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퀘어의 홈리스 강제퇴거 중단 요청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
* 일시: 2024년 7월 3일 (수) 오전 11시.
* 장소: 국가인권위원회 앞.
홈리스행동 기자회견 발언문(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유엔 인권이사회 56차 세션. 2024년 6월 26일 발표.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 보고서를 중심으로)
저는 오늘 아침, 제 월세방에서 씻고 배설하고 혈압약을 먹고 나왔습니다. 이건 자기 주거가 있어야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방이 없다면, 저는 이런 행위들을 어디에서 해야 할까요? 또 저는 공공 도로를 걸었고 공공교통을 이용해 여기에 왔습니다. 저는 자산이란 게 거의 없는데, 제 통장 잔고가 비었다는 이유로 공공의 장소에 출입을 금한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가난하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야 한다면, 가난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누가 벌을 줍니까?
오늘 제가 드리는 말은 유엔에서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근거합니
다. 유엔에는 특별 주제를 다루는 장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입니다. 특별보고관이 최근 6월 26일 발표한 문서의 제목은 ‘홈리스와 빈곤을 범죄화하는 악순환을 끊어라’입니다.
이 보고서의 요점은 한마디로 ‘공공이라는 건 모두에게 열려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거 없음은 그 자체로 인간 존엄에 대한 도전이며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비롯한 인권에 대한 침해입니다. 국가는 홈리스 상태를 없애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빈곤은 광대한 인권침해의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홈리스 상태와 빈곤이라는 이중의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공공의 장소에서 내쫓고 박해하려는 것은 그것이 법이 됐든 경찰이 됐든 관행이 됐든 간에 규탄받아야 합니다.
주거지 불명인 사람을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모호하고 자의적인 법입니다. 홈리스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명확한 행위에 따라 처벌해야겠지요. 구체적 행위에 근거한 처벌의 원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입니다. 하지만 주거가 없어서 떠돌아다닌다고 해서, 잠자고 먹고 물건을 보관하고 위생을 처리하는 등의 생존을 위한 행위를 자기 거소가 아닌 곳에서 행하는 것은 범죄가 아닙니다. 생존 행위를 범죄로 취급하고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공중보건과 공공질서 등에 대한 규제는 주거 없는 사람의 모든 행위를 처벌할 권한이 될 수 없습니다.
쇼핑몰 등 사적 자본이 공적 영역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장소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은 홈리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구성원의 문제입니다. 사적이고 자의적인 권력 행사에 기본적 인권을 내어줄 겁니까? 나는 그 대상이 아니라고 내버려두면, 사적 권력의 횡포와 공권력의 방임이 저절로 멈춥니까?
오늘 우리는 홈리스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든 구성원의 문제로 자각하기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슬금슬금 공적 장소를 축소하고, 사적 권력에 시민의 권리를 양도하는 행위를 누가 허락한 적 있습니까? 사유재산이 슬금슬금 공적 공간과 공적인 권리에 침투해오고 있는데, 왜 공권력이 사적 권력을 감싸줍니까? 그것도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홈리스를 향해 사적 권력이 횡포를 부리도록 방임합니까?
유엔 특별보고관은 계속 지적합니다.
홈리스를 다루는 법률들의 제재와 처벌의 비례성이 적절치 않다고.
집세를 낼 수 없다는 상황이, 삶을 지속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행위들을 범죄로 처벌한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규탄합니다.
빈곤과 주거없는 상태를 범죄시하고 처벌하고 추방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말입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욕적인 처우나 처벌에 해당한다고 지적합니다. 공공장소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경찰의 개입과 사적 폭력 등에 취약합니다. 사적인 거주지에서라면 허용되지 않았을, 영장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개입에 노출돼 있습니다. 타인과의 만남을 위해 공공장소를 이용하려는 홈리스를 범죄화하는 것은 집회와 회합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소득을 얻으려고 거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법과 집행조치는 홈리스의 노동할 권리와 공정하고 안전한 노동조건을 위반합니다. 여기에는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포함돼 있기에 국제노동기구(ILO)는 홈리스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홈리스에 대한 추방, 벌금, 구금과 투옥, 강제 시설입소 등은 더한 인권침해를 야기합니다. 앞서 열거한 행위들은 홈리스 상태로 인해 이미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배가합니다.
이에 유엔 특별보고관은 다른 식의 접근을 권고합니다.
홈리스를 범죄화하는 것은 사회문제를 다루기에 부적합하고 비효과적이며 오히려 비용이 더 드는 접근입니다. 범죄화는 공공질서와 안전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이거나 비례적인 대응이 아닙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특별보관이 제안하는 목록은 아주 길고 다양하기에 대표적으로 세 가지만 꼽아 말씀드립니다.
삶을 유지하는 활동을 범죄화하는 법을 철폐해야 한다.
공공장소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증진해야 한다.
주거 먼저(하우징 퍼스트, 젤 나중이 아닌)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불평등과 홈리스를 야기하는 시스템이지, 홈리스 개인이 아닙니다.
홈리스와 빈곤을 범죄화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지위, 성별, 인종, 국적,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야기합니다. 홈리스와 빈곤은 적절한 주거, 존엄한 일, 돌봄 등으로 다뤄질 일이지 범죄로 다룰 일이 아닙니다.
‘불쾌하다’, ‘냄새와 위생이 우려된다’, 등등은 위생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의 특권을 드러내는 말일 뿐입니다. 질서와 규범이라고요? 주거 없는 이에게 주거를, 폭염에 더 취약하게 노출된 이에게 그늘을, 공공의 장소를 모든 이에게 열어젖히는 것이 더 근본적인 질서와 규범 아닌가요?
우리 몸은 기후변화, 타인의 시선과 태도, 공권력과 사적 권력의 차별과 억압 등에 취약합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취약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중 일부는 특히 더 취약합니다. 그래서 그 취약성에 적절히 응답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약속들을 정해왔습니다.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높은 차원의 윤리와 규범을 거스르는 소위 ‘질서와 규범’의 주장을 우리는 폭력이라 부릅니다.
취약함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에게 박대와 추방으로 응답하는 것은 권리 주장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우리는 취약함에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응답하는 것을 더 근본적인 윤리로 여기고 그것을 법제도화하는 정치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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