀한 이주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 평등하고 인간적이고 적법한 조건의 증진을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방지하는 것을 협약의 과제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소기준의 확립을 추구하고 있다. 자국 영토 내에서 누구에게 거주조건과 노동허용조건이 주어지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권한으로서 보호되지만, 국내보호기준이 미흡한 국가들은 국제적 최소 기준에 근접하게끔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배우자의 권리, 노동국에서 태어난 어린이의 권리, 가족 재결합의 권리, 노동계약과 작업장에서의 안전보장문제, 본국 송환 프로그램, 이주노동자 조직을 정책 참여자로서 인정하는 것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인권상황은 이 협약의 지위에도 반영돼 있다. 여타 국제인권조약과 비교할 때 발효되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고, 당사국의 수는 여전히 빈약하다. 한국 정부를 비롯하여 대개의 잘사는 나라들은 하나도 가입하지 않았다. 현재 37개국에 불과한 당사국들은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건 1994년 1월에 있었던 농성으로 기억된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출신 13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산재치료와 보상을 요구하며 경실련 강당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때 나왔던 그들의 호소문을 다시 찾아봤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과연 이들의 호소는 한국 사회에서 얼마만큼 받아들여진 것일까?

“우리가 아무리 불법노동자라고 하지만, 우리도 여러분과 같이 피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난날 한국이 가난했을 때 많은 한국인이 이국땅에 나가서 고난을 받았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우리들의 처지를 헤아려 주시고, 사람으로, 이웃으로 맞아주셨으면 합니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1990. 12. 18 채택, 2003.7.1 발효, 2007년 7월 18일 현재 당사국 37개국)

(93개조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므로 일부만 발췌 소개합니다.
전문은 http://www.sarangbang.or.kr/kr/info/UN/un1.html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관련되어 국제사회에서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주현상의 중요성과 정도를 실감하고,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관계국과 그 국민에 미치는 충격을 인식하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처우에 관한 기본원칙을 수용함으로써 각국의 태도 조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규범의 수립을 희구하고, 무엇보다도 출신국에 없다는 점과 취업국에 체재함에 따라 직면하는 어려움으로 인하여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종종 취약한 상황에 처하게 됨을 고려하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가 충분히 인식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적절한 국제적보호가 필요함을 확신하고, 특히 가족 이산으로 인하여 이주는 이주노동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에게도 종종 심각한 문제를 야기함을 고려하고, 이주와 관련된 문제들은 비정규 이주의 경우에 한층 심각하다는 점에 유의하여, 그들의 기본적 인권의 보호를 보장함과 동시에 이주노동자의 은밀한 이동과 불법거래를 방지하고 제거하기 위하여는 적절한 조치가 취하여져야 함을 확신하고, 미신고 또는 비정규적 상황하의 이주노동자는 종종 다른 노동자보다도 불리한 근로조건하에 고용되어 있으며, 일부 고용주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이에 현혹되어 그 같은 노동력을 찾는 점을 고려하고, 모든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다 광범위하게 승인된다면 비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의 고용에 의지하기가 단념될 것이며, 나아가 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일정한 권리를 추가로 인정한다면, 모든 이주노동자와 고용주가 당사국의 법률과 절차를 존중하고 준수하는 것이 촉진될 것임을 고려하고, 그러므로 범세계적으로 적용될 포괄적인 협약에서 기본규범을 재확인하고 확립하여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에 대한 국제적 보호를 달성할 필요성을 확신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제1조 2. 이 협약은 이주의 준비, 출국, 통과, 취업국에 체류하여 유급활동을 하는 전기간은 물론 출신국 또는 상거소국으로의 귀환을 포함하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전 이주과정에 적용된다.

제2조 이 협약의 적용상:
1. "이주노동자"란 그 사람이 국적국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이에 종사하고 있거나, 또는 종사하여 온 사람을 말한다.

제16조 2.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공무원, 개인, 사인집단 또는 기관 등 그 누구에 의한 폭력, 상해, 협박 및 위협에 대하여도 국가의 효과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8조 1.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법원에서 그 나라의 국민과 평등한 권리를 가지다. 그 사람은 형사상의 죄 또는 소송상의 권리, 의무의 결정시에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권한 있고 독립적인 공평한 법원에 의하여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22조 1.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집단적 추방 조치는 금지된다. 각 추방사건은 개별적으로 심리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제25조 1. 이주노동자는 보수 및 다음 사항에 있어서 취업국 국민보다도 불리한 취급을 받지 아니한다.
(a) 다른 근무조건, 즉 초과근무, 노동시간, 주간휴가, 유급휴가, 안전, 보건, 고용관계의 종료, 기타 그 나라의 법률과 관행상 근무조건에 포함되는 사항.
(b) 다른 고용조건, 즉 고용의 최저연령, 가사노동의 제한, 기타 그 나라의 법률과 관행상 고용조건으로 간주되는 사항.

제26조 1. 당사국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다음과 같은 권리를 인정한다.
(a) 관련 조직의 규정만을 조건으로 하여 노동조합 및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및 기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타의 조직의 집회와 활동에 참가할 권리.
(b) 관련 조직의 규정만을 조건으로 하여 노동조합 및 위에 지적된 조직에 자유로이 가입할 권리.
(c) 노동조합 및 위에 지적된 조직의 원조 및 지원을 추구할 권리.
2. 이러한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법률에 규정되고 국가안보, 공공질서, 타인의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제한 이외에는 어떠한 제한도 부과될 수 없다.

제28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해당국 국민과의 평등한 대우를 기초로 하여 생명의 유지와 회복 불가능한 건강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요구되는 진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응급진료는 그의 체류나 취업이 비정규적임을 이유로 거절되어서는 아니된다.

제29조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성명, 출생등록 및 국적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제30조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해당국의 국민과의 평등한 대우를 기초로 하여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가진다. 어느 부모의 체류 또는 취업이 비정규적이라거나 취업국에서의 자녀의 체류가 비정규적임을 이유로 공립의 취학전 교육기관이나 학교의 입학이 거부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

제31조 1. 당사국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문화적 독자성에 대한 존중을 보장하여야 하며, 그의 출신국과의 문화적 유대의 유지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
2. 당사국은 이에 관한 노력을 지원하고 조장시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32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취업국에서의 체류가 종료되었을 때 그들의 소득과 저축을 이전시키고, 관련국의 해당 법률에 따라 가재 및 소지품을 이전시킬 권리를 가진다.

제40조 1.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및 기타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보호하기 위하여 취업국에서 단체와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가진다.

제42조 1. 당사국은 출신국과 취업국 양쪽에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특별한 필요, 희망 및 의무가 이를 통하여 고려될 수 있는 절차 또는 기관의 수립을 검토하여야 하며, 적절한 경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이 기관에 자유롭게 선출된 대표자를 둘 수 있는 가능성을 상정하여야 한다.
2. 취업국은 지역사회의 생활과 운영에 관한 결정을 할 때 국내법에 따라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과의 협의와 참여를 조장하여야 한다.
3. 취업국이 주권의 행사로서 이주노동자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면, 그는 취업국에서 정치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

제43조 1. 이주노동자는 다음 사항의 이용에 관하여 취업국의 국민과 평등한 대우를 향유한다.
(a) 당해 기관과 사업상의 입학요건 및 기타 규정을 따른다는 조건하에 교육기관 및 교육사업의 이용.
(b) 직업안내 및 취업소개의 이용.
(c) 직업훈련 및 재훈련시설과 기관의 이용.
(d) 주택의 이용. 이에는 사회주택계획과 임차료의 착취로부터의 보호를 포함한다.
(e) 당해 사업의 참가자격을 충족하는 경우 사회 및 보건사업의 이용.
(f) 협동조합 및 자주관리사업에의 참여, 단 이것이 그들의 이주상의 지위 변경을 의미하지 아니하며, 당해 단체의 규정과 규칙을 따라야 한다.
(g) 문화생활의 이용과 참여.

제44조 1. 당사국은 가정이 사회의 자연적이며 기초적인 단위이고,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짐을 인정하며, 이주노동자 가족들의 결합의 보호를 보장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제45조
2. 취업국은 적절한 경우에는 출신국과 협력하여 이주노동자의 자녀에게 특히 현지언어를 가르치는 것과 관련하여 그들이 현지의 학교제도에 용이하게 적응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구하여야 한다.
3. 취업국은 이주노동자의 자녀에 대한 모국어 및 출신국의 문화 교육을 촉진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출신국은 적절한 경우 언제든지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
4. 취업국은 필요하다면 출신국의 협력을 받아 이주노동자의 자녀의 모국어 교육을 위한 특별과정을 설치할 수 있다.

제67조 1. 관련 당사국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귀국하기로 결정하였거나, 체류 또는 취업허가가 만료되었거나, 또는 취업국에서 비정규적 상황에 있을 때, 그들의 출신국으로의 질서 있는 귀환에 관한 조치를 채택함에 있어서 적절히 협력하여야 한다.
2. 관련 당사국은 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과 관련하여 출신국에서의 그들의 재정착을 위한 적절한 경제환경을 조장하고 그들의 항구적인 사회적, 문화적 재통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국간에 합의된 조건에 따라 적절히 협력하여야 한다.

제68조 1. 통과국을 포함하여 당사국들은 비정규적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의 불법 내지 비밀 이동과 취업을 방지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협력하여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하여 각국이 그 관할권 내에서 취할 조치에는 다음 사항이 포함된다.
(a) 이민을 오고 가는 것에 관한 잘못된 정보의 유포행위에 대한 적절한 조치.
(b)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불법 내지 비밀 이동을 적발하고 근절하는 조치와 이와 같은 이동을 조직하거나, 수행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개인, 집단 또는 단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한 조치.
(c) 비정규적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폭력, 협박, 위협을 가하는 개인, 집단 또는 단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한 조치.

제70조 당사국은 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근로조건과 생활조건이 적절성, 안전성, 위생적 기준과 인간의 존엄성의 원칙에 상응할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자국민에게 적용되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인권오름 제 83 호  [기사입력] 2007년 12월 12일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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