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제 159호 2009년 07월 01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역자 주>
이 보고서는 FIAN(식량먼저 정보 및 행동 네트워크:the Foodfirst Information and Action Network)의 2008년 활동보고서이다. 보고서의 제목은 ‘우리는 굶주림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인권을 완전히 향유할 수 있고 특히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이다. FIAN은 식량권에 집중하는 국제인권단체로서 50여 개 국 이상에 회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 연례보고서는 FIAN의 활동내용에 집중하고 있지만, 식량권에 독보적인 단체인 만큼 세계적인 식량권의 문제영역을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소개한다.이 보고서의 원문은(http://fian.org/resources/documents/categoria-1/annual-report-2008/pdf) 에서 볼 수 있다.

만성적인 세계의 식량위기

2008년 언론은 식량가격의 급상승에 주목했고 그 귀결은 소위 “세계의 식량위기”였다. 하지만 식량권 문제에만 집중하는 유일한 국제인권조직으로서 FIAN의 입장은 세계의 식량위기가 하룻밤 새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는 만성적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받는 사실을 인식했기에 이십여 년 전에 FIAN을 설립한 것이며, 그때가 이미 위기였다.

국제사회는 식량위기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고 유엔인권이사회는 2008년 5월 제네바에서 세계식량위기에 관한 특별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를 마치면서 FIAN의 사무총장은 말했다. “브레튼우즈 기관과 WTO의 분명한 영향 하에서 식량위기에 대한 유엔의 태스크 포스팀이 식량에 대한 인권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리고 FIAN은 이에 대한 불만을 담은 청원서를 돌렸다. 세계 70여개 이상의 조직들이 “세계는 똑같은 처방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선언에 서명했고 이 선언은 같은 해 6월에 로마에서 열린 세계 식량위기에 관한 정상회의에 제출됐다.

세계 식량위기를 다루기 위해선 기아의 근본 원인을 검토해야 한다. 식량권과 물에 대한 권리침해가 오랫동안 급상승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억압 또한 증가했다. 몇 개만 소개하면, 식량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2008년 필리핀의 촌락에서는 농부들이, 그리고 강의 오염을 반대했다는 이유로는 브라질의 특별 보고관이 처형당했다.

토지와 생산 자원에 대한 접근

토지와 생산자원에 대한 접근은 식량권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충분한 토지와 식량 작물을 기를 수 있는 필수적 수단 없이는 세계의 인민들이 먹을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반이 땅에 대한 접근권이 거의 없는 소농이다. 굶주리는 사람의 20%는 무토지자이다. 따라서 농부들이 토지를 얻고 기존의 토지 접근권을 유지해야 먹고 살 식량을 얻을 수 있다.

농업연료에 대한 국제논쟁

최근 에너지 작물 단일재배의 확대로 인해 토지에 대한 압력이 증대됐다. 이런 이윤성 작물은 이미 사회에서 소외된 농촌 집단에게서 자연자원과 토지를 앗아간다. 이렇게 길러진 작물은 세계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한 식량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대안에너지원을 탐색하는데 사용되는 연료이다. 더욱이 새롭게 시작된 토지에서의 이윤추구는 경제 행위자들이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도록 이끌었고, 토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수중에 토지를 주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증명된 농지개혁정책의 이행을 반전시키고 있다. FIAN은 농업연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과 농업연료를 화석연료와 혼합하라는 명령을 재고할 것을 요구해왔다.

물에 대한 권리

지구에 있는 물의 1%만이 소비에 적합하다. 산업, 채광, 기타 깨끗한 수자원을 오염시키는 위험요소들의 증가로 이 수치는 줄어들고 있다. 물 부족은 최대 지구적 문제의 하나가 되었고 장차 주요한 분쟁의 원인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FIAN이 2008년 진행한 현장조사를 보면 가나에서는 초국적 광산 회사가 소유한 광산 작업 때문에 기존에 있던 몇 개의 시냇물이 말랐고 지역사회는 대안 수자원이 없어서 고통받고 있다. 에쿠아도르에서는 댐건설로 인해 영향력 있는 집단은 물과 전기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지만, 농민과 어부들은 물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됐다.

2008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는 물과 위생에 관한 독립 전문가를 3년 임기로 두기로 결정했다. FIAN은 독립전문가의 활동에 대한 홍보와 물에 대한 권리 옹호를 위해 지역사회의 시민조직이 물 정책 및 물에 대한 접근이 위협받는 구체적 상황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역외에서의 국가의 의무

국경을 넘어 사업을 하는 초국적 기업의 수와 다수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정부 간 기구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자국영토 밖의 사람에 대한 국가의 인권의무가 인권의 세계에서 더욱 두드러진 역할을 취하게 됐다. 많은 경우 역외에서의 의무위반(ETOs)은 식량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외국의 인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댐이나 광산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는 경우 관련된 사람들과 그들의 인권에 대한 잠재적 침해에 대해 다룰 책임이 있다.

국가의 식량권 정책을 모니터하기

식량권은 국제법과 다수의 국가 헌법에 보장돼있는 반면에 사실상의 권리 향유는 여전히 먼 길을 가야한다. 다수의 인권 조약의 당사자인 국제기구와 국가들은 그 권리를 실현하지 않고 흔히 권리의 중요성에 대한 립서비스에 그치곤 한다. 이런 이유로 모니터는 중요한 영역이다.

이정표: 식량권과 영양 감시

2008년 식량권 감시 분야에서 주요한 기여는 식량권과 영양 감시에 대한 ‘제로(Zero)’ 발간에 착수한 것이다. ‘제로’의 발간은 세계의 사회권 관련 조직들로 구성된 출판 연합의 대표자들이 2008년 세계식량의 날에 착수했다. ‘제로’ 발간은 정책입안자들에게 식량에 대한 인권을 고려하도록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최상의 실천이 이뤄진 곳, 식량권 침해가 자행된 곳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제로’는 다양한 전문가와 지역들로부터 식량위기, 식량권, 국가 모니터 보고서 등을 모은다. 식량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기구와 조직들에 흩어져있는 식량권 관련된 전개 상황들을 한권에 모으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국가 수준에서 식량권 모니터하기

FIAN은 식량권에 관한 국가 모니터링 과정을 지원한다. 모니터 작업의 주요 목적은 특정 국가에서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검토할 보고서와 병행될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상황에 관한 포괄적인 국가보고서를 생산하는 것이다.

식량권의 사법구제가능성

국제적 차원에서 식량권의 사법구제가능성을 증진하려는 노력은 유엔사회권규약에 대한 선택의정서를 채택하는 것이었다. 선택의정서 채택 운동은 20여년이 넘었고, 2008년의 마지막 주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 12월 10일, 유엔총회는 사회권규약에 대한 선택의정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침해에 대한 청원 절차가 만들어졌다.

선택의정서의 채택은 인권에 있어 역사적 진전이다.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해 유사한 메커니즘이 채택된 지 42년 만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침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됐다. 세계인권선언의 규정과 일관되게 효과적인 구제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게 됐다. 그러나 투쟁은 끝난 게 아니다. 2009년에는 국가들이 말로 한 약속을 사회권 규약 선택의정서에 서명하고 비준하는 실천으로 옮기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남반구에서의 사법구제가능성

2008년 중앙 및 남아메리카에서 사법구제가능성의 측면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식량권에 관한 기본법을 기초하면서 사법구제가능성에 관한 포괄적인 조항을 포함할 것을 장려하기 위해 법무부 차관과 더불어 작업했다. 또한 사회권의 사법구제가능성에 관해 국가 공무원과 판사들에 대한 교육을 증진할 방법을 다루었다.

온두라스도 식량권에 관한 기본법에 집중했다. 이 법안은 2007년 의회에 제출됐고 2008년 정부 대표자들과 사법부 인사들의 공개토론회에서 좀 더 검토됐다. 추가적 노력은 ‘강제 퇴거에 관한 의정서’ 이행을 겨냥했다. 이것은 사법 당국이 강제퇴거에 관한 국제기준을 자신들의 일에 적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기대한 일이다. 무토지 인민과 농민의 보호에 관하여 중요한 진전이 8월에 착수됐다. 이 시기에 온두라스 당국은 토지 강탈 사건에 대하여 모든 검사들에게 지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의 내용에는 농지 분쟁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처벌을 초래하지 않도록 농민 집단에게 적용될 예방 조치를 보장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지방의 개발법령’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을 지지했다. 이들 법령의 일부 조항은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의 토지에 대한 접근과 토지 점유의 안정성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 법령은 또한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FIAN은 법령의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와 논의 없이 법령이 채택되었기 때문에 위헌성 주장을 지지하였다. 콜럼비아 헌법 재판소은 2009년 3월에 법령의 위헌성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젠더 관점

기아는 차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에게 불균등하게 영향을 끼친다. 추정상 만성적인 기아를 겪는 세계 인구의 70%가 여성과 소녀이다. 여성과 소녀의 이런 상황은 세계의 식량위기 때문에 악화됐다. 이와 동시에 여성들은 이런 위기를 능동적으로 꾸려가는 사람들이고, 기아에 맞선 투쟁의 주역이다.

조직으로서 FIAN은 여성의 얼굴을 한 기아를 인식하며, 젠더 문제에 우선성을 두어왔다. 또한 FIAN의 내부 구조에서 출판 및 일상적 대화에서 젠더 주류화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엔여성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초안은 “적절한 식량에 대한 여성의 권리”로서 여러 사례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여성들은 토지에 대한 접근을 부정당한다. 토지 소유권법은 여성에게 차별적이었다가 2005년 힌두 상속법의 개정으로 농지에 대한 차별 조항은 철폐됐다. 하지만 이 개정은 힌두 여성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실패이다. 브라질에서는 9백여 여성들이 2008년 3월 포르토 알레그레의 타루마 농장을 점거했다. 그녀들은 스웨덴/핀란드의 셀룰로오스 및 조림 회사인 스토라 엔소가 불법적으로 2100헥타르를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5백 명의 여성이 체포됐고 일부는 전투 경찰에게 다쳤다. 여성들은 나중에 모두 토지에서 퇴거당했다. 필리핀에서 FIAN은 농민의 길(La Via Campesina)과 함께 대농장에서 거주하는 농민들에 대한 살해와 토지 강탈에 개입했다. 대농장 운영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무장한 남자들과 함께 농민들을 땅에서 몰아내려는 불법적 시도를 했다. 폭력은 대농장 소유자들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 농민들을 살해하는 일에서 정점에 달했다. FIAN은 투쟁하면서 살해된 농민들의 부인들과 함께 일했다. 이들 여성에게 매일의 삶은 지속적인 투쟁이다. 그녀들과 자녀들은 여전히 식량권을 포함하여 기본적 인권의 침해로 고통받고 있다.

 

<인권오름 제 159호 2009년 07월 01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인권오름 제 151호 2009년 05월 06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역자 주>

최근 국가공권력의 인권침해가 일상화되고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의 노골적인 후퇴가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한 사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 축소, 권한과 지위에 대한 위협, 인권 의제와 국가인권위 인사의 보수화 시도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무지에 찬 공격이 얼마나 국제인권의 역사와 국제사회의 조류에 역행하는 것인가를 이 보고서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지난 10년 새로운 인권 행위자가 국제무대에 등장했는데, 즉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이다. 이 기구들은 국제적으로 승인된 기준, 소위 파리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파리 원칙은 특별한 유형의 국가 기구의 창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즉 인권의 보호자이자 자문가이며 인권 교육자인 국가 기구를 구상하고 있다. 국가인권기구의 설립, 임명 및 재정은 각국 정부에 달려있지만 정부는 이 일을 외부의 간섭 없이 공명정대하게 수행해야 하며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나 여타 인권행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십여 년 전에는 아주 소수의 국가인권기구들이 있던 반면, 오늘날에는 적어도 60개국에 있으며 많은 국제 행위자들이 국가인권기구의 창설과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 하나의 제도적 모델이 국제적 인권 의제에서나 국가의 국내 구조에서 이렇게 두드러지게 된 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이 연구보고서는 국가인권기구의 현재 개념과 지위가 50여년 이전에 시작된 오랜 과정의 결과이며, 국제인권체제의 점진적 강화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국가인권기구의 발전은 크게 세 개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구상의 도입과 발전(1946-1978), 개념의 보급(1978-1990), 국가인권기구의 확산(1990년부터 계속) 단계이다. 이런 구분은 일반적 경향을 보여줄 뿐이며 실제적으로 이 세 단계는 서로 겹친다. 그럼에도 연대기적 범주화가 도움이 되는 것은 국가인권기구현상의 배경이 되는 기원과 역동성을 탐색할 때이다. 세 개의 전개 양상에 특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데, 개념의 구체화, 구가인권기구에 대한 정부들의 태도 변화, 냉전 종식이 각 단계의 발전에 분깃점이 됐다.

개념의 구체화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구상은 1946년에 처음 소개됐다. 이때 유엔인권위원회의 장래 과제를 준비하고 있던 국제전문가집단이 제안한 것으로 국가들이 인권을 준수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공할 ‘국가 위원회’ 또는 ‘정보 그룹’을 정부가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좀 더 완화된 형태로 이 구상을 승인했다. 국가기구는 장차 유엔인권위원회의 작업을 증진하는 가운데 정부들과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즉, 가장 초기에 구상된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은 국내에서 인권의 보호와 증진이라기보다는 정부들의 국제인권포럼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진 30년 동안 이런 개념은 ‘국가인권기구’의 현재 개념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정표가 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1962년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이다. 이 결의안은 그보다 2년 전에 위원회의 전 의장이 제안한 것이었다. 이 결의안은 ‘인권을 위한 국가자문위원회’ 또는 유사한 기구(예를 들어 인권문제를 연구하고, 국내 차원에서 인권상황을 검토하고,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며, 대중적 인권인식창출을 도울 수 있는 기구)의 창설을 촉진할 것을 정부들에게 요청했다. 국가인권기구의 지위, 구조, 권한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들을 회피하기는 했지만, 이 결의안은 국가인권기구의 기본 기능(모니터링, 자문, 교육)에 대한 최초의 청사진을 만들었다.

두 번째 이정표는 1978년 유엔인권위원회 요청으로 유엔이 조직한 국제세미나였다. 이 세미나의 목적은 국가인권기구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50개의 권고안이 작성됐고 이후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위원회가 승인했다. 이 지침은 국가인권기구의 통일된 개념을 만들려는 최초의 노력이었다. 이전과 달리 더 이상 ‘기능’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와 ‘구성’을 정의했다. 또한 이 지침은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을 상당히 확장했다. 단지 정부에 자문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인권 옹호를 지향하는 “공적 서비스 기구”를 구상했는데, 즉 무료법률지원, 진정에 대한 조사, 개인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책을 적용할 수 있는 기구의 구상이었다. 그렇지만 1978년 지침은 현대의 국가인권기구 개념을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 첫째, ‘한 개’의 핵심 기구 창설을 권고한 것이 아니라 몇 개의 국가 기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지침의 의미였다. 더구나 지침에서 국가인권기구에 광범위한 역할이 주어졌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정부의 주도에 달려있었다.

20년 이후, 유엔인권위원회는 국가기구문제를 재검토할 목적으로 국제 워크샵을 조직할 것을 유엔사무총장에게 요청했다. 1991년 열린 이 워크샵은 국가인권기구에 대해 토론할 뿐만 아니라 그 기구들이 토론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최초의 국제회의였다. 일련의 실천가들의 권고에 따라 이 회의는 새로운 국제 지침을 채택했다. 이것이 일명 ‘파리 원칙’이다. 파리원칙은 국가기구의 성격, 기능 및 구조를 구체화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핵심’(key) 국가 기구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즉 인권분야에서 총괄적인 권한을 가지며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나 여타 관련 행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만드는 핵심 기구이다. 파리원칙은 또한 국가기구의 역할을 강화했다.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의 요건을 개발했고 그 구성에서 다원성을 존중할 것에 대한 규정을 꼼꼼하게 만들었다. 파리원칙이 제시한 새로운 개념을 1992년 유엔인권위원회가 1993년 세계인권대회와 유엔총회에서 승인했다.

이후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 구상은 다수의 여타 정부 간 기구와 국제인권단체들과 전문가 집단의 지지를 얻었다. 파리원칙을 승인한 이후 10년간 50개 이상의 정부가 국제적 요건을 따르는 국내인권기구를 창설했다.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은 국내외적으로 강화돼왔다.

정부들의 태도 변화

이런 발전은 충분한 정치적 지지 없이는 가능할 수 없었다. 국내 기구의 문제는 국가의 국내주권에 속하는 문제로서 유엔인권위가 다룰 권한이 없다고 일부 정부들이 수십 년 동안 주장해오긴 했지만, 국가인권기구의 창설은 명백한 반대에 부딪친 일이 없다. 그렇지만 정부들은 국제 지침을 받아들이는 걸 주저했다. 1970년 말 이전에는 기구의 구체적 모델이나 해야 할 역할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 즉, 대다수 정부가 원칙적으로는 국가인권기구의 구상에 찬성했지만, 설립할지 말지를 결정하거나 어떤 식으로 구성하느냐를 결정할 권리는 정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주로 동유럽과 비동맹 국가들의 입장은 각국의 법적․정치적 전통과 국가주권의 원칙을 존중할 필요성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서방 정부들의 주장은 인권보호를 위한 충분한 구조가 이미 있으니까 추가로 또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1960년대 초반 이래로 국가인권기구에 대해 유엔 정책 기구들이 택한 모든 결의안의 궁극적인 결정이란 언제나 국가 정부들에게 남겨져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완됐다.

그러나 국제적 인권 모니터링이 강화되면서 정부들은 국가기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1970년대 말, 이런 특수한 유형의 국가기구와 관련된 주요한 문제는 개념의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기구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간결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소수의 서유럽 정부들은 이미 유엔이 국가기구의 보다 분명한 역할을 채택하고 기능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진전시켰다. 하지만 1970년대 말까지는 이런 생각이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없었다. 1970년대 말 이때는 많은 비동맹 국가들이 국가주권원칙을 손상하지 않고도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는 수단으로서 국가인권기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정부들은 국가인권기구가 국가 구조에서 바람직한 부분인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토론하지 않았다. 유엔정책기구들은 거의 매년 국가인권기구의 창설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일부 남아있던 회의적인 국가들(주로 동유럽 국가들)조차 80년대 말에는 국가인권기구를 지지했다. 국가인권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유엔이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도 근거를 얻기 시작했다. 인권기준 설정으로부터 이행으로의 전환, 유엔의 기술지원 활동에 대한 재평가 속에서 유엔총회는 사무총장에게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지원할 권한을 줬다. 유엔정책기구들은 자신들이 최초로 인정한 1978년 지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걸 피하면서 그 대신에 ‘효과적’이고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의 창설, 그러한 기구에 대한 정보와 설립에 관한 정보교환을 촉진했다. 그 결과 1980년대에는 변화된 역할과 권한을 가진 아주 다른 종류의 국가인권기구의 출현을 목격하게 됐다.

1991년 파리 원칙을 채택함에 따라 1990년대 초반이 돼서야 모든 국가인권기구는 최소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정부들이 받아들이게 됐다. 최종적으로 획기적인 약진은 1993년 세계인권대회에서 일어났다. 세계인권대회는 파리원칙에 따른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승인했다. 이때부터 파리 원칙에 대한 언급은 유엔 결의안의 고유한 부분이 됐다. 더욱이 1994년부터는 정부들이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고 강화하길 원하는 정부들의 지원 요청에 “높은 우선순위”를 둘 것을 유엔사무총장에게 되풀이해서 요청했다.

국가인권기구 현상

국가인권기구가 유엔의 전반적인 인권활동에서 차지한 핵심적인 위치는 2002년 유엔사무총장의 보고서에 반영돼 있다. “국내 차원에서 강력한 국가인권기구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권을 한결같은 태도로 보호하고 증진하는 걸 보장하는 것이다. 각 나라에서 국가적 인권 보호 체제의 설치와 강화는 따라서 유엔의 주요 목적이 돼야 마땅하다.”

국가인권기구의 역할로 구상된 것은 국내에서의 인권 증진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지난 십년이 보여주듯 국가인권기구는 국제적 인권 행위자로서의 역할, 즉 정부 및 민간 조직과 더불어 국제인권조직의 활동에 협력하고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발전시켰다. 최근 몇 년 동안 국가인권기구들은 국제인권의 장 뿐 아니라 국제정책결정 기구와 전문가 조직의 활동에 참여의 수준을 높여왔다. 국가인권기구들이 얻은 높은 국제적 이목의 결과 이제 국가인권기구의 창설은 정부들의 “규범”으로 간주되며, 국제적 인권 규범에 따르겠다는 약속에 부응하여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징표로 해석되고 있다.

<참조> 파리 원칙의 주요 내용[권한]

- 국가인권기구는 인권을 보장하고 향상시키는 필요한 광범위한 권한을 확보해야 하며, 이러한 권한은 헌법이나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 국가인권기구는 인권의 보호 및 향상을 위한 자문, 인권을 위한 교육과 홍보, 국제협력,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및 구제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 국가인권기구는 권한에 속하는 모든 사안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독립성]

-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으려면, 헌법이나 법률을 통해 모든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위와 권한의 독립성

- 국가인권기구가 정부나 여타 공공기관, 사적 단체로부터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권한과 법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 무엇보다도 국가인권기구는 입법·사법·행정 등 모든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설치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업무의 독립성

- 국가인권기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절차규칙에 따라 일상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 정보제공 요청 등 다른 기관, 특히 정부기관의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재정적 독립성

- 국가인권기구는 활동의 물적 기반이 되는 재정을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안정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 국가인권기구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직접 국회에 제출, 승인을 요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며 어떤 형식으로든 다른 정부부처의 예산에 연계되어서는 안된다.

[운영방식]

- 국가인권기구는 권한에 관한 모든 사안을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회의체계의 구성이나 소집 등 운영방식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국가인권기구는 의견이나 권고사항을 직접 또는 언론기관을 통하여 널리 알리고 여론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 국가인권기구는 특히 취약집단이나 특정 지역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데 헌신하고 있는 민간단체와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준사법적 권한]

- 국가인권기구는 개별적인 인권침해에 관한 진정을 접수받아 신속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권한을 가질 수 있다.

- 실정법상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기 힘든 이른바 '회색영역'의 인권침해문제를 조사하고 구제할 수 있다.

- 국가인권기구가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 조사에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청문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한 모든 정보나 문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조사결과 인권침해가 확인되었을 때에는 피해자에게 적절한 구제조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결정의 효력을 보장받아야 한다.

 

<인권오름 제 151호 2009년 05월 06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인권오름 제 147 호 2009년 04월 08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역자 주>
이 보고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세계적인 운동단체인 영국 런던의 ‘19조(ARTICLE 19: 표현의 자유를 위한 지구적 운동)’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시민권연합(ADC)이 함께 만든 것이다. 이 보고서는 정보 접근권과 사회적 권리간의 관계를 제시하고, 정보접근권의 주장을 통해 사회적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려 한다. 보고서 출처:http://www.article19.org/pdfs/publications/ati-empowerment-right.pdf

공적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란 무엇인가?

“정보의 자유는 기본적 인권이며, 유엔이 신성시하는 모든 자유의 초석이다.”(1946년 유엔총회 결의안 59(1)) 공적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란 모든 사람의 알 권리이다. 사람은 스스로가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자율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있다.

정보의 자유는 민주공화제 체제의 정부 원칙이다. 즉 공공행정의 공개와 투명성이다. 이속에서 정보는 정부 기관을 지배하는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서 참여민주주의와 기본적 권리에 대한 존중과 긴밀히 연관된다.

정보에 대한 권리는 고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더 큰 범주의 시민․정치적 권리의 일원으로서 이해될 수 있는 한편, 기타 다른 모든 인권의 보호와 긴밀히 연관된 필수적인 권리이다.

‘ARTICLE 19’은 정보의 자유에 관한 어떤 법률이든지 토대로 삼아야 할 원칙을 만들었다.

• 원칙 1 - 최대한의 공개: 정보의 자유 법률은 최대한의 공개원칙을 지침으로 삼아야한다.
• 원칙 2 - 공표의 의무: 공공기구는 핵심 정보를 발표해야 할 의무가 있다.
• 원칙 3 - 열린 정부의 증진: 공적 기구는 열린 정부를 적극적으로 증진시켜야 한다.
• 원칙 4 - 예외의 한계 범위: 예외는 명확하고 좁게 설정돼야만 하며 엄격한 “위해”와 “공공이익”의 검증을 받아야만 한다.
• 원칙 5 - 쉬운 접근 과정: 정보에 대한 접근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며 정보공개거부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심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원칙 6 - 비용: 지나친 비용으로 인해서 개인이 정보요청을 망설이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원칙 7 - 열린 회의: 공공 기구의 회의는 대중에게 공개돼야 한다.
• 원칙 8 - 발표는 선행돼야 한다: 최대한의 공개에 부합되지 않는 법률은 수정 또는 폐지돼야 한다.
• 원칙 9 - 내부고발자 보호: 범죄에 관한 정보를 유출한 개인(내부 고발자)은 보호받아야만 한다.

공적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왜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되는가?

아마티야센(Amartya Sen)은 자유언론과 개방된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는 기아가 있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보와 권력의 관계는 깊다. 정보 없이는 인민이 자신들의 정부에 대해 선택을 할 힘이 없다. 즉, 정보 없이는 인민이 의사결정과정에 의미 있는 참여를 할 수 없고, 정부의 책임성을 유지할 수 없고, 부패를 방지하거나 빈곤을 줄이는 일을 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진정한 민주주의 속에서 살 수가 없다.

•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의 핵심은 인민의 참여 능력이다. 즉, 공개적으로 표현된 여론을 통해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 없이는 가능한 선택의 여지에 대한 토론이 있을 수 없고, 최상의 이익과 신념에 부응하는 투표를 할 수 없고, 의미 있는 공공정책에 대한 토론이나 정보에 근거한 정치적 논쟁이 없다.

• 책임성
가령 연례보고서 또는 정책과 법률 검토에 대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야 정부의 수행활동을 모니터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성을 증명해야 정부와 시민간의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지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자랄 수 있다.

• 반부패와 경제적 효과
정보를 이용할 수 없으면, 정부는 투명성이 없고 인민은 악성소문, 음모, 부패가 꼬이는 비밀사회에서 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외국의 원조를 방해함으로써 부패가 경제활동을 해친다. 부패는 “사회의 도덕적 성격을 갉아먹으며 가장 큰 비용을 빈민에게서 취한다.” 따라서 부패는 빈민이 가난에서 스스로 벗어날 능력을 좌절시킨다.

• 발전
정보접근권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집단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상에 관여할 수 있기 위한 강력한 도구다. 정보의 부족은 이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이들 자신의 발전을 방해하며 취약한 처지에 놔둔다. 그럼으로써 공공정책에 대해 어떠한 통제력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든다.

공적 정보 접근권에 대한 공통된 예외는 무엇인가?
국제법 및 국내법은 일반적으로 이 권리에 대한 몇 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가장 공통된 예외에는
•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에 대한 존중
•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의 보호
•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추가로, 유럽인권협약은 비밀리에 받은 정보의 공개 방지, 사법부의 권위와 공명정대함을 유지하기 위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국제법은 이들 예외가 권리에 반하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권리를 옹호하는 속에서 일반규범에 대한 협소한 예외로서만 적용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가령 유럽재판소는 이런 취지의 결정을 한 바 있다. 정책결정가가 직면한 것은 권리 대 예외라는 두 개의 갈등하는 원칙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정책결정가가 직면한 것은 표현의 자유의 원칙이며, 이 원칙 속에 협소하게 해석돼야만 하는 예외가 있을 뿐이다. 정보접근권의 실현과 관련된 또 다른 도전은 정보를 요구했는데 행정부가 실제로 갖고 있지 않은 정보의 생산이 요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가공된 정보와 총체적 자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특정 문제에 관한 총체적 자료만 가지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가공을 요청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총체적 자료 자체가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부가 정부정책 또는 행위를 보다 우호적으로 보이도록 조작하는 방식의 정보가공이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보 접근권을 실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소극적 의무로서, 정부는 입법․정책․사법 결정 또는 공무원 또는 국가기관의 행위가 직접적으로 정보접근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이 권리를 존중해야만 한다. 적극적 의무로서, 정부는 타인이 이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입법, 정책 또는 사법결정으로 이 권리를 실현하도록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취해야만 한다. 따라서 정부는 사적 집단 또는 개인들이 적법한 정보의 소통을 방해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특별한 공익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

• 정보의 소통을 금지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 정보 제공에 있어 차별을 하지 않는다.
• 공적으로 지원되는 학교와 미디어 등 공공 포럼에서 반대 견해를 표현할 기회를 보장한다.
• 공적 기금을 받는 프로그램이 정보를 알리지 않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야 한다.
• 사적 집단 또는 개인이 정보의 소통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사회적 권리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필수적인 적절하고 접근 가능한 정보, 교육 및 자문을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공적 정보 접근권은 어떤 방식으로 행사될 수 있는가?

정보접근권은 그 자체가 권리일 뿐 아니라 여타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도구이다. 정보는 사회적 권리의 존재와 보호에 대해 알기 위해 중요하다. 정부의 사회정책 개발을 통제하기 위하여 정부가 사회적 권리와 관련하여 취한 공공정책과 조치에 대해 사람들은 알아야만 한다. 또한 예산에서 어떤 조치들이 고려되며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 언급된 정책 내용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반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것은 국가가 실현하기로 동의한 의무의 위반이다.

예를 들어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은 건강권과 관련하여 정보에 접근가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건강 문제와 관련된 정보와 사상을 찾고, 받고, 전하고 나눌 권리가 포함된다. 더욱이 정부는 이 규약에서 약속된 의무를 성취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과 진전 사항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사례 연구• 인도(노동에서의 권리)
MKSS는 서인도의 가난한 주, 라자스탄에 있는 풀뿌리 조직이다. 가난한 농업․농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빈곤경감계획의 수혜자격도 받지 못했다. 도로, 운하, 건물, 학교 등을 짓는 공공임금대장 상의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기위해 점호장부라 부르는 것에 매일 서명을 한다. 사람들은 지방 공무원이 부패에 연루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점호장부에 대한 접근 없이는 그것을 증명하기가 불가능했다. MKSS는 점호장부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지역 당국은 점호장부가 “비밀 문서”라고 주장했다. MKSS는 이에 집회, 단식, 연좌시위로 맞섰다.
1994년 MKSS는 청문회(Jun Suinwayi)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마을 사람들, 정부 공무원, 중립적 중재자들(언론인, 변호사, 학자 등)을 초대했다. 대개 정부 공무원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나타날 경우에는 위협적인 폭력으로 청문회를 짓누르려 했다. 점호장부를 큰소리로 읽었고 마을 사람들은 일어서서 불일치를 지적했다. 가령 같은 날 이름이 두 번 등장하고,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랑 마을을 떠난 사람들의 이름이 끼어있었다. 한번은 결코 실제로 건설된 적 없는 운하와 관련하여 공식 문서에 건설노동이 기록돼 있는 게 지적됐다.
공청회는 사람들에게 들어야 할 근거를 줬고, 정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에게 힘을 줬다. 어떤 경우에는 뇌물을 받았던 부패 공무원이 청문회에서 폭로된 이후 돈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이 청문회가 있기 전까진 이 지역에서 정보에 대한 권리란 도시 엘리트의 사안이며, 지적 분야에서는 쓸모 있을지 모르나 거리 모퉁이에선 아니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청문회는 변호사, 언론인, 사회활동가들의 상상력을 고무했고, MKSS는 사회적 행동이 부패를 폭로한다는 점을 입증하며 회계감사원으로서 역할을 했다. 부패에 대한 형사소송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 운동으로 인해 라자스탄 당국은 정보에 대한 권리를 입법하게 됐다.

• 태국(교육권)
1998년, 정부가 지원하는 명문 초등학교에 자녀의 입학을 거부당한 부모가 비밀 입학 과정을 드러내기 위해 정보에 대한 권리에 호소했다. 학생 대부분이 소위 엘리트 가정 출신으로 구성돼 있는 그 학교의 입학 과정에는 입학시험이 포함돼있었다. 공식정보위원회는 입학이 허가된 120명 학생의 입학시험이 공적 정보라고 결정했다. 일단 정보가 공개되자,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38명의 학생이 뇌물(부모가 학교에 건넨)을 통해 입학허가 됐음이 드러났다. 문제를 제기한 부모는 그다음에 소송을 제기했고, 정부의 법률자문기구는 헌법의 평등 조항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부가 지원하는 모든 학교에 대해 부패와 차별정책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 미국(복지혜택에 대한 권리)
“내 집에서.” 미국 위스콘신에 사는 87살의 호레이스 지(Horace Gee) 씨는 말년을 어디서 보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그는 가난하고 장애가 있었다. 집에 살면서 필요한 일상적인 돌봄과 의료 조치를 감당할 돈이 없었다. 정부는 소위 의료보조 프로그램(MA)을 통해 이러한 돌봄을 제공했지만, 그의 집이 아닌 인간미 없는 시설에서만 제공했다. MA 프로그램속에 “특별” 복지 프로그램이 있어 그런 돌봄을 집에서 제공하지만 수천 명의 대기자가 있어서 호레이스는 수년을 기다려야만 했다. 따라서 그는 보호시설에 유치돼야만 했다. 정부가 그에게 제공하고 있는 생존의 유일한 선택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레이스는 소송을 제기했고, 그의 대리인은 이렇게 주장했다. MA는 수급권 프로그램이며, 호레이스가 MA를 받을 자격이 있다면 또한 즉각적으로 “특별” 혜택을 받을 자격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주장은 재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호레이스의 대리인은 연방의 정보자유법과 위스콘신 주의 정보공개법에 따라 연방 정부와 주 당국 둘 모두에게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이 정보를 통해 정부 주장의 오류가 드러났다. 호레이스는 사건을 이겼고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아 말년을 자기 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했다.

• 남아공(의약품에 대한 권리)
남아공에서 시민사회집단은 정부와 기업의 HIV/에이즈 치료제 가격 정책에 맞서기 위한 건강권 소송을 했다. 2002년 TAC(치료행동캠페인)가 보건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TAC는 출산을 통한 자녀에 대한 HIV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HIV 양성반응의 모든 임신여성에게 AZT나 네비라핀(Nevirapine)같은 의약품을 보건부가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에 정부는 연구를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네비라핀을 제공하지 않는 정책을 승인했고, 복지부는 의사들에게 이 약을 처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TAC가 제안한 정책을 지탱할 만한 충분한 자원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송 과정은 정부의 이런 주장을 무력화하는데 요구되는 투명성을 제공했다. 법원이 알아낸 것은 정부가 계획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코 자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계획이 있어야 자원을 구하려는 필요성이 생긴다.” 더욱이 TAC는 그 약의 안전성, 효과, 비용절감 및 인간적 혜택을 입증하는 일련의 증거를 제시했지만, 정부의 서류들은 정부를 지지하는 단 한명의 전문가도 찾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또한 9명의 지방 보건 공무원이 가용자원에 관한 진술서를 냈다. 이들 문서를 비교하자 속임수일 것 같은 강력한 가능성이 드러났다. 문서들이 하도 똑같아서 틀에서 찍어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진술서들은 “전략적 요충지 밖에서는 이러한 개입을 제공할 역량이나 능력이 전혀 없다.”는 등 엉뚱한 말들을 포함했다.
법원의 결정은 정부가 점진적으로 헌법에 있는 사회경제적 권리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위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으므로 병원과 진료소에서 네비라핀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즉각 행동할 것을 지시했다. 이 결정의 더 큰 영향은 사회경제적 권리의 사법심사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였다는 점이다.

 

<인권오름 제 147 호 2009년 04월 08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왜 인권과 더불어 거시경제정책인가(2009년 2월 미국인권네트워크 등)

 

<역자 주>
이 보고서는 미국과 멕시코의 진보경제학자와 인권단체들의 2년여에 걸친 공동연구 결과물이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1970년대 이래 거시경제정책의 목적은 시장의 번영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기본적인 경제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었지, 이윤의 공정한 분배나 완전고용 같은 것을 기본 목적으로 삼아 경제를 운용하려는 도구이기를 멈췄다는 것이다. 한 국가 내에서나 국가들 사이에서나 깊어지는 불평등의 골은 그간의 거시경제정책의 운용을 지배해온 규범을 평가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평가와 수정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틀은 ‘인간의 경제사회적 권리’이다. 이 작업은 좀처럼 대화하지 않는 두 집단, 즉 경제학자와 인권활동가들의 대화를 요구한다. 이 보고서는 그러한 대화의 결과로서 2005년의 1차 보고서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것이다. 보고서 원본은 http://www.ushrnetwork.org/files/ushrn/images/linkfiles/MES-II.pdf이다.

1. 도입

1.0. 현재의 지구적 경제위기는 거의 30여 년 동안 따라온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지구적 남과 북에서 가장 취약한 가계의 파괴는 경제정책과 인권이 너무 오랫동안 분리되어왔음을 상기시킨다. 지난 30년 동안 경제정책은 경제성장을 성취하기 위한 장치였고 윤리가 아닌 효율성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인권에 대해서는 경제가 성장하면 인권실현을 위한 자원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채택한 수단들은 인권의 목적을 해친 책임이 있다. 지금은 분명히 인권 기준의 윤리적 렌즈를 통해 경제정책을 평가해야 할 때이다.

1.1. 인권활동가들과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한다.

인권 활동 영역에서 경제사회적 권리에 대한 관심은 늘어왔지만, 지배적인 경제학의 전통은 이를 간과했다. 하지만 신고전주의 학자들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경제를 만들려는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경제학자들이 언제나 있었다. 이들 이단아적인 경제학자들은 신자유주의의 정설에 회의적이며 그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경제학자들과 인권활동가들은 궁극적인 목적을 공유한다. 즉 현재의 지구경제가 노출시킨 취약성과 불안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을 융성하게 하는 것이다. 두 집단 모두 늘어나는 불평등과 위험이 있는데 경쟁만이 핵심 목표라고 주장하는 ‘경제발전 시각’에 도전한다.

1.2. 인권활동가들은 (경제에 대한 이해로부터) 얻을 것이 많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권활동이란 게 최소한의 보호만을 사수하는 힘겨운 싸움에 그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아닌 대안들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침해를 낳는 환경을 바꾸려는 적절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경제정책과 과정에 대한 이해는 경제사회적 인권을 쟁취하려는 투쟁과 관련이 있다.

1.3. 진보적 경제학자들 또한 (인권에 대한 이해로부터) 얻을 것이 많다.

진보적 경제학자들과 경제과정과 정책을 토론할 때, 그들이 윤리와 가치의 언어에 친숙하지 않아서 고생한다. 대부분 사회에서 윤리와 가치는 개인들의 생활양식과 관계있는 것으로 여기지 경제가 기능하는 방식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이런 식의 언어에 굴복하는 것은 사회변화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며 정치적 결정을 단지 기술적인 결정으로 만들어버린다. 인권의 규범과 기준은 진보적 경제학자들에게 폭넓게 수용된 윤리적 언어를 제공한다. 이런 윤리적 언어로 인해 경제 문제를 단지 경제적 계산의 문제로 축소시키지 않고 경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2. 경제학자들을 위한 인권적 의무에 대한 소개

2.1. 인권은 구체적 정의를 갖고 있다. 가령 노동권, 휴식과 여가에 대한 권리, 교육권 등에 대한 정의를 세계인권선언에서 볼 수 있다.

2.2. 인권은 일련의 국제조약들로 더욱 규범화됐다. 이들 조약은 당사국인 국가들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2.3. 모든 국가들이 이들 조약을 비준한 것은 아니다. 이 보고서에서 살펴본 두 나라, 즉 멕시코는 모든 조약의 당사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인종차별철폐협약과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비준했지만,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이나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은 비준하지 않았다.

2.4.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들은 인권법의 근본정신에 헌신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이 모든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 조약들은 국제적 행동에서 규범력을 갖는다.

2.5.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관련하여 인권에 대한 의무는 3가지 구체적 의무를 포괄한다. 첫째 존중의 의무, 둘째 보호의 의무, 셋째 실현의 의무다.

2.6. 존중의 의무: 국가가 경제사회적 권리의 향유를 방해하지 않도록 삼갈 의무를 말한다. 가령 국가가 자의적인 강제 퇴거를 한다면 주거권에 대한 존중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2.7. 보호의 의무는 제 3자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할 국가의 의무를 말한다. 가령, 고용주에게 기본적인 노동기준을 지키도록 하지 못한다면 국가는 노동권 보호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2.8. 실현의 의무: 실현의 의무는 권리를 촉진하고 제공하고 증진할 의무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적절한 입법․행정․사법적 조치, 예산조치,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보호가 필요한 자에게 필수적인 기초건강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2.9. 이들 각각의 의무에는 ‘행위’와 ‘결과’라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행위의 의무: 특정권리의 향유를 실현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방식으로 정부는 행위할 의무가 있다.
결과의 의무: 정부는 구체적인 권리의 향유를 강화하는 결과를 성취할 의무가 있다.

2.10. 경제사회적 권리에 대한 의무를 충족시키기 위한 지침
국가는 의무를 수행하는 수단의 선택에 재량의 여지를 갖지만 다음의 핵심 요소에 유념해야 한다.

- 점진적 실현의 요건: 인권의 완전한 향유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 하지만 매일 그것에 근접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사용할 자원이 제한돼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권리의 증진을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 가용자원의 최대한도 이용: 정부는 자원의 부족을 이유로 인권의 의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자원의 가용성은 단지 경제 성장률에만 달려있는 게 아니라 정부가 어떻게 자원을 동원하느냐에 달렸다. 가령 세입이 아주 적은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아주 제한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금이 아니라면 보건, 교육, 물, 위생 또는 아동이나 노인을 위한 재정을 생각할 길이 없다.

- 퇴행의 금지: 특정 수준의 권리 향유가 실현됐으면 그것을 유지해야지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가령 무상의 초등 교육을 실현했으면 나중에 수업료를 도입해서는 안되며, 무상교육에 중요한 세금을 삭감해서도 안 된다.

- 최소 핵심의무의 충족: 국가가 따라야만 하는 최소한의 필수적인 수준의 기준이 있다는 의미이다.

- 평등과 비차별: 평등과 비차별은 자원부족을 이유로 유예할 수 없는 원칙이다.

- 참여, 투명성, 책임성: 인민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를 위해 요구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책임지는 정부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다.

3. 인권활동가를 위한 경제학

3.1. 모든 경제학자들이 똑같은 게 아니다. 지배적인 정설에 도전하는 경제학자들이 있고, 이들은 “이단 경제학자”라 불린다. 이단 경제학자들도 단일하지 않으며, 케인즈주의로부터 맑스주의, 페미니스트 경제학, 생태경제학 등 광범위하다.
3.2.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지배적이지만 유일한 건 아니다. 아마티야 센(Amartya Sen)과 조 스티글리츠(Joe Stiglitz)같은 학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유엔은 UNDP의 인간발전연례보고서 같은 출판물에서 진보경제학을 위한 장을 제공했다. 진보경제학자들은 식량권, 극빈(極貧)같은 주제를 다루는 유엔특별보고관들의 작업에 경제개혁정책과 외채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3.3. 가장 적합한 분석 수준, 시장의 역할 및 경쟁의 가치에 관해 경제학에서는 열띤 토론이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획득을 최대화하려는 미시적 수준에서의 개인들의 상호작용’으로 경제가 구성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반면에 진보경제학자들은 경제란 ‘개인들의 목표와 상호작용의 형성을 돕는 거시 수준의 구조’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입장은 사람과 기업이 경쟁적 시장에서 상호작용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성취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경쟁이 공정한 산출을 성취할 것이라 주장하진 않지만, 사회가 원한다면 승자가 충분히 얻어서 패자에게 보상할 것이라 주장한다. 정부 정책의 목적은 경쟁을 위한 평평한 경기장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단 경제학자들의 입장은 경험적으로 경쟁적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며, 경쟁은 때로 소비적일 수 있다는 회의주의에 기초한다. 이런 논쟁은 최근에야 통용되기 시작했다. 가령 지속적인 지구적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토론은 빈약하게 규제된 금융시장의 취약성, 그리고 시장이 구조적으로 실패할 때 사회에 미치는 결과들에 집중했다.
-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 일자리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괜찮은 일자리의 형태로 완전고용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경쟁적 시장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업, 불완전 고용, 착취적 고용에는 인간 역량의 낭비가 반영된다.
-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 양질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것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적 시장에 의존할 수 없다. 또한 돌봄의 제공자들을 위한 지불 및 부불노동과 여가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서도 그렇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방임과 돌봄노동자의 과로 둘 다에 반영되듯이, 그 결과는 인간 역량의 낭비이다.
- 생태 경제학자들: 지속가능한 경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경쟁적 시장에 의존할 수 없다. 환경 파괴에 반영돼듯이 자연자원의 낭비가 있다.

경쟁은 낭비적일 뿐 아니라 또한 불공정할 수 있다. 사람과 기업이 경쟁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차원은 경기장의 경사를 기울게 하고 경쟁으로 잃은 사람들에게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면서 ‘부당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진보경제학자들의 주장은 경쟁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고, 국가는 경제를 재구성하기 위해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시경제정책은 낭비와 불평등을 피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생산․분배․소비를 위한 사람과 기업 간의 상호작용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능동적으로 이용될 필요가 있다.

3.4.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공리 중 하나는 개인의 선호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걸 경제정책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가정이다. 이단 경제학자들은 이에 도전한다. 가령 아마티야 센의 제안은 선호 대신에 “역량”, 즉 사람들이 실제로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것이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역량의 확장이라는 목적은 인간발전개념의 버팀목이며, 이것이 유엔발전프로그램의 인간발전지수의 특징이다.

3.5. 거시경제의 개념은 국가경제의 전체적 작동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다.
-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재정정책은 공공 세입과 공공 지출 둘 다를 포괄하는 용어이고 둘간의 관계는 정부 예산에서 잉여 또는 적자로 표현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작은 예산과 균형예산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단 경제학자들은 더 큰 예산을 옹호하며 경제가 완전고용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간에는 적자 예산을 주장한다.

통화정책은 이자율, 환율, 통화 공급,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에 관한 정책을 포함한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의 책임이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낮은 인플레이션과 완전고용이 중앙은행의 목적이었다. 지난 30년 동안에는 대부분 중앙은행이 거의 배타적으로 인플레이션 통제를 강조했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통화정책은 생산과 고용의 증가를 초래할 능력이 전혀 없으며 가격 수준 등 통화 변동에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완전고용을 성취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일반적인 가격상승수준(인플레이션율)을 가능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단 경제학자들의 제안은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생산과 고용에 해를 끼칠 수 있지만 최상의 인플레이션율이 반드시 제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율은 고이자율을 요구하고, 고이자율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높은 실업과 불완전고용, 일다운 일자리의 부족을 낳는다. 지난 10년 이상,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걸 강조한 통화정책을 채택한 국가들은 빈곤, 실업, 투자같은 진짜 요인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정책들은 농부, 노동자와 제조업과 비금융 서비스 부문 기업의 이익보다 은행, 기타 금융기업, 거대 금융 자산소유자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 세입 정책: 세입은 과세, 공기업의 이윤, 채굴권에 대한 로열티, 외국의 원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세는 세입의 장기 지속가능성에서 특히 중요하다. 신고전 경제학은 과세가 경쟁을 왜곡하고 재정적 보상을 감소시켜서 사람과 기업의 의욕을 감소시킨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흔히 감세를 주장한다. 이단 경제학은 세금이 생계에 필요한 서비스와 기반시설의 재정을 댐으로써 동기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흔히 더 높은 보다 공정한 과세를 주장한다.

- 지출 정책: 정부 지출은 공공서비스, 기반시설, 소득 이전을 제공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공공지출을 사적 투자와 경쟁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사적 부문에서 더 생산적으로 쓰일 수 있는 자원을 소모한다고 여긴다. 따라서 공공지출은 최소로 유지돼야 한다. 이단 경제학은 많은 공공지출이 사적 투자의 생산성을 강화하는 공공 설비를 제공함으로써 사적 투자를 보충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단 경제학자들은 공공지출이 인간의 웰빙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그래서 교육, 보건, 복지 등의 서비스를 희생시키는 대규모 군비지출에 비판적이다.

- 무역 정책: 수입세(관세), 수입 쿼터(수입될 수 있는 재화의 양에 대한 양적 제한), 수출세와 수출보조금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타국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정해진다. 관세, 쿼터, 보조금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된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오랜 주장은 무역자유화(관세와 쿼터를 줄여 국제경쟁에 국내시장을 개방하는 것)가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동기를 줌으로써 한 국가내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영향은 수입과 수출의 균형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의 존재 여부에 달렸다. 진보 경제학자들은 그런 메커니즘의 부재를 지적하며, 가난한 나라들에서 무역자유화의 결과는 무역 적자였다는 증거를 댄다. 성공적인 수출의 확대는 관세 삭감에 달린 게 아니라 사전의 공공 및 사적 투자 정책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두 부류의 경제학자들 모두 동의하는 것은 ‘무역 자유화’가 패자와 승자를 낳으며 무역의 이익이 한 국가내에서나 국가간에나 동등하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익은 더 싼 재화(수입품이 국내생산보다 싸다면)와 수출 생산에서의 더 많은 고용(수출이 확대된다면)으로 구성된다. 손실은 수입품과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는 생산에서의 고용상실과 공공 서비스를 위한 세금수입의 손실로 구성된다. 왜냐하면 무역 자유화는 무역에 대한 세금 삭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무역 자유화가 패자가 보상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이익을 생산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단 경제학자들은 ‘이익의 규모’나 ‘보상의 존재’에 대해서 매우 비관적이다.

- 시장규제와 재산권: 모든 시장과 재산권은 어느 정도 규제된다. 사람과 기업은 시장이 작동하고 재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이행가능한 계약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규제가 구상되고 이행되느냐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유연성을 증진하고 기업이 투장하고 이윤을 내기에 보다 쉬운 방식으로 시장과 재산이 규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흔히 “탈규제”라 불리지만, 보다 적절하게는 “이윤을 낳는 규제”라 부를 수 있다.) 이단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목적에 복무하는 방식으로, 단지 생산과정에 대한 투입 또는 판로 그 이상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규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4. 인권의무에 따르기 위한 경제정책 감사(audit): 미국과 멕시코의 사례

‘감사’와 '정책 영향 연구'는 다르다. ‘영향 연구’는 경제정책과 경제사회적 권리의 향유 정도간의 우연적인 연결을 찾는다. 꽤 복잡한 수학 모델과 계량경제학 기술이 요구되고 사후 가정(만약에 다른 경제 정책을 사용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이 결합된다. ‘사후 가정’을 만드는데 ‘추측’의 성격이 모호하다. 어떤 영향 연구도 원인(인과관계)을 분명하게 수립할 수가 없다. 이와 달리 ‘감사’는 정책이 어떻게 수행되었는가를 검토한다. 특정 권리의 향유를 실현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계산된 행위로 구성되었는가를 검토한다. 이 보고서가 택한 방법은 ‘감사’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공공지출’, ‘과세’, ‘재정 및 통화정책’, ‘무역 정책’, ‘규제 정책 : 연금의 경우’에 대하여 미국과 멕시코의 사례를 앞서 살펴본(2번 항목) 인권의무의 항목에 따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과세’ 부분만 살펴본다.

<과세>
- 가용자원의 최대한도까지
첫째, 경제사회적 권리 실현을 위해 가용자원을 최대한 사용할 의무를 과세 정책이 얼마나 따르고 있는가를 고려한다. 한 가지 중요한 지표는 시간상 그리고 타국과 비교하여 GDP에서 세금의 세원이 차지하는 비율의 경향이다. 또 이용할 수 있는 지표들은 과세 수입중에 상이한 과세(가령 직업세 대 간접세,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 대 법인세)의 배분이다. 멕시코의 GDP에서 세입의 배분을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평균과 비교해봤다. 멕시코의 GDP중 과세율은 타국과 비교할 때 매우 낮으며, 1980년에 성취한 수준보다도 떨어졌다.

멕시코 정부가 세입의 상당 부분을 석유에서 얻고 있는 게 사실인데, 이 세입은 단기적으로는 석유 가격에 따라 변동하며 장기적으로는 석유 매장량이 줄어듦에 따라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금 수입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2000년과 2004년 사이에, 조세부담률은 거의 30%에서 25%로 곤두박질쳤다. 이것의 의미는 단 4년 동안에 세금 수입이 거의 30년은 후퇴하는 것으로 낮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 후 법인세를 늘려서 약간 회복하기는 했지만 1995년 수준의 비율을 회복했을 뿐이다. 비교 대상의 국가들도 2000년부터 세금 수입이 줄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감소는 어떤 국가들보다 더 급격하고, 미국의 조세부담률은 여타 OECD 국가들의 것보다 상당히 낮다(가령 미국은 2006년에 28%인데 비해 스웨덴은 49.1%이다).

멕시코나 미국의 이러한 통계가 보여주는 바는 가용자원을 최대한도로 동원하기 위해 과세가 효과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며, 세금 수입의 양이 장시간 후퇴해왔다는 것이다.

- 비차별과 평등
행위의 의무는 세법과 징수조치가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나 성, 인종, 성적 지향성, 재산소유권, 시민권, 시민의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지표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 과세 정책의 구상과 이행에서 모든 사회 집단이 동등하게 다뤄지는지 아닌지
․ 세법이 평등을 진작하는 행동(가령 가구 구성원의 부불노동의 동등한 공유와 노동력 참여)을 유인하는지 저해하는지
․ 가구 소득의 배분이란 면에서 빈부 가구에 대한 과세 구조가 누진적인지 역진적인지

상이한 소득 집단의 조세부담을 살펴봤다. 가구소득과 관련해 부가세 부담은 소득 수준에 반비례한다. 저소득집단의 가구가 소득에서 더 많은 부분을 부가세로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과세는 역진적이다. ‘과세와 경제정책연구소(ITEP)’는 2002년 미국의 모든 50살의 조세부담을 연구했다. 그 결과는 “연방이 정한 세금공제항목을 계산하기 전에 1% 최고 부유층 가구의 조세부담률(주세와 지방세)은 7.3%인데, 세금공제를 하고나면 5.2%에 불과하다. 중간층 20%의 부담률은 세금공제이전에 9.9%이고, 공제를 하고 나면 9.6%로 최상층보다 거의 두 배이다. 최빈층 20%의 평균 조세 부담률은 최고로 11.4%이다. 최부유층의 두 배 이상이다.”

과세의 성격이 역진적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최빈층이 가장 부유하고 높은 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보다 소득에서 더 큰 몫을 세금으로 지불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구들은 인종적 소수자이거나 여성가장 가구이다. 따라서 인종, 성, 재산에 의한 분명한 차별이다.

- 책임성, 참여와 투명성
행위의 의무는 세법이 투명하고, 과세행정이 책임을 지며, 적절한 과세 정책에 관한 공적 토론에 광범위한 참여가 제공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지표는 세법에 대한 정보의 제공, 논의 범위, 세법의 이행이다. 시민은 과세정책 정보에 대한 권리와 의견을 가질 권리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묻고자 한다. 모든 사람이 쉽게 세액공제를 요구할 수 있을 만큼 세법이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운지 아니면 전문적인 세무사나 변호사를 고용하는 게 필수적일 만큼 복잡한지를 묻고자 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세법의 복잡성으로 인해 보통의 개인 납세자는 어려움을 겪는 반면 기업들은 세금 회피를 하고 세금 감면의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 미 국세청의 기업 감사의 횟수는 급격히 떨어져왔고, 세금 회피와 탈루로 기업에게 부과된 형벌도 줄었다.

책임성과 참여를 보장하는데 한 가지 문제는 국세청이 만든 통계와 보고서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비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몇 조세 정의를 위한 시민사회 집단과 정책가들이 평이한 언어로 세금 보고서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빈약한 재정 때문에 이것도 제한적이다.

멕시코의 징세에 대한 최신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강조하는 바는 ‘조세 탈세와 회피를 차별화’하는 것이다. 탈세는 일반적으로 범죄로 간주되고, 회피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세법의 복잡성과 부문에 따른 납세의무에 대한 처우의 예외 때문에 납세자가 의무 이행을 하지 않을 유인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개인들은 탈세를, 기업들은 조세 회피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대응 또한 차별화돼야 한다. 기업의 조세회피로 인한 결과가 개인의 탈세보다 공공의 재정에 더 위해하다. 2003년 기업의 조세회피는 GDP의 1.5%로 추정되는 반면 개인의 탈세는 GDP의 0.5% 정도이다. 이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당국의 행위는 세금 회피에 대한 관심과 처리 면에서 미 국세청과 비슷하다. 탈세는 과세정책을 책임지는 당국의 효율성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회피는 세법의 일관성의 문제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결

세법은 언뜻 보기에는 경제학과 인권분석에 적용하기에 적절한 영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미국과 멕시코의 사례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 자원을 모으는 행위가 차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에게, 여성보다 남성에게, 개인보다 기업에게 상이하고 더 우호적인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이것은 세법의 투명성의 부족 때문이며, 이는 책임성의 원칙을 직접 침해할 뿐 아니라 여타의 인권원칙을 침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인권오름 제 143호 2009년 03월 11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인권오름 제 139호 2009년 02월 11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2월과 3월,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때가 돌아왔다. 과연 모두를 위한 교육권의 성취를 어깨 펴고 가슴으로 기뻐할 수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최초 ‘교육권에 관한 유엔 특별 보고관’이었던 카타리나 토마세브스키(Katarina Tomasevski)가 죽기 직전 남긴 마지막 보고서이다. 170여 개 국의 교육관계법과 관행을 조사하는데 6년여가 걸린 이 보고서는 2006년 8월에 발표됐고 그녀는 같은 해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교육권과 기본적 인권 옹호에 생애를 바친 그녀는 이 보고서에서 무상교육에 대한 인권적 접근과 교육권을 껍데기로 만드는 국제금융기구와 정부들의 위선을 거침없이 질타하고 있다.

아래 글은 300여 쪽에 가까운 이 보고서의 서론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이 보고서의 원문은
http://www.katarinatomasevski.com/images/Global_Report.pdf
에서 볼 수 있다.(역자 주>

 


말로는 교육권, 실제로는 돈벌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가격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교육이라 말한다. 법적으로는 무상이지만 실제로는 돈을 내야하는 데도 말이다. 가난한 학생들이 대학에 다닐 수 없는 것도 아주 나쁜 일이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말만 공교육인 교육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일해야만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상처에 소금 뿌리는지, 교육권에 대한 말의 성찬은 변함없이 계속된다. ‘국제사회’의 한편에선 국제적 결의안, 선언, 권고들이 넘쳐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정부들이 교육에 비용을 부과하도록 강요해서 교육권을 부정하게 만든다.

80여 년 전, 정부들은 교육을 무상 의무화해야 한다고 한 규범은 산업화된 국가들의 관행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국제사회’는 이를 채택했다. 그럼으로써 아동노동을 방지하는 탁월한 전략이었다. 이 모델은 보편적으로 보장된 교육권이 됐고, 유엔은 큰 소리로 교육권을 선포하고 나선 조용히 배신했다. 세계적으로 교육의 조종자는 은행(은행은 돈이 안되니까 무상의 공적 서비스를 지지하지 않는다)과 교육서비스를 수출하는 정부들(교육이 무상의 공적 서비스가 되면 이들은 수십억 달러를 잃게 된다)이다. 경제적 배제라는 쓴 약을 설탕으로 겉칠 하듯이, 지구적 노동 분화는 인권을 이용한다. 더 나쁜 것은, 그런 배제에 대한 도전을 교육은 인권이 아니라며 부정하여 방해하는 것이다.

교육권을 위해 무슨 처방이 필요한가는 할 일을 안 하는 죄와 저지른 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안한 죄는 무상 의무 교육을 정부의 의무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정부들은 무상 교육을 제공하지 말고 그 비용을 가족과 지역사회에게 전가시키라는 압력을 받는다. ‘무상’ 교육을 말할지라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적 투자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문다. 일반적으로 징세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필수적인 정책의 지렛대인 공공재정이 아예 빠져있다. 세계적 교육 구상은 미국 정부의 정책(교육이 권리라는 걸 부정한다)과 일치되며, 이것은 미국의 복사판인 세계은행에 의해 증폭된다. 하지만 교육과 인권의 주체들은 아직 이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그런 도전의 필요성에 부응하려 한다. 교육은 ‘모든’ 아이들을 다 품을 수 있도록 보편화돼야만 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교육은 의무적이어야 한다. 의무적이려면, 무상이어야 한다. 이것은 오늘날 탈공업화된 국가들이 지난 2세기 동안 실천해온 것이다. 인권의 도전 필요성은 ‘이중 기준’에서 나온다. 이중의 기준으로 우리 자신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훨씬 낮은 기준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적용하려 든다. 

왜 단일한 지구적 교육전략이 없는가?

모든 아동을 위한 무상의무교육은 국제인권법의 중추이지만 단일한 지구적 교육 전략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공식적인 정책 결정에서는 한 국가당 한 표이지만, 그러한 정책들의 자금을 동원하는 결정에서는 일 달러 당 한 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적 교육 거버넌스에서 개별 정부의 무게는 그들의 지갑의 힘으로 결정된다. 가령 외교부는 교육권에 대한 지구적 선언을 지지할 수 있지만 동시에 통상부는 교육의 수출 증가를 협상한다. 최악의 경우, 이런 정부들은 가난한 나라의 교육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익을 취하는 위선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자국의 교육 기관이 벌어들이는 이윤 때문에 비판은 쉽게 침묵된다. 재정부는 가난한 채무국의 무상초등교육을 방해하는 외채 서비스를 지원하는 반면 성평등부는 그런 외채서비스에 내재된 여아에 대한 교육의 배제를 안타까워한다. 일부 부채 삭감을 이유로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부채삭감이 원조삭감으로 귀결된다면 헛된 일이다.

부채 삭감과 관련된 뉴스 제목은 큰 글씨인 반면에 두꺼운 공식 문서의 작은 글씨를 읽는 사람들은 없다. 부채삭감의 조건과 교육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 즉 약속된 부채삭감으로 얼마만큼의 돈이 교육에 할당되는지는 그 작은 글씨에 달려 있다. 일반적 규범은 모든 기금이 빈곤 축소에 쓰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빈곤축소의 개념은 에두른 것이어서 마치 부채 삭감 기금이 모두 빈곤축소에 쓰인 것처럼 통계적으로 분류된다.

OECD 국가들은 WTO 규범아래 자신들의 수출을 보호하는 걸 우선시하기에 보편적인 인권으로서의 교육권에 대한 막연한 약속은 뒷전이다. 가난한 나라들은 세입원은 낮고 재정적자는 높기에 무상교육을 위해 공적 재정을 증가시키기 어렵다. 인권법은 교육에 대한 공공 투자를 늘릴 것을 명하지만 국제금융기구들은 재정적자를 줄일 것을 요구한다. 국제 개발 원조를 받으려면 이 조건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인권법은 무시된다. 결과적으로 무상이어야 하는 공교육은 수업료, 즉 돈을 위한 것으로 바뀌고, 교육비용은 정부에서 가정으로 이전됐다.

왜 세계은행의 경제학자들에게 교육을 맡겨선 안되는가?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은 규모의 경제 또는 서비스의 효율적인 전달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각 나라에서 전개돼온 교육의 특질을 놓치고 있으며 모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모델(one-size-fits-all model)에 각각의 특질을 억지로 구속시키려 한다.

교육이 빈곤 축소와 규모의 경제, 서비스의 효율적인 전달의 도구로 격하돼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대규모로 값싼 노동력을 만들어내는 데는 유용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가치 있는 교육이 아니다.

교육이 무상이고 의무여야 한다는 말은 세계은행의 교육 용어에서 빠져있다. 무상의무교육은 인권법에 통합되며, 인권법은 정부가 교육을 제공하거나 교육이 제공되도록 보장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것은 적절하고 지속적인 공적 재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 대신에 세계은행은 교육을 수요와 공급의 용어로 분석한다. 세계은행은 요구되는 교육발전을 “교육의 기존 소비자들에게 수행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교육접근권의 확대를 “현재 소비하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으로 기술한다. 학생 아동이 어떤 효율적으로 전달돼야 할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기술하는 것은 바로 교육 개념 자체를 거스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란 밝게 칠해진 교실과 예쁜 책으로 효율적으로 전달되지만, 교육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학생은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한다.

효율성의 잣대로 교사의 권리를 부정해서는 교육이 학생들의 배움을 촉진할 수 없다. 공적 서비스의 제공자들, 특히 교사들은 많은 국가들에서 노동권과 직업상의 자유를 부인 당함으로써 권한을 뺏기고, 예산 삭감으로 빈곤해진다. 공적 기금은 부족하며 자유시장에서 교육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조하는데 공적 기금이 쓰여서는 안 된다는 명목으로 공교육의 질은 결과적으로 나빠진다. “사교육 시장에서 제공하는 것보다 공적 서비스의 질이 아주 낮다”며 시장에서 교육을 사라고 부추긴다. 따라서 공교육의 빈곤화는 사교육을 구입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 대량으로 공교육을 탈출하도록 유발한다. 또 많은 국가들에서 이런 게 교육개혁의 하나이다.

기쁘게도 세계은행식 모델에 교육을 맞추는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상당한 반대가 있다. 이 보고서가 강조하는 바는 모든 아이들이 아무리 가난할지라도 학교에 갈 수 있도록 교육을 무상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국제인권법에서 교육권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은행은 무상교육을 ‘구호품’에 빗대어 말한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세계은행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우리 경험상, 가난한 사람들은 구호품을 갖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적절한 질이라면 서비스에 대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합니다.”

‘구호품’같은 모욕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걸 보면, 세계은행이 무상의 공적 서비스로서의 교육에 얼마나 저항하는지가 드러난다. 사람들이 무료인 공적서비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거짓임은 무상에서 유상으로의 공적서비스의 전환에 반대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밝혀졌다.

시장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선 돈 주고 서비스를 사는 것이다. 의무교육에서 ‘과도한 수요’란 존재할 수가 없다. 모든 아이에게는 교육에 대한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교육이 일으키는 사회화와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아동의 부모에게 의무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알맞은 교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자녀에게서 교육의 권리를 뺏을 수는 없다. 교육은 또한 국가에게 의무이다. 국가는 모든 젊은 세대가 교육받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 일에 실패한다면 국가 자신의 미래가 위태롭게 된다.

인권법은 지구적 목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국제인권법은 교육권의 점진적 실현을 명하고 국제협력이 이 과정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보편적인 인권으로서 교육을 선포한 것은 권리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는 걸 목표했다. 국내에서는 조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에 지불하는 것이 보장되지만 국제적으로는 그와 대등한 것이 없다. 유럽의 성인 한명은 1인당 2만5천달러의 GNP로 세 명의 아동교육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반면 아프리카의 성인 한명은 1인당 5백달러의 GNP로 6명의 아동을 교육해야 한다. 이런 불평등한 부담을 고칠 국제적 약속은 없다. 결과적으로, 교육에 대한 ‘접근’(access)은 그에 상응하는 정부의 의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권리’라는 용어는 회피된다. ‘접근’이란 말은 자유 시장에서 구입한 교육 또는 자선을 통한 재정에 걸쳐있다. 교육에 대한 접근이 없다면, 이것은 과도한 수요로 정의되거나 불평등한 것으로 안타까워할 일이기는 하지만 인권침해의 비난을 일으킬 수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국제인권법의 목적은 권력 남용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제인권법의 핵심 목적은 교육에서의 침해를 포함하여 인권침해를 폭로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현행 지구적 교육 목표에서 국제인권법을 배제하는 것은 권력 남용을 촉진했다. 공적인 약속이 없는 체함으로써 의무를 피하려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권력 남용도 없기 때문에 인권 보호의 필요성도 전혀 없을 것이다.

인권침해자들은 왜 나쁜 교육가인가?

전쟁과 억압을 보조하는 과세 또는 국제원조는 교육기금을 고갈시킴으로써 교육에 대한 간접세를 과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우선순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침묵시킴으로써 교육에 대한 간섭세가 강요된다.

정책적으로 인권을 부인하는 정부는 교육도 부인하므로 교육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정부는 억압에 대한 저항이 생득적 권리라는 것을 배우지 못하도록 인민에게서 교육을 박탈할 것이다. 가난한 국가들의 부자 정부들은 권력 강화를 위해 기금을 사용한다. 그래놓고 가난 때문에 교육에 재정을 댈 수 없다고 변명한다. 정부간 기구들은 빈국을 돕기 위해 개입하여, 그 정부가 할 수 있지만 하려하지 않는 일을 한다. 이런 식의 정부 기능 대체는 정부의 권력 남용에 대한 침묵을 필요로 한다. 권력남용은 피해자 또는 인권단체들이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할 때야 터뜨려진다. 흔히 국제간 기구들은 인권침해의 촉진자로 정의된다.

정부는 교육을 제도화된 세뇌로 변질시킬 수 있다. 수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아동을 학교에 등록시키라고 서둘면서 정작 해야 할 질문을 피하려든다. 교육이 제도적 세뇌에 해당한다면, 아동과 청소년의 학교가지 않을 권리를 지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인권법은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의한다. 해야 할 일 중에 최상위는 모든 아동에게 교육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모두 했는가는 질문은 어디에나 관련된다. 르 몽드의 한 사설은 “무책임한 정책들이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 준비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어깨에 1천억 유로의 공공부채를 지웠다”고 개탄했다. 이처럼 할 일을 하지 않은 죄악의 대가는 광범위한 청년 실업과 우발적인 폭력의 분출이다. 특히 빈부간에 잘못된 구분선이 인종, 언어 또는 출신으로 표시되는 소속의 경계와 일치되는 곳에서 그렇다.

자유에 대한 존중은 의무교육에 내재된 정부 권력의 남용을 방지한다. 교육을 검토하기 위한 렌즈로 인권을 사용하는 것은 ‘교육으로부터의 배제에 도전하는 일’과 ‘교육이 무엇을 위한 것이냐’를 묻는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교육 통계는 흔히 숫자계산밖에 모르고 그런 계산에 내재된 한계가 문제시된다. “학교를 위한 학교교육”, “죽은 목적의 교육”이란 말이 있다. 학교교육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인권의 보호 없이 모두를 포괄하는 의무 교육은 “선을 위해 사용되건 악을 위해 사용되건 간에 모든 학교 체제의 특질”로서 주입을 제도화한다. 경제학자들은 단지 교육재정을 대는 게 아니라 정부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대한 설명을 주입에서 찾았다. 인권보호의 구상은 교육이 선을 향하고 악을 멀리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점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개선된 교육적 통계에는 떠들썩한 환호가 동반되지만 정부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큰 침묵이 따른다.

인권침해는 무시될 수 없는 문제로서 필연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며, 이것은 과거 40여 년 간의 인권활동의 자랑스러운 성취이다. 인권법은 숫자계산이 회피하는 질문을 물어야 한다.

왜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2차 이라크 침공이 임박한 2003년 2월, 영국에서 ‘평화를 위해 손을 들자’ 캠페인을 조직하여 청소년으로서 유명인사가 된 키에라 박스(Kierra Box)는 당시 17세였다. 그녀는 캠페인을 ‘반전’에서 ‘평화옹호’로 바꾸기로 맘먹고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에게 관심가질 만한 여유가 있어야 여러분은 관심을 갖는다. 여러분 자신의 세상에 문제가 있다면 다른 일을 신경 쓸 시간은 없을 것이다.”

아동이 초등교육비용을 내기 위해 일해야만 하는 곳에선, 저항 운동을 조직할 시간과 힘, 자유는 말할 것도 없고 아동의 잠잘 시간조차 빼앗는다. 교육은 아동이 성인기로의 모험을 하기 전에 필요한 능력과 사회화를 제공해야 한다. 흔히 아동은 생계비를 버는데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학교를 나가도록 강요받고, 무권리 조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도록 사회화된다. 억압 속에서 자라는 아동은 억압에 대면할 수가 없거나 억압이 사라져도 억압으로 되돌아간다. 왜냐하면 억압과 비교할 수 있는 대안적인 체제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저항운동을 조직하는 일은 그것이 가장 필요로 되는 곳에서 가장 어렵다. 이 보고서가 드러낸 바대로 이 세상에는 100명의 교사당 적어도 150명의 군인이 있다. 경험법칙상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부는 교육을 우선시하고, 독재는 재정으로 교육을 고갈시킨다.

모든 아동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초등 교육은 ‘재정 압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은 국제인권법이 명한 바이며, 2005년 세계정상회의의 결과로 시인되었다. 그러나 국가들의 기록이 드러내는 바는 초등교육비용이 연간 가계 예산의 30%이상이며 교육부가 쓰는 돈보다 5배나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립초등학교에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불법이지만, 그런 법은 알려지지 않거나 혹은 알면서도 무시된다. 불법인 국가 정책을 국제적으로 지지하는 것보다 법의 지배에 더 해로운 일은 없다. 이러한 명백한 권력 남용은 공개적이고 효과적인 반대에 부딪혔을 때야만 변화될 수 있다.

 

<인권오름 제 139호 2009년 02월 11일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인권오름 제 135호 2009년 01월 08일 번역/정리 :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1967년 이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의 인권상황(2008년 8월 25일);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구에 대한 무력침공이 계속되면서 민간인들이 학살당하는 등 야만적인 인권침해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스라엘의 침공에 침묵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미국이 반대로 이스라엘에 대한 결의문 채택이 무산되었다. 지난 8월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상황에 관한 특별보고관 리처드 포크 교수는 첫 보고서를 제출했다. 포크 교수는 이스라엘에 방문 조사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되었고, 심지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추방당하기까지 했다. 보고서 원문은 http://daccessdds.un.org/doc/UNDOC/GEN/N08/489/88/PDF/N0848988.pdf?OpenElement에서 볼 수 있다.



요약
이 보고서는 리처드 포크(Richard Falk) 팔레스타인 인권상황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이 임명(2008년 3월)된 후 제출한 첫 보고서로 1967년 이래 이스라엘이 점령해온 지역에서의 2008년 1월부터 중반까지의 상황을 담고 있다.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이스라엘 점령지 인민의 권리를 존중하라는 유엔의 지시를 지속적으로 무시해온 장기 점령의 결과이다. 2007년 아나폴리스 정상회담의 평화협상의 약속, 특히 이스라엘이 정착촌 확장을 그만두고 요르단 서안 지구(West Bank)에서의 이동의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에 주목한다. 유감스럽게도 기록이 드러내는 바는 정착촌은 확장됐고 서안에서의 이동의 제한은 악화됐다는 이다. 또한 고립장벽의 문제, 비폭력 시위 진압에 이스라엘의 과도한 폭력 사용, 그로 인해 아동을 포함한 팔레스타인들의 사망과 관련된 국제인도주의법 위반에 주목한다. 또한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에 대한 폭력과 공격을 특히 우려하면서 국경 교차점에서의 이스라엘의 인권침해에 관심을 기울인다. 건강보호의 위기, 특히 가자지구에서의 위기를 강조한다.
보고서가 유감스러워하는 바는 유엔총회가 지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를 이스라엘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의 점령이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의 실현을 위협하고 있는 수준에 대한 유엔의 권고를 통해 팔레스타인 인민의 권리를 보다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한다.

도입
어떠한 정치적 의미 없이, 가자지구의 하마스 기구를 “사실상의 권력당국”으로 다룬다는 것이 특별보고관의 의도이다. 특별보고관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군사점령이 40년 이상 지속됐다는 사실, 그리고 이 점령이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차별정책)의 성격을 지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더 이상의 점령의 지속은 모든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에 대한 위협을 악화시키고 누적적인 침해에 해당한다. 점령을 끝내는 것이 팔레스타인 인민의 인권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중대한 인권에 대한 도전: 사례연구
A. 표현의 자유와 언론종사자에 대한 폭력: 모하메드 오메르(Mohammed Omer) 사례
모하메드 오메르는 가자 지구 상황에 대한 보도로 마르타 겔혼 언론상(Martha Gellhorn Prize)을 수상한 24세의 젊은 언론인이다. 오메르는 이 상을 수상하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2008년 6월 가자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에게 심한 폭력을 당했다. 나체 상태로 심문받았고 4시간 이상 폭행을 당했다. 의사는 그가 신경에 손상을 입어 아버지가 될 수 없을 것이고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메르에 대한 폭력은 그가 가자지구 점령 상황을 국제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감이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에 대한 반감이 특히 심하지만 모든 팔레스타인 인민이 국경 지대와 검문소에서 자의적 폭력과 학대를 겪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메르 사건의 경우는 점령 상황 하에서 언론의 자유를 방해하는 공식적인 이스라엘의 행동유형의 가장 최근 사례이며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 인민은 이스라엘 점령세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폭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호를 상실하게 된다.

B. 서안에서의 봉쇄와 이스라엘군의 군사행동: 나블루스(Nablus)에서의 민간인 공격
요르단강 서안의 주요 도시들을 고립장벽의 확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에워싸고 검문소를 유지하는 것은 출입이 어렵고 굴욕적이란 걸 의미한다. 2008년 6월 26일부터 7월 말까지 이스라엘군은 일련의 야간 군사작전을 나블루스에서 펼쳐서 적어도 두 명의 팔레스타인 청년을 살해했고 수십 명의 남녀와 어린이를 체포했으며 재산을 파괴하고 강탈하여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군사행동은 나블루스 주민에 대한 어떤 명백한 혐의도 없이 벌어졌다. 재산파괴로 끼친 손해에는 학교, 병원, 고아원을 포함하여 자선기구의 파괴가 포함돼 있다. 이런 군사행동의 전반적 영향으로 팔레스타인의 상업중심지로 간주됐던 이 도시의 경제활동의 약 50%가 감소됐다. 물질적 손실을 넘어 늦은 밤에 벌어진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의 침입으로 인한 끔찍한 경험이 심리적 해를 끼쳤고 무수한 검문소와 도로봉쇄로 인해 심리적 고립감이 커졌다. 지난 7개월 동안 서안지구 전역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스라엘군에 의해 자선기구와 여타의 시민조직들이 문을 닫았다. 사회적 붕괴에 대한 현실적 공포, 엄청난 기아, 광범위한 질병 등과 더불어 가자지구의 상황이 지난 1년 동안 매우 극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안지구에서 지속된 고난과 고통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C. 평화적 집회에 대한 권리: 서안지구의 고립장벽 반대 시위
이스라엘은 2004년 7월의 국제사법재판소의 자문의견을 무시하고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 내에 불법적으로 고립장벽을 건설해왔는데, 니린(Ni'lin)이란 마을은 서안지구의 고립장벽 인근에 있다. 1948년부터 이 마을에 속하는 땅의 상당부분(80%)을 계속해서 빼앗겨온 사람들은 고립장벽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이스라엘 군과 국경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과 실탄을 포함하여 다양한 폭력 수단을 사용했다. 두 명의 팔레스타인 청년이 총상으로 죽었다. 10살 난 소년이 총에 맞아 죽었고, 그 장례식에 참석한 도중에 19살의 청년이 머리에 맞아 죽었다. 국제인권법의 관점에서 보면 니린 마을 주민들은 명백하게 불법적인 고립장벽의 확대에 맞서 평화적 집회를 할 권리가 있으며, 이스라엘의 과도한 폭력 사용, 특히 어린이를 포함한 시위대를 고의적으로 살해하거나 장애를 입힌 행위는 안보와 공공질서를 위해 필수적이었다는 주장을 무효화한다. 불법적인 몰수에 맞서 자신들의 땅을 지키는 것은 인민의 기본적 권리이며 이 권리는 점령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영토의 이스라엘 점령촌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에서의 이스라엘 점령촌의 지속적 확장은 심각한 유형의 불법행위이며 점령촌 확장을 그만두고 “전초부대”를 제거한다는 이스라엘 자신의 국제적 약속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점령 프로그램의 범위와 규모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수립을 결정적으로 방해할 뿐 아니라 점령상황에서의 일상적인 마찰의 원인이다. 국제법 전문가들의 합의로써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의 점령촌의 불법성은 확인되었고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도 재확인했다. 제4 제네바협약 49조가 이점을 가장 확실하게 뒷받침하는데, 이 조항은 점령 세력이 “자국 민간인 인구를 점령지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몰수와 압류로 땅을 빼앗아 이스라엘 점령촌을 확장했으며 이는 가속화된 속도로 계속됐다. 계속되는 팽창 때문에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지만, 지배적인 추정치로는 점령촌 토지와 고립장벽건설을 위해 몰수한 땅을 합칠 때 요르단강 서안의 14%가 몰수됐다. 최근 수치에 따르면 약 200여 정착지와 100여개 전초부대와 29개의 이스라엘 군사기지가 있고, 점령민의 수는 4만8천 명에서 5만5천 명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점령촌 확장은 토지나 인구 둘 다에서 매년 4%정도 늘어나고 있다. 점령촌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이스라엘 점령민들이 팔레스타인에게 행하는 폭력, 팔레스타인의 저항폭력이 있고 비극적인 사건과 죽음이 되풀이된다. 점령촌, 폐쇄군사지역, 이스라엘이 선포한 자연보존지대라는 명목으로 뺏은 팔레스타인 땅이 요르단강 서안의 40%로 이 땅에는 접근할 수 없으며 거주, 농사, 상업 또는 도시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가 없다.

건강 위기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두 곳 모두 심각한 건강 위기가 있다는데 합의한다. 기초보건체제의 총체적 붕괴위기가 있다.
팔레스타인의 경제사회적 상황은 극심한 실업과 빈곤율로 드러나며 가자지구가 특히 그렇다. 유엔과 세계은행에 따르면 서안과 가자지구의 빈곤율은 현재 59%이며, 식량 불안은 팔레스타인 전체인구의 적어도 38%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자지구의 공식 실업률은 45%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이 수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진짜 수준보다 낮춰진 것이다. 가자지구에 있는 공장의 95%가 몰수 때문에 문 닫은 것으로 보고된다. 세계은행은 이런 조건들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파국을 낳을 것이라 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6월 중순 하마스 장악 이후 가자지구를 “적지(enemy entity)”로 분류하고 식량과 연료공급의 제한을 정당화했다. 가자지구는 주당 요구되는 연료의 30%만을 공급받을 뿐이며 특히 식용유와 디젤연료가 불충분하다. 이스라엘은 또한 팔레스타인에 속하는 관세수입의 지불을 봉쇄했고, 유럽과 미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지원을 유예했다.
의약품과 필수적인 장비를 구할 수가 없다. 가자지구에서 아프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에서 치료받기 위해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허가를 받기 어렵고 적절한 때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런 상황의 누적으로 분노, 공포, 우울, 무기력 등 심각한 정신적 폐해가 생겼다.
서안지구의 상황은 이보단 덜하지만 여전히 최저국제기준 이하이다. 검문소, 도로봉쇄, 허가조건 등이 결합돼 서안지구 내에서의 의료시설로의 이동조차 어렵다. 이스라엘로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다양한 질병이 생기며 특히 어린이들은 영양실조와 외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해 점령세력으로서의 어떤 책임도 부인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더 이상 점령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질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하마스 장악 이후에는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국제법으로 보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점령세력이며 따라서 제4 제네바 조약에 구속된다. 협약 13조에서 25조는 점령지 사람들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점령세력이 지는 법적 의무를 상세히 강조하고 있다.
2006년 1월 하마스의 선거 승리 이래로 이스라엘과 미국, EU가 가자지구에 대해 취하고 있는 총체적 접근법은 제4 제네바조약 33조에 대한 대규모의 불법적인 침해이다. 이 조항은 집단 처벌을 무조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어떤 사람도 자신이 개인적으로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대해 처벌받아선 안 된다. 집단적 형벌, 그리고 마찬가지의 협박 또는 테러리즘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는 금지된다. 보다 현실적으로, 의료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의 보건 시스템이 “붕괴 직전”또는 “지속불가능”하다고 할 상태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민 전체를 처벌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은 정착촌을 포함한 점령지의 안전,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 정당화되고 있지만 이런 주장자체는 점령지 인민들에게 끼치는 해악이라는 맥락에서 판단돼야만 한다. 이와 관련된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은 이스라엘의 주장을 거부했으며 특히 고립장벽을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 건설한 것과 정착촌 확장을 위해 몰수한 땅을 이용한 것 자체가 정당한 안보 주장과는 전혀 무관한 불법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인민의 대다수는 전 생애를 점령 하에서 살아왔다, 동 예루살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특별보고관은 충격을 받았다. 서안지구의 한 교수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난 43살인데 내 생애동안 행복한 날을 단 하루도 갖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통계수치를 넘어서 지속적이고 무자비한 군사점령의 폭압성은 기본적인 정신적․신체적 건강의 유지와 같이할 수가 없다.

권고
*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을 법적으로 판단할 것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요청해야 한다.
*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 고립장벽 건설의 법률적 결과’(A/ES-10-273, Corr.1)의 이행 속에서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원을 추구해야 한다.
* 정착촌 확장을 중단하고 서안지구에서의 이동의 자유를 쉽게 하고 점령 하 팔레스타인 인민의 인도주의적 필요에 충실하겠다는 아나폴리스 회담(Annapolis summit)의 약속을 이스라엘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데 유엔의 모든 관련 기구는 심각하게 주목해야 한다.
* 유엔은 불법적 점령 하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안녕을 존중하기 위해 유엔 자신의 책임성을 탐색해야 한다.
* 건강 위기에 대해 국제사회의 성원들은 최고 우선순위의 문제로서 경제적 지원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임박한 인도주의적 재난에 직면한 속에서 인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일을 해야 하는 책임은 막중하다. 이 책임은 가자 지구의 민간인을 향한 책임이며 휴전이 유지되든 아니든, 이스라엘이 정한 정치적 조건을 하마스가 만족시키든 아니든 간에 이와 무관하게 져야 할 책임이다. 

 

<인권오름 제 135호 2009년 01월 08일 번역/정리 :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인권오름 제 113호 2008년 07월 22일 번역/정리 :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올 8월로 임기를 마치는 Ambeyi Ligabo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08년 2월 28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를 소개한다. 보고서는 1) 표현의 자유에서 나타난 주요 경향에 대한 분석, 2) 특별보고관이 지난 6년간 벌인 활동에서 다뤘던 주요 문제들, 3)이에 바탕한 결론과 권고를 담고 있다.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나타난 주요 경향

특별보고관이 접수한 사례의 대다수는 언론인, 학생, 인권활동가 등이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물리적 및 심리적 위협 등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러한 공격은 정부의 정책 또는 거대 기업의 행위에 반대하는 평화적 항의를 억압하는 것과 연관돼왔다.

언론 종사자나 보통 시민이 중상‧비방 혐의로 기소 또는 투옥된 많은 사례들이 있다. 주요 경향은 국가가 편집권의 독립성에 개입해 부당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채택, 매체의 표현수단을 폐쇄하려고 주관적인 허가제 절차를 만드는 것, 시민사회조직의 작동에 심각한 제한을 부과하는 것 등이다.

특별 보고관이 다룬 주요 문제들

정보접근권 - 검열

직‧간접적인 검열은 표현 수단을 닫게 하거나 중단시킬 목적으로 주관적인 행정 규제(특히 허가제와 과세)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매체, 특히 인터넷도 검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웹사이트와 인터넷 기고자, 특히 블로거들에 대한 검열과 금지가 늘어나는 추세에 특별보고관은 주목한다. 낮은 비용, 탈집중적 성격, 영향이 미치는 범위의 광대함으로 인해 인터넷은 국가당국과 정책에 대해 독립적인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표현수단이 됐다. 이에 많은 정부들은 소위 사이버-반대자들을 처벌하는 것을 포함하여 디지털 매체를 통제‧감시‧검열하는데 관심을 높여왔다.

민주국가에 자리잡고 있는 주도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불법적인 표현의 자유 제한을 수용하거나 심지어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령, 정부가 통제와 검열을 위해 검색 엔진에 부과한 제한들을 수용(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용어’의 검색 봉쇄)해왔다. 많은 대규모 인터넷 기업들이 인터넷에서 글쓴이를 정부가 찾아낼 수 있도록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해왔다는 점을 특별보고관은 깊이 우려한다.

정보접근권 - 다양성

매체의 다양성 증진은 중요하다. 다양성은 △ 표현수단의 다양성(표현수단의 창조와 유포에 자유로운 환경 수립), △ 정보원의 다양성(특히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환경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 △ 내용의 다양성(다양한 집단과 취약한 집단이 표현수단에 접근할 수 있고 자신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유포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하는 것) 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다양성 증진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통제하는 허가 절차가 매체의 독립성에 재갈을 물리는 기술적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특별보고관은 허가절차는 언제나 독립적인 기관에 의해 수행되어 정부 당국자의 정치적 간섭에서 자유롭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더욱이 허가절차는 희귀성에 대한 대응으로만 오직 정당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방송매체에 국한돼야 한다.

다양성을 증진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매체의 표현에 직접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매체와 내용 생산자가 출현하고 활약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드는 일반적인 조치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 사용자가 지구적 규모로 내용을 유포할 수 있는 방식인 인터넷은 당연히 고려되고 강화돼야 한다.

정보접근권 - 인터넷 거버넌스

인터넷은 또한 중요한 문제들, 가령 아동 포르노, 경멸적이고 증오하는 표현,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낳기도 한다. 정보사회에 대해 인권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거버넌스에 집중한 진지한 토론을 통해서만 다룰 수 있는 문제들이다. 특별보고관은 탄탄한 인권의 접근으로 인터넷을 제어할 수 있는 국제조직의 수립을 제안한다.

언론인의 안전과 보호

2007년 67명의 언론매체 종사자가 납치당했고 1,511명이 신체적 공격을 받거나 위협당했다. 86명의 언론인과 20명의 여타 종사자들이 살해당했다. 이런 수치는 지난 5년간 244% 늘어난 것이며 1994년 이래로 최고의 수치다. 무력분쟁은 별도로 하더라도 선거 기간과 공공의 위기 중에 언론인 보호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 언론인들이 선거기간에 정치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반대 세력으로부터 물리적 공격의 직접 표적이 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많은 사례에서, 인권침해를 보도하는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흔한 관행은 체포와 구금을 포함한 보안세력의 폭력이다.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적 제한

명예훼손은 언론인이 투옥되는 주원인이다. 명예훼손 법률의 원래 의도는 명예를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의 잘못된 발표로부터 인민을 보호하고 특히 언론 종사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때 책임성, 올바른 판단, 직업정신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명예훼손 법률의 주관적 성격 때문에 불의를 폭로하는 저널리즘을 가로막고 비판을 침묵시키는 강력한 장치로 변질됐다. 특별보고관은 주관적인 가치(국가 정체성, 종교, 국가 상징물, 기관, 심지어 국가의 수장 등)에 대한 보호를 포함하는 것으로 명예훼손 법률이 미치는 범위가 늘어나는 경향에 대해 우려한다. 국제인권법에 담긴 명예의 보호규정은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추상적인 가치나 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언론 종사자들에게 취해지는 공통된 조치에는 언론인의 소득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무거운 벌금의 부과, 자격증의 정지, 매체의 중단 또는 폐쇄가 포함된다. 특별보고관은 이런 조치들이 적정성 원칙에 어긋나며 따라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고 본다. 더욱이 이런 조치들은 독립적인 언론인, 지역 언론인 또는 프리랜서 언론인에게 더욱 해롭다. 이에 특별보고관은 언론매체의 자유에 관한 OSCE(유럽안보협력기구) 대표, 표현의 자유에 관한 OAS(미주기구) 특별보고관과 합동으로 2002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는 “형법으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이 아니다. 모든 형법상 명예훼손 법은 철폐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민법으로 대체돼야 한다.”

결론과 주요 권고

사상의 자유로운 전달을 제한하는 것은 다원성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정부는 언론매체의 독립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강조해야 한다. 또한 전통적인 매체나 인터넷 모두에서 언론매체의 표현수단에 대한 모든 형태의 검열을 분명하게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해야 한다. 중상, 비방, 모욕 혐의(특히 공적 인물과 정부당국에 기인하는)가 있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의 사전 심의도 정당화할 수 없다.

정부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인터넷으로 확장해야 한다. 특히 웹사이트 투고자와 블로거들에 대해 그러하다. 이들은 여타 다른 유형의 언론매체와 같은 수준의 보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또한 ‘디지털 분리’를 연결해야 한다. 가난하고 취약한 집단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기술을 이용하기 쉽도록 해야 하며 비용은 부담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접근성 증가를 위한 기술적 노력 말고도 컴퓨터 문해력 프로그램이 고안되고 널리 유포돼야 한다.

넓게는 대중, 그리고 언론매체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표현하는 생각이 문화적‧종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잠재성을 의식해야 한다. 편파적이고 차별적인 의견의 유포는 궁극적으로 불화와 갈등이 늘게 하며 인권의 증진에 기여하지 않는다. 언론 기업과 언론인 조직은 직업윤리를 강화하고 언론 종사자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및 국제 조직과 협력하여 정기적인 인권훈련프로그램을 조직해야 한다.

 

<인권오름 제 113호 2008년 07월 22일 번역/정리 : 류은숙(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관련 기사

인권오름, [인권문헌읽기] W. 더그러스 ‘민중의 인권’ 중 표현의 자유 http://hr-oreum.net/article.php?id=877

 

 

인권오름 - 독재자의 첫 번째 행위는 자유로운 표현의 파괴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을 불태운다”고 시인 하이네는 읊었다. 인권의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인권이 대규모로 침해될 때 그 전령사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인권을 침해하는 권력이 하는 짓은 맘에 안 드는 표현을 불태워 없애버리거나 혹은 그전에 불태울만할 표현을 할 사람들부터 때려잡는 것이다. 창작물이 나오기도 전에 싹을 없애버리는 것이니 효율적이기 그지없다. 누구 말마따나 그야말로 ‘실용적’이다. 표현의 자유의 역사에서 ‘치욕’으

hr-oreum.net

<인권오름 제 105호 2008년 05월 27일 번역/정리 : 류은숙, 서신(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모든 인간은 본질적인 인성만으로 모든 인권을 향유해야 한다. 시민과 비시민과 같은 예외적인 차별은 오로지 그것이 정당한 국가적 목적에 봉사하고, 또한 그 목적의 달성에 비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보장된 인권의 향유와 ‘비시민’들이 겪는 현실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으며, 이들이 겪는 인권침해는 비시민 구금을 예사로 하는 등 9·11 이후 악화돼왔다. 아래 소개하는 보고서는 비시민의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바이스브로트(David Weissbrodt) 가 ‘인권증진과 보호에 관한 소위원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이 2006년 펴낸 것이다. 국제인권법으로 보장되는 비시민의 권리를 살펴보자.

시민과 비시민

시민(citizen)이란 무엇이고 비시민(non-citizen)이란 무엇인가? 이 보고서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인용하여, 시민이란, 한 국가에 의해서, 그 국가와 '실질적인 연관(effective link)'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국제법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할 권한을 개별 국가에 남겨 두었는데, 통상적으로, 시민권은 그 국가에서 태어나는 것(출생지주의), 그 국가의 시민인 부모에게 태어나는 것(혈통주의), 귀화, 또는 이러한 방식들의 조합에 의해 획득될 수 있다. 비시민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이러한 실질적인 연관들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비시민의 다양한 형태

비시민 중에도 여러 집단들이 존재한다. 영주권자, 이주자, 난민,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 트래피킹 피해자, 외국 학생, 임시 방문자, 여타 형태의 비이주자와 무국적자 등이다. 이들이 갖는 권리들은 각각의 법률 체제에 따라 따르지만, 대부분이 직면해 있는 문제들은 아주 유사하다. 비시민이라는 상황으로 인한 공통된 문제는 세계인구의 약 3%(약 1억7천5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비시민은 자의적인 살해, 비인간적인 처우, 노예제, 자의적인 체포, 불공정한 재판, 프라이버시 침해, 강제 송환, 강제 노동, 아동 노동, 그리고 국제인도법 위반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진다. 그들은 또한 결혼할 권리, 소수자로서 보호를 받을 권리, 평화적인 집회와 결사의 권리, 평등권, 종교와 신앙의 자유,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노동권(예를 들어서, 단체교섭권, 근로자 수당을 받을 권리,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에 대한 권리), 그리고 영사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국가는, 시민들에게 명시적으로 보장된 정치적 권리, 그리고 이전의 자유와 관련하여서만 제한적으로 시민과 비시민을 차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들과 비시민들이 직면한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거의 모든 비시민이 공식적‧ 비공식적인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외국인 혐오,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언어 장벽과 낯선 관습, 정치적 대표의 결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특히 노동권·교육권·건강권을 실현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신분증명서류를 취득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자의적인 구금과 기한 없는 유치, 인권 침해에 대해 효과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또한 개선될 수 있도록 할 수단의 결여를 경험한다.

국제인권법의 일반원칙

□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비차별 원칙(제2조 1항)과 법 앞의 평등(제26조)을 모든 사람에 대하여 보장하고 있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규약에서 보장한 권리는 호혜주의로, 그 사람의 국적 또는 무국적과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규약의 일반원칙은 규약의 각 권리가 시민과 외국인간에 차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규약이 적법한 것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한 제한에 의해서만 비시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규약에서 국가들에 허용하고 있는 제한은 두 개 범주의 권리에 대해서이다. 즉 시민에게 명시적으로 보장된 정치적 권리와 이동의 자유이다. 규약 25조는 정치참여의 권리, 투표권과 피선권, 자국의 공무 취임의 권리를 “모든 시민”의 권리로 규정하며, 이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 어느 국가의 영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 인종차별철폐협약

시민‧정치적 규약과 비교해 인종차별철폐협약은 평등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좁게 해석한다. 즉, 비시민이 유사하게 취급될 것을 요구한다. 비시민에 대하여 일반원칙의 적용을 제한하는 조항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인권법의 총체적 맥락에서 읽을 필요성을 강조한다. 있을 수 있는 제한 조항들을 결코 국제인권법에서 선언되고 인정된 권리와 자유를 훼손하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국가가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특정 인종‧종족‧민족‧종교 집단들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불관용과 증오의 행위들을 공적으로 비난할 것, 그리고 비차별의 원칙과 비시민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킬 것.
△ 비시민이 법 앞의 동등한 보호와 인정을 누리도록 보장할 것.
△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관련하여, 특히 주거, 교육, 그리고 고용 등의 분야에서 비시민이 당면한 문제들에 집중할 것.
△ 시민과 비시민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권의 평등한 향유를 보장할 것, 최소생활기준을 보장하는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비시민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할 것.
△ 노동 조건과 언어 요건과 관련하여 비시민에 대한 차별 근절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
△ 난민 지위를 구하는 사람에 대하여 그들의 국적을 따지지 말고 난민에 관한 국제 기준을 동등하게 적용할 것, 국제협력을 포함하여 난민이 처한 상황에 모든 이용가능한 수단을 취할 것.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4년 8월에 ‘비시민에 대한 차별에 관한 일반권고 XXX’를 채택했다. 그 주된 원칙들 중 몇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시민권 또는 이주자 신분에 따른 다른 처우는 그러한 구별의 기준이 정당한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그 목적의 달성에 비례하지 않는다면 차별을 구성한다.
△ 비시민의 상이한 범주(가령 시민의 배우자가 비시민 여성인 경우, 시민의 배우자가 비시민 남성의 경우)에 따라 처우의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걸 삼가야 한다.
△ 국가는 외국인 혐오주의의 태도와 행동으로부터 비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 국가는 특정 비시민 집단이 시민권 또는 귀화에 대한 접근과 관련하여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모든 비시민에게 사법행정에서 동등한 처우를 보장할 것.
△ 추방 또는 여타의 이동 과정들이 인종 또는 민족적 출신에 따라 비시민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가족생활의 권리를 과잉 침해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 비시민은 그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 또는 영토로 돌려보내지거나 추방되어서는 안 된다.
△ 비시민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들, 특히 교육, 주거, 고용과 건강을 누리는데 있어서 장애물은 제거되어야만 한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일반권고 XXX’는 비시민의 권리와 그 해석에 대한 포괄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국가가 시민과 비시민간의 구별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구분이 여타 인권기준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지 않는 한에서만 그렇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아홉 명의 테러 용의자들이 영국 정부가 그들을 구금함으로써 유럽인권협약 제5조에 정한 자유와 안전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바 있다. 시민권 또는 이주자 신분에 기초한 차별적 대우는 만약 그러한 차별의 기준이 인종차별철폐협약의 목적 및 의도에 부합되지 않거나, 그 목적과 의도의 달성에 비례하지 않거나, 또는 비시민에 관한 특별 조치들에 대해서 언급한 위 협약 제1조 제4항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결과적으로 상이한 인종집단에게 별개의 권리를 존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조치), 금지된 차별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덴마크 시민과 결혼한 튀니지인 영주권자가 그가 덴마크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덴마크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한 사안이 있다. 이에 대한 인종차별위원회는 그가 오로지 덴마크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당했고, 또한 국적 요건이 대출상환 보장의 필요성에서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적은 대출 상환 의사와 능력을 조사할 때 적합한 요건이 아니므로(신청자의 상시적인 거주 또는 그의 고용, 재산, 또는 가족적 유대가 있는 장소가 이 맥락에서 더 관계가 있고, 시민도 외국으로 이사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전 재산을 둘 수도 있으며, 그리하여 변제 요청을 강제하는 모든 시도를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차별을 당했다고 보았다.

□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마찬가지로 비차별 조항(제2조 2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규정(제2조 3항)하고 있는데, “개발도상국은 인권과 국가 경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이 규약에서 인정된 경제적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자국의 국민이 아닌 자에게 보장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평등 원칙에 대한 하나의 예외로서, 위 조항은 좁게 해석되어야 한다. 즉 개발도상국들에 의해서만, 오직 경제적 권리들과 관련해서만 그와 같은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 국가들은 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하여는 시민과 비시민 간에 차별을 둘 수 없다.

지역 기구들

지역 인권법은 대체로 지구적 기준들이 제공하는 보호에 부합되지만, 그 기준과 예외가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인권재판소는 허용가능한 추방에 관하여 유럽 시민과 비유럽 국적을 가진 개인들을 구분했다. 미주인권재판소는 중미 국가들의 국민, 스페인 사람, 이베로아메리칸(스페인, 포르투갈과 양국 식민지였던 곳의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귀화를 허용한 코스타리카 헌법의 귀화 규정에 대하여 비차별적이라 했다. 이들이 코스타리카인들과 더욱 가까운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유대를 공유하기 때문이며, 처우의 차이가 정당한 목적을 가지며 정의와 이치에 반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차별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가 헌법들

국가들의 헌법은 ‘시민’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반면 국제인권법은 모든 사람에게 권리를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헌법은 인권을 시민에게만 보장하고, 나이지리아 헌법은 출생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과 여타의 시민에게 보장된 권리를 구별한다. 반면에 아제르바이잔 헌법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언급된 권리의 대부분을 차별없이 보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특히 아르메니아, 러시아, 쿠르드 소수민족에 속한 사람들이 실제로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나아가, 단지 헌법에 비차별의 일반 원칙을 언급하는 것만으론 인권법의 평등 요청에 대한 충분한 답이 아니다. 국가는 모든 형태의 차별과 싸우기 위해 효과적인 입법뿐만 아니라 그러한 법 위반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구제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비시민의 권리 사례

□ 무국적자

태어난 곳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거나 상실한 사람(일정한 등록기간에 등록을 하지 못했고, 그 이후로는 등록을 거부당한 경우),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시민권을 청구할 수 없는 사람, 출생지주의만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의 비시민인 부모에게서 아동이 태어났는데, 그 아동이 태어난 곳은 혈통주의를 택하는 국가인 경우 등이 있다.

국가들은 특히 아동을 우선순위로 하여 영주권 허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국적자를 그 선조들의 기원이 되는 국가들로 강제송환해서는 안되며, 오랜 기간 관계를 가진 국가나 거주국가로 들어갈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된다.

□ 난민,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Asylum seeker)이란 난민 지위를 얻기 전에 피난처를 찾아 일단 외국으로 도피해 온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입국했다며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의적 구금, 구금기간의 장기화, 테러리즘 또는 국가안보를 빌미로 한 모호한 구금, 이주 아동의 구금, 법률 지원과 사법심사절차의 무시, 일반 범죄자와 같이 구금하는 것, 독방 감금, 신체의 보전을 위협하는 방법의 사용, 과밀‧열악한 위생 조건 등 부적절한 시설 수용, 의료조치의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난민의 적격성 심사는 신청자의 인종적‧민족적 출신을 따져서는 안되며,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궁핍한 상태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난민 신청자를 구금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하며 특히 가족을 찾아 온 사람에 대해서 그러하다.

□ 비시민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시민권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를 가지며, 정부들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비시민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은 정당하고 우호적인 노동조건을 누릴 권리를 가지며, 이것은 안전, 건강, 노동시간, 임금 등에서 시민권이나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국가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비시민 노동자가 노동조합사무실을 갖는 것을 방해받아서는 안되며 파업할 권리가 제한돼서도 안된다.

국제노동기구의 8대 조약들은 시민권과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미주인권재판소는 비차별과 평등권은 이주 자격과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들에게 적용되는 권리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들은 미등록 노동자의 고용이나 노동권 제한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이주자의 지위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고용 서류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 일을 제공하지 않거나 추방할 권리가 정부에 있다고는 하나, 일단 고용관계가 개시됐다면 미등록 노동자도 공인된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고용과 노동권에 대한 자격을 갖는다고 했다.

□ 비시민 아동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비시민인 아동, 소수자 집단에 속하는 아동의 권리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이주현상의 전개를 다루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시민 아동은 이름을 가지고 국적을 획득할 권리를 갖는다. 비시민의 아동이 무국적 상태가 되지 않도록 출생 즉시 등록되고 국적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법적 신분이 없는 비시민 아동이 학교에서 배제돼서는 안된다. 국가들은 비시민 아동의 교육권을 비롯하여 아동이 사회에 통합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결론과 권고

그동안 비시민의 권리 옹호는 난민, 무국적자, 이주자, 트래피킹 피해자 등 각각의 개별적인 집단에 초점을 두었다. 물론 개별 집단이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처한 유사한 상황과 목표에 대한 통일된 노력, 전체로서의 비시민의 권리를 조명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 보고서가 그렇듯이 비시민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적 노력들은 ‘비시민의 권리를 다루는 분명하고 포괄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우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비시민이 당면한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 주요인권조약들과 그 관련기구들이 구체적인 기준을 채택하고, 비시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사국들과 대화를 강화하고, 공통의 일반논평과 권고를 만드는 것이 비시민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일관되고 구조적인 접근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권오름 제 105호 2008년 05월 27일 번역/정리 : 류은숙, 서신(인권연구소'창'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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